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등산로 추태부리는 노인 글을 보니까 몇 가지 기억이 납니다.
수십년 전에 버스정류장에서 교복 입고 있는데, 양손에 풍선들고 아가씨들 빵빵한 유X 같다던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처음엔 웬 늙은 아저씨가(한 4,50대 쯤 된 것 같은데, 고등학생 눈에는 그냥 늙은 아저씨죠.뭐.) 양손에 풍선을 들고 있으니 그게 좀 이질적이어서 쳐다봤더니 뭐라고 중얼중얼 하더군요. 친구들이랑 같이 있었는데 다들 못알아들어서 ???? 하고 쳐다봤더니, 실실 웃으면서 위의 말을 하더군요.
그런데 그 아저씨를 몇년 후에 동네에서 마주쳤습니다.
저희 집에서 길을 하나 건너면 단독주택가가 있고, 그 주택 중 하나가 그 아저씨네 집이었나봅니다.
그 아저씨 얼굴이 지금도 생생한데, 턱에 돌출형 점이 있는 것 까지 기억하거든요.
그 아저씨 제 버릇 개 못준다고 스윽 시선으로 위 아래를 훑더니 뭐라고 뭐라고 중얼거리더군요. 정확히는 못 들었지만 썩 유쾌한 소리는 아니었는데, 그냥 도망가듯 피했어요.
그런데 몇 년 후에 또 만났어요.
멀리서부터 그 아저씨가 보이기에 일부러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는데, 타이밍상 자기 집 대문 안으로 들어갔어도 한참 전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안 들어가고 서 있더라구요. 적당히 거리를 두고 지나가려는데, 그 아저씨가 양손으로 가슴 모양을 하면서 히죽 거리더군요. 뭐가 그렇게 좋은지. (놀랍게도 실화입니다. ) 그냥 성희롱이 습관이고, 눈 앞에 여자가 보이면 본능적으로 희롱하면서 즐거운 모양입니다.
'아, 씨박새X' 하고 큰 소리로 욕을 퍼부었습니다.
그런데 도망치듯 걸어오는 내내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요.
이런상황을 마주하면 솔직히 기분이 더러운데 온 몸이 굳어요. 모멸감과 무력감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어색하게 실실 웃으면서 피하는거 좋아서 그러는 거 아닙니다.
당황하면 웃음이 나기도 하고, 그 어색하고 무서운 공기 때문에 헛 웃음 애매하게 내보이면서 도망가는 경우가 더 많아요.
이후 한동안 그 골목으로 지나가질 못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그 골목을 걸을 일이 있었습니다. 정확히 그 집이 어딘지도 기억합니다.
그 집 앞에 잠깐 멈췄는데요. 속으로 저도 모르게 패륜적 발언이 나오더군요.
"늙은 강아지(순화) 이제는 무지개 다리 쳐건넜겠지.(순화)"
젊은 양아치가 늙은 양아치가 된다는댓글들이 많은데요.
아무리 양아치여도 딸 벌 되는 사람들에게 그러는 건 정도가 심각합니다.
(젊은 양아치가 젊은 이성에게 찝쩍대다가 끼리끼리 만나기도 하니, 그렇다 치구요. )
다 늙어서 그러는 건 어지간한 왕자병이 아니라면, 불쾌할 걸 알고 하는 짓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타인의 괴로움을 즐기는 거죠.
아니면 집에 거울이 없든가요.
예로부터 양아치들은 '나보다 약한 상대' 에게만 주접력이 발휘되는 것 같습니다.
버스에서 잠들었는데, 이상한 기운에 눈 떠보니 반팔 입은 맨살에 모시 잠바 입은 팔을 비벼대는 영감님을 만난 적이 있는데요.
이건 고의인가? 아니면 실수인가? 싶었거든요.
일단 상대가 맨살이 아니었으니 애매한 불쾌감인데, 저는 뱀이 스치는 기분이었거든요.
그런데 정류장에서 내려서 버스를 쳐다보는데, 그 영감탱이가 굳이 반대편으로 자리를 옮겨 창가에 붙어앉아서 저를 보면서 손을 흔듭니다.
고의였구나.... 생각하고 그날 샤워를 한시간을 한것 같아요.
상대의 괴로움을, 불쾌감을 즐기는 거죠.
그 영감탱이 얼굴도 기억납니다.
옷도, 체구도, 웃고 있는 입과 삐져나온 썩은 이빨도.
꽤 시간이 지났는데, 여전히 그렇다니.. 어질어질합니다.
양아치 쓰레기 근성 안변하죠.
그렇게 양아치짓 하고 살면서 한번도 쳐맞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정확히는 쳐 맞지 않을 것 같은 만만한 대상에게만 하는 거겠죠. 그래서 보통 젊은 여성들이 타깃이 되는 것 같습니다. 물리적으로 약하고, 나이에서 오는 깡(?)도 덜하니까요. 참, 변함이 없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