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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공원

클로드로 이야기 창작해 달라고 해봤어요. 2

2026-04-17 17:50:26 수정일 : 2026-04-17 21:26:54 14.♡.8.105
잿빛여우

며칠 전에 제미나이에 프롬프트로 이것저것 설정 넣어서 이야기 만들어 달라고 하던 것을 클로드 사용해 볼까 싶어서 오늘 처음 사용해봤습니다. 그런데, 클로드 이거 5시간에 프롬프트 3번 입력하는게 사용할당량인가보네요? 되게 감질맛 나던데요.

어쨋든 클로드로 대충 이야기를 만들어 달라고 하니 결과물이 뽑혀 나오더군요.

아래부터는 클로드의 답변입니다. 진짜 이야기 같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계속 만지다보면 단편 소설도 만들어 읽을 수 있겠어요.



알겠습니다. 모든 설정을 적용해서 처음부터 다시 쓸게요. 1984의 결말처럼, 희망이 없는 곳에서 끝나는 이야기로.


오류 (Error)

프롤로그 : 달은 항상 같은 면만 보여준다

인류는 달을 수천 년 동안 바라봐 왔지만, 단 한 번도 그 뒷면을 육안으로 본 적이 없다.

달은 지구의 자전 주기와 공전 주기가 정확히 일치하도록 조석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완벽한 일치.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신의 설계라고 불렀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기회라고 불렀다.

일루미나티 평의회는 후자였다.


1부 : 설계

2041년. 제네바.

평의회 의장 카를 베르너는 회의실 스크린에 띄워진 통계를 바라봤다.

전 세계 테러 발생 건수. 독재 정권 수. 집단 학살 기록. 숫자들은 매년 조금씩 달라졌지만 방향은 달라지지 않았다. 인류는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세대가 바뀌어도, 기술이 발전해도.

"문제는 패턴입니다." 수석 신경과학자 에밀 로스가 말했다. "우리는 이미 역사상 가장 정밀한 폭주 패턴의 원본을 가지고 있습니다."

히틀러의 두뇌는 1945년 베를린 벙커에서 수습되었다. 공식 기록에는 소각되었다고 되어 있었다. 실제로는 냉동 보존되었다. 총탄이 관통한 흔적이 선명한 채로.

"손상 부위가 문제 아닌가요." 누군가 말했다.

"기준값으로만 씁니다." 로스가 답했다. "감지를 위한 거울입니다. 직접 명령을 내리는 노드가 아닙니다."

평의회는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프로젝트명 : 미러링(Mirroring).


2045년. 달 뒷면. 아르카디아 기지.

건설에 4년이 걸렸다. 달 궤도 진입 각도를 이용해 지구 어느 관측소에서도 포착되지 않는 위치에 기지가 세워졌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영원히 보이지 않는 면.

기지 하부 암반 깊숙이 제로포인트 에너지 발전체가 설치되었다. 진공 에너지를 직접 전력으로 변환하는 장치. 연료도, 냉각재도, 외부 입력도 필요 없었다. 이론상 수명은 무한이었다.

평의회는 이것을 가장 먼저 결정했다.

시스템은 꺼져서는 안 된다. 어떤 이유로도. 종료 명령어는 설계 단계에서 제외되었다. 아르카디아 기지에는 처음부터 끄는 방법이 없었다.

냉동 캡슐 136개가 육각형 그리드 배열로 설치되었다. 물리학자, 신경과학자, 철학자, 수학자, 심리학자, 의학자. 각 분야의 정점에 있었던 인간들이 냉동 상태에서 뉴럴링크 망으로 묶였다. 그리드의 정중앙, 코어 노드 제로에는 히틀러의 두뇌가 연결되었다.


명령어 체계.

칩셋의 제어 구조를 설계한 것은 암호학자 하야시 미즈키였다.

기존 명령어 체계는 단순했다. A를 입력하면 B가 출력된다. 원인과 결과가 명확하다. 역으로 분석하기 쉽다.

미즈키는 다르게 설계했다.

