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철저하게 한국식 통계에 따라 펼쳐졌다는 점에서 신 후보자가 이를 어느 정도까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개편할 수 있을지, 그에 따른 반발은 없을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란전이라는 단기적인 외부 충격파를 제외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손질이 필요해 보이는 3가지 한국식 그림자는 다음과 같다.
■ 그림자① 전세=우리는 전세 제도의 황혼을 목격하고 있다. 서울 고가 아파트 위주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10년 이상 이어지면서 가계의 모든 여유자금과 전세금, 대출금을 몽땅 흡수해 버린 부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전세 세입자가 대출받았거나 저축했던 보증금이 집주인의 추가 부동산 구매 자금으로 쓰이는 일은 현 정부에서 서서히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가격 일시 하락기에 빌라 등 저가 주택에서 벌어진 막대한 전세사기도 이 제도의 종말을 부추겼다.
신 후보자가 쓴 논문에 등장하는 '비은행 금융중개기관의 대출'은 그림자 금융을 점잖게 부르는 말이다. 쉽게 말해서 정규 은행 시스템 외부에서 벌어지는 대출이 그림자 금융이다. 전세를 '사인 간의 거래'로 본다면 그림자 금융이 아니어서 기존에는 전세를 광의의 그림자 금융 정도로 취급했다.
하지만 전세는 명백한 그림자 금융이다. 현재 전세 보증금 규모의 10~20%는 시중은행들의 대출이고, 국토부 산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 보증금 총액의 12% 이상을 지급 보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자 금융 중에서 전세금만 포함해도 우리나라의 실제 가계대출 규모는 2100조원이 넘는다. 전세 보증금 규모가 1058조3000억원이고(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2023년 6월 기준), 가계대출 규모가 올해 2월 말 기준 1172조3000억원이며, 주택담보대출은 934조9000억원이기 때문이다.
■ 그림자②물가=2월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0%다. 그런데 이 물가 상승률이 현실을 반영한다고 보는 전문가는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미국·일본을 포함한 20개 나라가 물가 지수에 주택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주택이란 상품의 물가를 지수에 적용하지 않아서다. 미국의 경우 전체 물가에서 월세와 자가 주택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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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식으로 자가 주택의 가격 변동을 물가 지수에 20% 정도만 반영해도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은 평균적으로 1.62%포인트 더 높아진다(장용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소비자 물가상승률 통계의 잠재적 괴리 요인' 논문). 이는 올해 2월 물가 상승률이 2.0%가 아니라 3.62%라는 얘기이고, 지난해 내내 우리의 실제 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목표치보다 훨씬 높았다는 얘기다.
■ 그림자③환율=물가가 과소 평가됐다면, 그다음에 바로잡아야 하는 것은 금리 수준이다. 집값을 반영한 실제 물가 수준에서 우리나라 기준금리 2.50%는 치솟는 물가를 잡기에 터무니없이 낮다. 이는 원화라는 통화의 가치를 낮추는 일인 동시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서 시중 경기가 과도하게 자극받는 상태라는 얘기다. 한마디로 오랜 기간 우리나라 통화정책은 실제 물가에 비해서 지나치게 완화적이었다.
통화 가치가 낮아지면, 가장 먼저 환율이 조정받는다. 기축통화국인 미국과의 금리 격차도 더 벌어진다. 실제 물가를 반영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금리면, 해외 달러 자본이 국내에 들어오지 않는 게 당연하다. 마이너스 실질금리는 돈의 가치를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뜨린다. 쉽게 말해서 가방 살 돈을 1년 동안 예금에 넣어 놓으면, 이자를 합쳐도 1년 후에 그 가방을 못 사게 된다는 얘기다.
A라는 기업이 수출 자금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수출국 은행에 직접 예금해 둔다면, 외국환관리법 위반이다. 하지만 A기업이 A1이라는 현지법인을 통해서 이 돈을 보유한다면, 이는 해외직접투자가 된다.
심지어 한국에 상장된 대기업 일부는 현지법인을 그 나라 증시에 직상장하는 방식으로 국내 외환시장을 우회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는 꾸준히 매년 700억~1100억 달러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