아주 오래전이지만 국내 디지털카메라가 처음 나올 때 디카에 미쳐 살았습니다. S사의 사이버샷 이런 거에 낚였다가 나중에 온갖 상위 기종(원두막부터...), 브랜드에 주머니를 탕진하면서 지냈죠. 어느 순간부터 사진은 피사체에 다가갈 두 발과 시간과 의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행히 정신이 돌아오긴 했습니다.
카메라에 관심을 가지면서 한 가지 좋았던 것은 바라보는 대상을 피사체로 보기 시작하면서 관찰하고 살펴보게 되었다는 점이고요. 더 좋은 건 어떤 멋진 장비도 압도감을 주는 '지금 눈앞의 감격'을 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순간을 온전히 느끼는 데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준 것 같아요.
글쓰기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사실 생존을 위해 일을 하다 보면, 대부분의 일은 매일매일 비슷하잖아요. 스트레스 강도나 씁쓸함의 농도에 차이는 있지만요. 글쓰기는 그 똑같은 일상을 다르게 보는 시선을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저는 게임 중에서는 단순 액션 게임(로그라이크 비트엠업 류)을 좋아하는 편인데요. 게임도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에 따라서 사뭇 다른 느낌을 주잖아요. 글쓰기는 그런 시점 전환의 기회를 준다고 생각이 들어요. 저 개인에 대해서 예를 들면 얼마 전에 다니던 곳에서 사실 병신 취급 받다가 털려나왔거든요.
아마 글쓰기 취미가 없었으면 죽었을지도 몰라요. 일상의 정말 사소한 이야기를 글 쓰면서 다시 회상하고 들여다보다 보면, 직장에서 병신 취급 받던 저와는 다른 저의 모습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내게 되거든요. 그게 항상 위안이 되지는 않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보리차 끓이는 작은 행동에서도 살아갈 이유와 의미를 찾아내곤 해요.
길가에 핀 꽃의 이름을 안다고 그 꽃이 스스로 더 아름다워지지는 않겠지만, 바라보는 시선에는 차이가 생기거든요. 글쓰기는 저에게 그런 것 같아요. 제 자신의 의미와 존재의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해준다 싶습니다. 3인칭 시점에서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면 비극 같던 일상도 그냥 사소한 일상 중 하나일 뿐일 때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세 줄 일기라도 써보면 좋다 생각하는 편입니다.
- 하루 중 제일 나빴던 일
- 좋았던 일
- 내일의 사소한 계획
이런 기록이 개인의 역사가 되고, 나중에 돌아볼 때 나빴던 일의 90%는 저의 상상이나 우려감일 뿐이었다는 것을 계속 느끼다 보면 조금 덜 흔들리게 된달까요. 😂
그리고 글쓰기 많이 하신 게 느껴지는게, 모바일로 보기에 긴 편인 글인데도 술술 읽혀요!
마음처럼 잘되지는 않더라구요.
그래도 말씀하신대로의 효과는 있다고 생각해서 좀 화가 나는 날에는 쓰는 편입니다.
제게는 그게 명상이고 부처님 가르침 묵상하는건데 정말 재밌습니다.
자기 자신을 잘 관찰하면 신기하게 다른 사람이나 상황도 더 잘 볼 수 있게 되고여.
저도 느낀 감동을 사진으로 온전히 담아내기에 한계가 있다는 걸 알고선 어디가든 찍는데 열중하지 않게 되었지요. 그저 눈으로 즐길 뿐… 여행을 가도 몇장의 기록 사진만 남기게 되네요.
클리앙에 글을 쓸 거리가 뭐 없을까 하며 글 주제에 배고파하며 일상 생활을 기억에 남기며 초안을 잡으면 그 과정에서 제 주변 일들을 제가 스스로 해석하는데, 그 때 어떤 계기로 그 현상이 시작되었고, 내가 그 때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클리앙의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공감을 얻을만한 객관적인 판단을 하고 행동했었는지 되짚어 볼 기회가 되더군요.
클리앙에 글을 쓰겠다는 생각과, 주제에 배고파하며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머릿속에 초안을 적지 않았더라면 하루 생활속에 피웅- 지나갔을 일들이었을텐데요.
저는 클리앙 게시물이지만, 실물 책들을 쓰시니 강한 동기를 오랫동안 키우고 계시는군요.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