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회사에 일도 복잡하고
능력도 안되는데 사람들보다 나이랑 경험이 많다는 이유로 이런저런 일을 한다는 게 여러모로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일부러 퇴근도 일찍하고 주말에는 최대한 스트레스를 풀려고 노력하는중입니다
근데 그게 맘처럼 안돼서 잘있다가도 어느순간 내가 뭘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는 불안감+자존감 하락을 겪고 있어요
그러다가 오늘 아침에는 주말이라고 애들 챙기고 집안일 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급하게 나가다가 신발을 좌우 짝짝이로 신었지 뭐예요
집안에 신발이 죄다 때탄다고 검정색깔이라 잘못 신었는데
급하니까 일단 일을 보고 집으로 들어왔는데 세상에 왼쪽은 큰애신발, 오른쪽은 작은애 신발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아 내가 어쩌려고 신발도 잘못 신고 나갈 정도로 정신이 없을까 이래가지고 회사에서 어른노릇 할 수 있나.. 이랬거든요
근데 잠깐 사이에 무슨 생각이 들었냐면
우리애들 신발이 나랑 사이즈가 똑같다고??
주먹만한 신발 신던게 엊그제인데 언제 벌써 그렇게들 컸을까?!
애들이 이렇게 잘커서 곧있으면 어른이 된다는건
나도 어쩌면 훌륭한 부모아닐까.. 하는
순간 어지러운 집도 애들 크느라 그런거지 싶고
널부러진 신발도 애들이 여기저기 다니며 공부하느라 그런거고
어느하나 나쁠게 없어보였습니다
신발장에 서서 한마디로 난 운이 좋다, 애들도 착하고 어지럽게 살아도 건강하니까 그런거다, 나만 잘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고 들어왔는데 고2 딸래미가 국어 공부하다 배웠다고
저한테 좋은 얘길 하나 해주겠다고 그래요
응 하고 있는데 아래와 같은 뜻밖의 얘기였습니다
"아름답다의 어원은 아름이래
근데 아빠 '아름'은 순우리말로 '나'라는 뜻이래
그러니까 나다운 게 아름다운거래
가장 나다운게 가장 아름답대"
뭔가 소설가나 어려운 얘길줄 알았다가
뜻밖의 이야기였는데
이 얘기는 한껏 떨어진 제 자존감까지 끌어올려주는 얘기였어요
나다운 게 아름다운거라는 생각을 하니까
한치앞을 모르겠어서 고민하는 저를
부끄러워할 게 아니라 노력하는 사람으로 바라보게 되네요
뜻밖의 깨달음 컴보를 맞고나니까
갑자기 날씨도 좋아보이고
하등 걱정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하나하나 어려워보여도 결국엔 잘될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부은게 아니라 큰 거 더라구요. 뭔가 모를 뿌듯함, 기특함...
아 물론 기특한 건 접니다 ㅋㅋㅋㅋ. 이만큼이나 키웠어 ㅋㅋㅋㅋ
허거참.
저도 삼남매를 키우고 있는데 갓 태어 났을 때 처음 품에 안던 순간이 기억납니다. 행여나 내 잘못으로 다칠까봐 초긴장 모드...ㅎㅎ
그랬던 녀석들이 이젠 저를 업어 주네요 ㅋㅋㅋ
이젠 무릎 꿇고 눈 높이 맞추지 않아도 되고
엄마 옷과 신발을 같이 공유하고
뭘 먹어도 아빠보다 더 많이 먹고
제가 나고 자란 지역에서는 이럴 때 '오진다'고 표현하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