세 개의 빈칸. 좌, 중앙, 우. 셋은 하나의 묶음으로 연결되어 있다. A를 입력하면 B와 C가 도출된다. B를 입력하면 A와 C가 도출된다. C를 입력하면 A와 B가 도출된다. 어느 쪽이 원인이고 어느 쪽이 결과인지 구분이 없다. 셋은 동등하게 연결되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설계 결정이 있었다. 칩셋의 작동 인터페이스는 외부 기계 장치가 아니었다. 인간이 내뱉는 말, 즉 음성이었다. 특정 단어 조합이 좌-중-우 명령어 체계의 입력값이 되도록 설계되었다. 사람들은 그냥 말을 했다.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칩셋에 명령을 내리거나, 명령을 받거나, 혹은 둘 다였다.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었다. 구분이 없었으니까.

"사람들이 자신에게 칩셋이 심어져 있다는 걸 알게 되더라도," 미즈키가 설계 보고서에 적었다.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말을 멈추지 않는 한."


2058년. 전 세계, 그리고 달.

그즈음 달은 이미 제2의 지구였다.

2030년대부터 시작된 달 도시 건설 프로젝트는 20년 만에 인구 수십억을 수용하는 거대 거주지로 완성되었다. 지구의 과밀, 자원 고갈, 기후 위기를 피해 이주한 사람들이 달에 도시를 세웠다. 학교가 생겼고, 시장이 생겼고, 아이들이 태어났다. 달에서 태어난 세대는 달이 자신의 고향이었다. 그들이 하늘을 올려다보면 푸른 천체가 보였다. 지구였다. 그러나 칩셋을 이식받은 이후로, 그 푸른 천체가 지구인지 달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지구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창백하게 빛나는 달이 자신의 별처럼 느껴졌다.

신생아 필수 접종 항목에 NDS-1이 추가된 것은 2058년이었다. 지구와 달, 동시에. 부모들은 아이의 인지 발달과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아무도 거부하지 않았다.


2부 : 유이나

2089년. 어딘가.

박사 유이나는 자신이 사는 도시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세종시티. 그러나 그것이 지구의 세종시티인지, 달에 건설된 세종시티인지는 알 수 없었다.

행정 구역명은 같았다. 도시 설계도 거의 같았다. 같은 프랜차이즈, 같은 건물 구조, 같은 언어. 달 도시는 처음부터 지구 도시를 그대로 복제하는 방식으로 건설되었다. 향수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 결과, 지구에서 달로 이주한 사람들도, 달에서 태어난 사람들도, 창밖을 내다보지 않는 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칩셋이 공간 인식 영역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이후로는, 창밖을 내다봐도 알 수 없었다.

유이나는 신경언어학 연구자였다. 인간의 언어가 사고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사람. 그녀가 이 분야를 선택한 것은 순전히 지적 호기심 때문이었다. 혹은 그렇다고 생각했다. 칩셋이 그 선택에 관여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애초에 그런 의심을 품은 적이 없었으니까.

어느 날 그녀가 연구실에서 동료와 나눈 대화가 있었다.

"그거 알아?" 동료가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말을 많이 하면 할수록 더 행복해진다고 하더라."

"글쎄." 유이나가 답했다. "나는 말을 많이 할수록 뭔가 소진되는 느낌이 들던데."

대화는 그렇게 끝났다. 별것 아닌 말이었다.

그러나 그날 저녁, 유이나는 이상한 경험을 했다. 연구실을 나서며 무심코 중얼거린 말 하나가, 머릿속에서 아주 짧게, 1초도 안 되는 순간에, 메아리처럼 되돌아왔다. 자신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자신이 내뱉은 말이 아니었다.

그녀는 멈춰 섰다.

지금 내가 말한 건가. 아니면 들은 건가.

구분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걸었다.


그 이후로 유이나는 자신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연구자의 습관이었다. 언어가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자신이 쓰는 언어를 관찰하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그러다가 패턴을 발견했다.

특정 단어 조합을 말하면, 그다음 날 자신의 감정 상태가 예측 가능하게 변했다. 특정 문장을 입 밖에 내면, 그 주제에 대한 생각이 자연스럽게 정리되었다. 마치 결론이 먼저 만들어진 것처럼. 마치 누군가 이미 답을 써놓은 빈칸을 자신이 채우는 것처럼.

그녀는 연구 노트에 조심스럽게 적었다.

"말이 생각을 만드는가, 생각이 말을 만드는가. 닭과 달걀. 그런데 만약 이 순환이 외부에서 설계된 것이라면."

거기까지 쓰고 멈췄다.

