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천피' 재도전에 나선 한국 증시가 중복상장에 따른 '착시 현상'에 가로막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복상장으로 인해 모기업과 자회사의 이익이 '더블 카운팅'되면서 전체 시가총액을 좌우하는 기업 이익이 부풀려져 있기 때문이다. 점진적인 중복상장 해소를 통해 기업 이익 '뻥튀기'를 막고 현재 자회사로 향하는 투자자금을 모회사로 집중시켜 새로운 '주가 리레이팅' 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미래에셋증권과 신한투자증권 분석에 의하면 올해 코스피 연간 예상 순이익 컨센서스는 491조원이다. 하지만 이 중 12%에 달하는 59조원이 더블 카운팅에 의한 허수인 것으로 집계됐다.
더블 카운팅에 따른 '허수 이익'이 발생하는 것은 중복상장 때문이다. 현재 모기업들은 자회사 이익에 대해 지분율에 해당하는 '지분법 이익'을 재무제표에 계상한다. 이에 따른 회계적 착시 규모가 60조원에 육박한다.
중복상장에 따른 더블 카운팅은 주가를 누르는 요인이 된다. 코스피 전체 기업 이익이 과대평가됐다는 이유로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를 소극적으로 만든다. 더불어 과대평가된 이익이 모이는 지주사에 '디스카운트'를 부여하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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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상장 계열사가 2~7개인 기업집단의 경우 지주사는 자회사 대비 PBR이 0.52배만 낮다. 반면 8~12개인 경우에는 0.76배가 낮고, 13개 이상의 경우에는 1.16배나 낮은 현상이 벌어진다. 이 때문에 자회사를 많이 거느린 삼성물산, SK(주)는 타 지주사 대비 PBR이 낮다.
중복상장된 회사의 시총이 크거나, 지주사가 많이 포진된 특정 업종·종목일수록 더블 카운팅 규모도 크다. 대표적인 사례가 SK스퀘어다.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지분 20.1%를 보유하고 있어 SK하이닉스의 이익이 많아질수록 지분율만큼 지분법 이익이 커지는 구조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 대기업 집단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지분율 43.1%)와 삼성에피스홀딩스(43.1%),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34.0%)와 한화생명(43.2%), 그리고 (주)LG는 LG전자(34.0%)와 LG유플러스(38.0%) 등의 '캐시카우'를 상장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유건호 미래에셋증권 책임연구위원은 "코스피 내 저평가된 40개 지주사를 봤을 때 이들의 PBR이 자회사 평균치(1.31배)까지만 정상화돼도 이들의 시총은 219조원에서 516조원으로 급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