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본시장 정상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데 정책 입안자들이나 시장 참여자들이 하는 이야기들을 보고 있으면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적인 원인을 지적하기 보다, 의사결정의 결과만 교정하려는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유상증자, 자회사 중복상장, 인수분할합병 등에 한국 개인주주들이 극도의 거부감을 느끼는 것도 살펴보면 한국 특유의 거버넌스 문제 때문입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은 '회사의 자본 배분에 대한 개인주주들의 신뢰 상실'에 있습니다.
사실 유상증자나 자회사 상장 등의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행위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가 자본을 조달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마땅히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한국 증시에서는 이런 결정들에 대해 개인주주들이 불쾌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유상증자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첫째로, 유상증자를 하기로 한 의사결정이 전체 주주가치에 기반하여 불가피하게 나왔다는 신뢰가 없습니다.
둘째로, 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본이 전체 주주가치를 고려하여 집행될 것이라는 신뢰도 없습니다.
셋째로, 그렇게 투자를 하여 미래에 돌아올 이익이 주주에게 온전히 돌아온다는 신뢰가 없습니다.
개인주주 1주의 가치와 최대주주 1주의 가격이 실제로는 별도로 책정되는 한국증시에서,
결과적으로 유상증자는 개인주주의 돈을 값싸게 빌려 최대주주의 지배력과 가치를 극대화하는 행위로 해석해도 무방합니다.
자회사 중복상장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회사가 별도의 상장을 통해 자본을 조달할 필요가 있다면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한국증시에서는 개인주주에게 날벼락이나 다름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로, 자회사를 상장하기로 한 의사결정이 전체 주주가치에 기반해서 나왔다는 신뢰가 없습니다.
둘째로, 자회사의 의사결정이 모회사 전체 주주가치를 고려하여 집행될 것이라는 신뢰가 없습니다.
셋째로, 조달한 자본으로 자회사가 성장했을 때, 그 과실이 모회사 개인주주에게도 공평하게 돌아온다는 신뢰가 없습니다.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본으로 벌어들인 이익이 당장 그 자회사의 개인주주에게도 제대로 안 돌아가는데, 모회사 개인주주에게까지 공평하게 돌아간다는 신뢰는 더더욱 없으니 자회사 중복상장에 경기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면 '회사의 자본 배분에 대한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고, 이는 결국 이사회가 주주가치 극대화를 목표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만드는 '구조'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다행히 최근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가 포함되는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법 문구 하나 바뀌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이사회가 때때로 최대주주의 이익에 치우친 결정을 하려 할 때, 개인주주들이 이를 실질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법적, 제도적 무기가 쥐어져야 합니다. 상법 개정이라는 선언적 토대 위에 집중투표제, 증거개시제도(디스커버리), 집단소송제 활성화, 사외이사 독립성 확보 등의 실효성 있는 제도가 반드시 안착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나쁜 의사결정의 '결과'만을 쫓아가며 교정하려는 지금의 정책 방향성에서 벗어나, 이사회가 당연히 전체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구조가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완전히 해소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관성이 있어서, 한번에 안바뀔것 같아요
시간이 좀 걸리지만,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습니다.
자사주 삭제하랬더니 또 여러핑계대면서 빠져나가는 기업들 나오잔아요?
그래도 계속 방향을 잡고 정부가 밀고나가면 조금씩 조금씩 바뀔겁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을 쥐고있는 기득권과 싸우는 일입니다. 쉬우면 그게 말이 안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