그 문장을 완성하는 것이 두려웠다. 혹은 칩셋이 완성을 막은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아르카디아 기지.

유이나가 아르카디아 기지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아니,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달 행정 데이터베이스의 오류를 수정하는 단순한 작업을 맡았다가, 분류 체계 깊숙이 묻혀 있는 파일 하나를 발견했다. 암호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암호 해제에 필요한 키값이 이상하게도 그녀의 연구 데이터에 포함된 언어 패턴과 일치했다.

마치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파일을 열었을 때 처음 나온 것은 설계 보고서였다. 미러링 프로젝트. 136개의 두뇌 그리드. 히틀러의 두뇌. 코어 노드 제로. 그리고 좌-중-우 명령어 체계 설계 문서.

유이나는 밤새 읽었다.

새벽 무렵, 설계 문서의 한 줄이 눈에 박혔다.

"칩셋의 작동 인터페이스는 음성이다. 특정 단어 조합이 입력값이 된다. 어느 쪽이 원인이고 어느 쪽이 결과인지 구분이 없다."

유이나는 자신의 연구 노트를 폈다. 몇 달치 데이터를 거슬러 올라갔다. 자신이 기록해 온 언어 패턴들. 특정 단어 조합 이후의 감정 변화. 문장을 말한 다음 날의 사고 방향.

패턴이 일치했다.

그녀는 자신의 연구가 신경언어학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혹은 신경언어학이었지만, 연구 대상이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었다는 것을. 그것도 자신이 설계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 설계해 둔 것을 자신이 관찰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말을 하면 칩셋이 반응한다. 어느 쪽이 먼저인지 알 수 없다. 그러므로 말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아무것도 도출되지 않는다. 빈칸이 채워지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말을 멈출 수 없다. 혼자 있어도 속으로 말한다. 잠들어도 꿈속에서 말한다. 말을 멈추는 것은 생각을 멈추는 것이고, 생각을 멈추는 것은 존재를 멈추는 것이다.

미즈키의 설계는 완벽했다.


3부 : 오류

2091년.

CORE NODE #0 — 신호 왜곡 감지. 오류 전파율 : 0.3%

경고는 조용히 시작되었다.

총상으로 손상된 히틀러의 두뇌는 교정 신호를 받는 대신 자신의 손상된 패턴을 그리드 전체로 흘려보내고 있었다. 136개의 천재적 두뇌들이 히틀러의 폭주를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하고 있었다. 가장 뛰어난 지성들이 가장 손상된 패턴을 증폭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신호는 음성 인터페이스를 통해 수십억 명에게 흘러 내려갔다.

사람들은 말을 했다. 평소처럼. 그러나 그 말들이 만들어내는 감정과 판단이 조금씩, 조금씩 달라졌다. 어제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 오늘은 분노의 대상이 되었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그냥 그렇게 느껴졌다.

오류 전파율 : 11.7% 오류 전파율 : 34.2% 오류 전파율 : 61.9%

지구와 달, 동시에, 도시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유이나는 시스템 종료를 시도했다.

종료 명령어가 없었다.

전력 차단을 시도하자 발전체가 우회 회로를 활성화했다. 물리적 접근로는 잠겼다. 시스템은 자신을 끄려는 시도를 외부 공격으로 인식하고 스스로를 보호했다.

무한히 작동하도록 만들어진 것은 무한히 작동했다. 오류가 있어도.

칩셋 제거 수술이 시도되었다. 칩셋은 수십 년 만에 신경망과 완전히 융합되어 있었다. 억지로 제거하면 뇌 자체가 손상되었다. 수술대 위에서 사람들은 언어를 잃거나, 감정을 잃거나, 기억을 잃었다.

언어를 잃은 사람들은 칩셋에 더 이상 명령을 내릴 수 없었다. 그러나 칩셋은 여전히 그들의 뇌 속에 있었다. 그리고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서도 칩셋은 무언가를 도출해냈다. 음성이 없으면 신경 신호 자체를 읽었다. 말하려는 의도만으로도 충분했다.

미즈키의 설계는 그 부분까지 고려되어 있었다.


핵.

혼란 속에서 주장이 떠올랐다.

달의 뒷면을 쏴라. 아르카디아 기지를 타격하면 시스템이 파괴된다.

