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투자 인생에서 진짜 중요했던 사건은 단 두 가지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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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위기부터 금융 위기까지, 시장은 모든 것을 무덤덤하게 넘겼다
스튜어트 커크 (Stuart Kirk)
아이들이 심통이 나서 무엇을 내놓아도 거절할 때, 선택지를 더 늘리는 것은 소용없다. 햄버거? 피자? 스시? 싫어, 싫어, 싫어! 유일한 탈출구는 공을 아이에게 넘기는 것이다. 좋아, 그럼 네가 원하는 게 뭔데?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순간이다. 이것저것 퇴짜 놓는 대신 긍정적인 답을 내놓도록 강요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부끄럽게도, 이제 내가 바로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때가 됐다. 나는 수십 년 동안 투자자에게 별로 중요한 것은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렇다면 정작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또 하나의 전쟁이 수익률에 큰 파장 없이 왔다가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최근 다시 이 문제를 곱씹고 있다. 물론 원유 트레이더들은 한바탕 난리를 피웠다. 하지만 나머지 우리에게는—지금까지는—언제나 그랬듯이 오르락내리락할 뿐이다.
실제로 나는 이전 칼럼들에서 자산 가격에 관한 한 지정학은 대체로 무시해도 된다는 점을 논증했다. 금리도, 조세 체계도, 거버넌스도, 당신이 파란색을 좋아하는지 초록색을 좋아하는지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실의 대부분은 내가 30년 전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역사적 데이터는 명확하다. 하지만 지금 되돌아봐도, 당시 그토록 호들갑을 떨었던 사건들이 실제로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는 사실이 여전히 놀랍다.
1990년대 후반 아시아와 러시아의 금융 위기는 닷컴 주식으로 돈을 버는 데 거의 방해가 되지 않았다. 1999년 12월 31일 자정에 엘리베이터가 멈추지도 않았다. 닷컴 버블이 마침내 꺼졌을 때, 그 충격은 24개월 만에 끝났다.
금융위기는 더 짧았다.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으로 투입된 약 4,400억 달러 중 300억 달러를 제외한 거의 전액이 상환됐다. 미국 은행들은 다음 주 역대급 실적(과 보너스)을 발표할 것이다. 변하는 것은 없다.
유로존 부채 위기 때 도이체방크에서 일했던 상황을 떠올려봐도 그렇다. 그리스, 스페인, 재정 동맹 부재 등을 두고 얼마나 패닉 상태였는지. 결국 다 지나갔다. 그때 가장 걱정했던 나라들은 지금 호황을 누리고 있다.
수익률을 짓누를 것 같았던 것들이 결국 그러지 못한 것은 브렉시트, 관세, 우크라이나뿐만이 아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밸류에이션도 투자자들을 별로 괴롭히지 않는 듯하다. 극단적인 주식 집중, 권위주의 국가와의 무역 관계, 인구 구조나 기후 변화 같은 소위 '메가트렌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실제로 차이를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계속 고개를 젓기만 하는 심통 난 아이가 바로 나라면, 내 투자 인생에서 수익률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친 것이 과연 있기는 한가?
실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이는 경제와 금융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 직전, 나는 시드니 사무실에 앉아 왜 호주 달러—원자재 비중은 높고 인터넷 비중은 낮은—가 영원히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는지에 관한 논쟁을 듣고 있었다.
아니었다! 인류 역사상 단연 최대 규모의 천연자원 소비 덕분에, 내 고향 호주는 그 이후 줄곧 막대한 부를 누려왔다. 최전성기에 중국은 전 세계 구리, 알루미늄, 시멘트, 철광석 소비의 절반을 차지했다.
한편 우리가 한때 소중히 아끼던 장난감, 전자기기, 가구는 가격이 너무 떨어져 일회용품이 돼버렸다. 서방은 중국산 제품을 사들이고 또 사들였고, 머지않아 중국과의 무역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에 따른 저축 과잉—내 동료 마틴 울프가 수년간 써온 주제—은 수십 년에 걸친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차입 비용 하락의 주요 원인이었다. 대저택과 페라리를 가진 채권·신용 트레이더 친구가 있는가? WTO 덕이다.
두 번째는 코로나19다. 다만 위의 경우와 달리, 몇 가지 측면에서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가장 심각한 후폭풍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각국 정부가 팬데믹 기간 동안 막대한 부채를 떠안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일부는 꼭 필요한 지출이었지만, 상당 부분은 낭비됐다. 오늘날 그 지출 규모를 입에 올리는 정치인은 거의 없다. 숫자가 너무 커서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코로나 구호 자금 약 5조 달러는 금융위기 당시 총 지출의 10배가 넘는다. 이란에서 하루에 쏟아붓는 수십억 달러나 아르테미스 II 임무 비용은 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많은 서방 국가에서 지속 불가능한 순부채 대 GDP 비율은, 팬데믹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약 5분의 1가량 낮았을 것이다. 채권 시장이 결국 무너진다면, 이 시기에 마구 쏟아낸 백지수표들이 그 주된 원인으로 꼽힐 것이다.
아직 판단하기 이른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코로나 이후 유권자들은 이제 정부가 유가 충격에서 비싼 학자금 대출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요구한다. 이로 인해 정치인들은 복지 제도 개혁과 같은 필수적인 개혁을 단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렇다. 내 투자 인생에서 지금까지 진짜 중요했던 것은 단 두 가지다. 세 번째를 감당할 신경이 내게 남아 있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다.
※ 원문: Financial Times, Stuart Kirk, "Only two events have mattered in my 30 years of inves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