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크라이나 미국 대사, 트럼프와의 이견으로 사임
줄리 데이비스 대사,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지원 부족에 좌절
러시아가 여름 공세를 준비하고 평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키이우의 핵심 외교 직책인 주우크라이나 미국 대사 대리가 몇 주 안에 직을 내려놓을 예정이다.
지난해 5월부터 주우크라이나 미국 대사관에서 임시 대사 대리(chargé d’affaires)를 맡아온 줄리 데이비스 대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책적 이견으로 좌절감을 느껴왔다고 이번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 3명이 전했다. 데이비스 대사의 퇴임은 유사한 이유로 지난해 4월 사임한 전임자 브릿짓 브링크의 행보를 뒤따르는 것이다.
최근 국무부에 사임 의사를 전달한 데이비스 대사는 30년간의 외교관 생활을 마치고 은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키이우 근무와 주키프로스 대사직을 겸임하고 있는 그녀는 지난 10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후임으로 공화당 기부자인 존 브레슬로를 지명했다는 소식을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하고 당혹감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데이비스 대사는 해당 인사에 대해 사전에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했다.
토미 피곳 국무부 대변인은 데이비스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이견으로 사임한다는 주장을 "사실무근"이라며 일축했다. 피곳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데이비스 대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지속적인 평화를 이룩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노력을 변함없이 지지해 왔다"며, "그녀는 2026년 6월 공식적으로 키이우를 떠나 은퇴할 때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복되는 대사 공석과 외교적 마찰
주우크라이나 미국 대사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두 임기 동안 대사직 유지에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어왔다.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은 마리 요바노비치 당시 대사를 "불충실하다"는 이유로 소환했으며, 요바노비치는 이후 트럼프의 첫 번째 탄핵 조사 청문회에서 핵심 증인으로 출석했다.
지난해 사임한 브링크 전 대사 또한 트럼프 백악관이 러시아에는 관용을 베풀면서 키이우에는 부당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2025년 2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설전을 벌인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수주 간 군사 지원과 정보 공유를 중단한 사건이 브링크 전 대사의 사퇴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브링크 전 대사는 미시간주에서 민주당 후보로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러시아 유화 정책을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들어 백악관은 국무부를 사실상 소외시키고 있다. 대신 스티브 위트코프 특별대사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 소수의 측근을 통해 우크라이나 종전 중재 등 핵심 외교 과제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강경한 태도와 미국의 대이란 전쟁 여파로 평화 협상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러시아가 올여름 새로운 대규모 공세를 계획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에 전했다.
'미국 우선주의'와 직업 외교관의 이탈
지난 12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 의제를 강화하기 위해 전 세계 수십 명의 대사를 소환했다. 미국 외교관 협회(AFSA)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사 지명자 중 직업 외교관 출신은 8%에 불과해, 첫 임기 당시의 57%와 비교해 급격히 하락했다. 현재 중동 주요국과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수십 곳의 대사관이 상원 인준을 받은 정식 대사 없이 운영되고 있다.
대니얼 프리드 전 주폴란드 대사는 데이비스 대사를 "행정부에 반드시 필요한 진정한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진 샤힌 의원 역시 "키이우와 같은 요충지는 워싱턴의 직접 관리나 임시방편으로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며 상원 인준 대사 배치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우크라이나 전문가들이 잇따라 물러나거나 해고되는 현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트럼프의 첫 탄핵 당시 증언했던 조지 켄트 전 대사는 취임 직후 해고되었으며, 최근에는 데이비드 홈즈 대사도 은퇴를 발표했다. 한 직업 외교관은 "현 행정부 내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옹호하는 이들은 사실상 표적이 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