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화단의 잡초를 뽑았습니다. 화단이 아니라 잔디에 난 잡초는 잔디에는 해가 적고 잡초에만 해가 강한 제초제를 뿌리면 선택적으로 잡초만 죽일 수 있지만, 화단에 생긴 잡초에 뿌리면 화초도 죽기 때문에 손으로 뽑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씨에서 퍼진 수백개의 잡초 싹을 뽑을 때는 이 잡초가 마치 몸에 좋은 약초인 양 남획해서 씨를 말리겠다는 생각으로 싸그리 채집하듯 하고 있습니다.
화단의 잡초를 뽑다 보니, 수국에 작년 가을 쌓인 낙엽이 눈에 들어오네요. 수국은 예전에 났던 가지를 잘라서 정리해버리면 금년에는 가지와 잎만 다시 생기고 꽃이 안 핍니다. 그래서 작년 가지를 베어내지 않고 남겨놔야 합니다.
그래서 저 뻣뻣하게 마른 (하지만 속은 살아있는) 가지 틈새로 수국 자체의 낙엽, 그리고 주변에 있는 나무에서 날려온 낙엽들이 쌓이고, 겨우내 눈과 비에 젖어 썩을락 말락 하는 상태입니다.

이렇게 가지 사이사이에 낀 낙엽을 들쳐대면 금년에 새로 추가로 나오는 줄기가 보입니다. 그리고 가지 밑쪽에 물이 올라오면서부터 눈에서 잎이 생기기 시작하지요.
가지 사이, 그리고 가지 밑 둘레에서 낙엽을 치우지 않아도 수국은 자연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낙엽 더미를 넘어 잎을 내고 꽂을 피우긴 합니다. 그런데 관상용 정원에서 낙엽을 치우지 않으면 마치 관리되지 않은 폐가 분위기에 한걸음 한걸음 가깝게 됩니다.

그래서 이렇게 낙엽을 줏어 모았습니다. 많이 나오네요.
쓰레기 수거하는 날 길 옆에 내 놓으면 지자체가 별도로 퇴비(=부엽토) 만드는 용도로 수거해갑니다. 잔디깎은 것, 낙엽 등을 지자체가 수거해서 조성한 퇴비는 조경업자들에게 팔기도 하고, 지역 주민들이 무료로 통에 담아 가져가도록 하기도 합니다.

저 낙엽을 손으로 집으면, 축축하고 미끈합니다. 아이들은 질색할 느낌이지요. 그렇지만 저는 너저분한 낙엽이 없고 잘 정돈된 정원을 보는 것에서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낙엽을 쏙쏙 뽑아냅니다. 보람은 일을 신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미국에서 조경용으로 사용하는 멀치(mulch) 이야기도 있습니다. 멀치는 식물을 재배할 때 표토 위에 덮어서 햇볕에 의해 표토가 가열되고 건조하게 되어 식물의 뿌리가 발육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각종 재료들입니다. 그리고 잡초의 씨앗이 날려올 때 흙에 곧장 닿아서 발아하는 것도 억제합니다. 멀치 위에서는 발아하지 못하거든요.
미국에서는 멀치로 통나무에서 목재를 제재하고 남은 짜투리 목재를 갈고 염색해서 사용하는 일이 보통입니다. 이런 제품입니다.

군대를 카투사로 복무할 때 부대장이 조경을 정비한다고 멀치를 저런 형태로 몇 팔레트 보급받아 왔습니다. 한국에 있으면서 저런 멀치를 처음 봤지요. 비닐 포장을 뜯으면 운송 과정에서 비를 맞아 물에 훔뻑 젖은, 야산을 걸을 때 흔히 보이는 젖은 낙엽 분위기의 물질들이 가득했습니다. 그것을 정원에 붓고 맨손으로 펴라고 하니 손으로 축축한 똥을 만지는 혐오스러운 기분이었습니다. 이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때는 몰랐거든요. 이름도 멀치라는 별로 고상하지 않은 이름이었고요. 그래서 인상을 찌푸리며 조경 정비를 했지요.
나중에 세월이 흘러 미국에 와서 제 정원을 정비하려고 멀치를 구입하게 되었을 때는 손으로 만지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더군요. 제가 시작해서 하는 일이고 제가 그 결과를 느끼기 때문이었습니다. 몇 년 주기로 새로 멀치를 깔고 있을 때, 산책하는 동네 사람들이 정원이 잘 가꿔졌다고 다들 칭찬하면 어깨가 으쓱해지고 보람을 느끼거든요.
회사에서도, 어떤 일을 할 때 이 일이 삽질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 일을 할때 짜증이 생기더군요. 회사의 부하들에게도 어떤 일을 시킬 때 "이 일을 왜 하는 겁니까?"라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줄 수 없는 일 (=삽질)은 부하 직원들도 신나서 하지 않고요.
반면 일이 힘들더라도 그 결과가 칭찬받을 일이라면 신나서 합니다. 그래서 관리자로서 사람들이 신나서 일할 수 있는 업무 분장 (성과가 눈에 보이는)을 해 주려고 노력하고, 성과에 대해 어떤 부분이 회사에 도움을 줬는지 구체적으로 찾아내어 말로 칭찬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다음에도 신나서 하려고 하더군요.
"너는 월급을 받으니까 잠자고 시키는 대로 해라. 묻지 마라."고 해도 일은 하겠지만 "네 일은 이러이러해서 값진 것이다."라고 제가 설명해주고, 부하직원도 호응해주면 일의 생산성이 훨씬 올라가더라고요.
그리고 그것은 급여를 올려주는 것과 완전히 별도로 작용하는 생산성 부스터였습니다. 급여만 올려줘도 나가고, 급여 보상을 하지 못하고 칭찬만 해 줘도 나가니까 둘 다 해야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