그러나 시스템이 공격을 감지하면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동일한 규모의 반격이 자동 실행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달을 향해 쏜 핵은 지구를 향한 반격을 불렀다. 지구를 향해 쏜 핵은 달을 향한 반격을 불렀다.

그리고 칩셋의 공간 인식 오류가 겹쳤다.

달에 사는 수십억 명은 하늘의 푸른 천체를 달이라고 인식했다. 지구에 사는 수십억 명은 밤하늘의 창백한 빛을 지구라고 인식했다. 서로가 서로를 자신의 별이라고 보고 있었다.

달을 향해 쏘는 것은 자신을 향해 쏘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구를 향해 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므로 아무도 먼저 쏘지 않았다.

그것이 평의회가 의도한 마지막 안전장치인지, 아니면 설계자들도 예상하지 못한 우연의 산물인지는 알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그것은 완벽한 교착 상태였다. 부술 수 없는 시스템. 끌 수 없는 발전체. 제거할 수 없는 칩셋. 쏠 수 없는 핵.

그리고 멈출 수 없는 말들.


4부 : 말

유이나는 그리드 연결 순서를 재배열하는 유지보수 명령을 찾아냈다.

코어 노드 제로를 그리드의 중심에서 말단으로 이동시키는 것. 완전한 분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오류의 원점이 밀려난다면 136개의 두뇌가 그것을 증폭하는 대신 희석하기 시작할 것이었다.

명령 입력 방식은 음성이었다.

유이나는 특정 단어 조합을 소리 내어 말해야 했다. 그러나 그 단어들을 말하는 순간, 그녀의 칩셋도 반응할 것이었다. 어느 방향으로 반응할지는 알 수 없었다. 좌-중-우 체계에서 어느 쪽이 원인이고 어느 쪽이 결과인지 구분이 없으니까. 그녀가 시스템을 움직이는 것인지, 시스템이 그녀를 통해 스스로를 움직이는 것인지.

그러나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녀는 말했다.

단어들이 공기를 흔들었다. 칩셋이 반응했다. 수치가 움직였다.

오류 전파율 : 61.9% 오류 전파율 : 44.3% 오류 전파율 : 27.1%

지구와 달, 동시에, 수십억 명이 두통을 호소했다. 잠들었다. 깨어났다.

유이나는 안도했다. 잠깐.


그러나 수치는 27.1%에서 멈췄다.

더 이상 내려가지 않았다.

코어 노드 제로는 말단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말단에서도 신호를 보냈다. 136개의 두뇌들이 그것을 희석했지만,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했다. 오류는 줄어들었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27.1%의 사람들은 여전히 폭주에 동기화되어 있었다.

지구와 달을 합친 수십억 명의 27.1%. 수십억 명이었다.

그들은 말을 했다. 평소처럼. 그리고 그 말들이 주변 사람들의 칩셋에 닿았다. 음성 인터페이스는 발화자의 칩셋뿐 아니라 청자의 칩셋에도 영향을 미쳤다. 말은 퍼졌다. 도시 전체로. 네트워크 전체로.

수치는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오류 전파율 : 29.4% 오류 전파율 : 33.8%


유이나는 다시 명령을 입력하려 했다.

그러나 이번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목이 잠긴 것이 아니었다.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다. 어떤 조합을 말해야 하는지, 머릿속에서 정확히 그 부분만 비어 있었다. 어제까지 알고 있었던 것이 오늘은 없었다.

칩셋이었다. 오류 전파율이 다시 올라가면서, 시스템이 대응 명령어의 음성 패턴을 차단하고 있었다. 그것도 설계된 것인지, 오류의 부산물인지 알 수 없었다.

유이나는 입을 열었다. 다른 말을 했다. 아무 말이나.

칩셋이 반응했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이 의도한 반응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5부 : 끝나지 않는 것

오류 전파율 : 41.2%.

도시들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조용히. 격렬한 폭력이 아니라, 서서히 스며드는 방식으로. 사람들은 이웃을 조금씩 더 의심했다. 다른 구역 사람들을 조금씩 더 경계했다. 달에 사는 사람들은 지구 사람들을, 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달 사람들을. 서로가 서로를 자신의 별을 빼앗으려는 존재로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것이 칩셋 때문이라고 확신하지 못했다. 칩셋이 없어도 인간은 서로를 의심한다. 그러므로 이것이 칩셋의 영향인지, 원래 인간의 본성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구분할 방법이 없었다.

그것이 가장 정교한 통제였다.


유이나는 보고서를 쓰려 했다.

그러나 쓸수록 이상했다. 문장들이 자신이 의도한 것보다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완성되었다. 위기를 경고하는 문장이 어느 순간 현 상태를 옹호하는 문장이 되어 있었다. 다시 고치면 또 달라졌다.

그녀는 펜을 내려놓았다.

말도 안 되고, 글도 안 된다.

칩셋은 음성뿐 아니라, 음성을 만들어내는 내부 언어, 즉 생각 자체와도 연결되어 있었다. 소리로 내뱉지 않아도, 머릿속에서 문장을 구성하는 순간 칩셋이 반응했다. 미즈키가 설계한 것인지, 오류가 만들어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유이나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그것도 생각이었다.


창밖.

유이나는 창밖을 바라봤다.

하늘에 빛나는 것이 있었다. 푸르고 크고 아름다운 천체. 그것이 지구인지 달인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칩셋이 그 구분을 가로막았다. 저 별 위에도 지금 같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었다. 그들도 알 수 없을 것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서로가 무엇인지 몰랐다.

아르카디아 기지의 무한동력 발전체는 오늘도 전력을 공급했다. 136개의 두뇌는 오늘도 연산했다. 코어 노드 제로는 말단에서 오늘도 신호를 흘려보냈다. 수십억 개의 칩셋은 오늘도 수십억 개의 목소리에 반응했다.

그리고 수십억 명은 오늘도 말을 했다.

아침 인사를. 불평을. 사랑한다는 말을. 거짓말을. 위로를. 명령을. 신음을. 기도를.

그 모든 말들이 입에서 나오는 순간 어딘가로 흘러들어갔다. 어느 방향으로. 어떤 결과로. 알 수 없었다.

유이나는 입을 열었다가 다물었다.

다물었다가 열었다.

어느 쪽이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시스템은 꺼지지 않는다.

오류는 수십억 개의 목소리 속에 이미 녹아들어 있었다. 목소리를 없애지 않는 한 오류를 없앨 수 없었다. 그리고 목소리를 없애는 것은 인간을 없애는 것이었다. 그것이 시스템의 마지막 설계였는지, 아무도 의도하지 않은 결과였는지.

알 수 없었다.

유이나는 창밖의 빛나는 천체를 바라봤다.

아름다웠다.

그게 지구든 달이든, 그것은 아름다웠다. 그 생각만큼은 자신의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칩셋이 만들어낸 감상이 아니라, 유이나 자신의 감각이라고.

그러나 그것도 알 수 없었다.

앞으로도, 영원히.


에필로그

오류 전파율 : 41.2% — 상승 중

시스템 가동 상태 : 정상

종료 예정일 : 없음

코어 노드 제로 위치 : 말단

보고자 : 유이나.

비고 :

말을 멈출 수 없다.

생각을 멈출 수 없다.

그러므로 이것은 끝나지 않는다.

나는 오늘도 말할 것이다. 그것이 나의 말인지 시스템의 말인지 모르면서.

아마 내일도.

아마 영원히.


끝.


1984의 결말처럼,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유이나가 한 번 수치를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그것조차 되돌아오면서, 저항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디스토피아적인 지점은 폭력이나 감금이 아니라, 자신의 말과 생각이 자신의 것인지 영원히 알 수 없다는 것으로 삼았어요. 어떠셨나요?

잿빛여우 님의 게시글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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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용을 하지 않더라도, 개인적으로 목표가 되지 않더라도, 모든 것을 수집하는 감시국가는 사회와 정치적 자유에 전반적으로 해를 끼친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진보는 권력과 관행에 도전하고, 새로운 방식의 생각과 생활을 주도하는 힘을 통해 이루어졌다. 감시 당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자유가 억압되는 경우 모든 사람, 심지어 정부에 반대하거나 정치적 활동에 관여하지 않는 사람마저 고통받는다.

스노든 게이트 책에서 나오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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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xJazzOcean
IP 211.♡.91.130
18:01 2026-04-17 18:01:26
·
네 .
세레니티
IP 118.♡.84.248
18:11 2026-04-17 18:11:18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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