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중고나라와 당근마켓이 있다면, 미국에는 이베이, 크레이그스 리스트, 페이스북 마켓, 넥스트도어 등등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최근 4주 사이에 넥스트도어(NextDoor)에서 중고 물품을 몇 개 팔았습니다.
4주쯤 전에 판 물건은 커피 테이블입니다. 이런 모조 골동품 풍입니다. 집 가구를 업그레이드하면서 퇴역했습니다.
2개를 40불에 내놓았습니다. 20년 전 땡처리 전문 마트에서 구입한 가격의 1/10입니다.

이틀 만에 사겠다는 사람이 나와서, SUV 뒤에 담요를 깔고 잘 실어서 인근 마트 주차장에서 만났습니다. 차에서 하차시켜서 다리 부분이 (극초기형 접촉식) 로봇 청소기에 부딪쳐서 까졌기 때문에 잘 보여드렸는데, 매수자는 그럴 수 있다면서 쾌히 넘어갔습니다.
현금 40불을 받고 그 아주머니 SUV 뒤에 잘 실어드렸지요. 잘 사용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스토리가 있는 물건을 사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고 말하고 떠났습니다.
중고로 처분하는 이유는 버리기에 아깝기 때문입니다. 저것을 중고로 버리면 필요한 누군가 (그 아주머니)는 새것을 살 것이고, 새것을 만들기 위해 자원이 소모될 것이니까요.
그리고 중고로 잘 거래되는 물건은 일반 SUV에, 혼자서 운반 가능한 적당한 크기여야 하더군요. 같이 내놓은 대형 TV 장식장은 값을 20불까지 떨어뜨렸는데도, 절대 혼자 가져갈 수 없는 크기였기 때문에 결국 팔리지 않아서 쓰레기로 버렸습니다.
그 다음, 1주 전에는 아래 인터넷 사진 같은 캡슐 커피메이커를 팔았습니다. 제 딸이 대학교 신입생으로 기숙사에 들어갈 때 사준 기계인데, 방에서 만들어 먹기보다는 친구들하고 대학촌 카페에 걸어 나가는 것을 선호하더군요. 그래서 거의 새것인 채로 남았습니다. 심지어 박스에 들어있던 무료 캡슐조차도 다 사용하지 않았지요.

정가가 110불 정도인데, 20불에 내놓았습니다. 제가 구매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마트와 달리) 반품도 불가하고, AS도 없고, 구입했더니 고장났었을지 모르는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구매자가 신품가의 25% 이상은 지불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것거든요. 저는 집에 몇 년째 먼지만 쌓이고 있는 물건을 처분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이번에 가구가 팔리는 것을 보고 먼지 쌓여가는 커피메이커도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스까지 제대로 다 있는 물건을 25불에 내놓았는데, 날개돋힌듯 팔리지 않더군요. 일주일쯤 지나서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이번에도 또 마트 주차장에서 만났습니다.
아우디 Q5를 타고 오신 중동 아주머니가 필라테스 운동 복장을 하고 오셨더군요. 악수를 하고 인사했습니다. 미국은 남녀간에도 악수하며 인사를 하는 것이 극히 일반적이거든요.
아주머니는 자신이 커피를 좋아하는데, 마침 이 물건을 내놓아줘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커피 메이커는 상태를 보여드리기 위해 일부러 박스에 넣지 않고 다른 종이 가방에 넣어 가져갔었고, 종이 가방에서 빼서 물건 상태를 보여줬습니다. 박스는 따로 열어서 안에 들어있는 설명서와 무료 캡슐까지 보여줬고요. 아주머니는 만족스러워하며 20불을 주고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메시지가 와서 아주 잘 작동한다고, 고맙다고 하더군요.
오늘은 지하실에서 먼지만 뒤집어쓰던 55" TV를 팔았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교회 속회 모임 같은 것을 하면 손님들의 아이들은 (인테리어 공사가 된) 지하실에 내려가서 놀라고 할 때 만화영화를 틀어주거나 비디오 게임을 하던 TV 였습니다. 아이들이 커 가는 끝물에 새로 사서 별로 사용하지 못한 TV입니다. 50불에 내놓았습니다. 신품이 220불 정도 하네요. 이것도 25% 원칙으로 값을 책정했습니다.
그런데 50불에는 사 가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40불로 내리고서도 일주일 정도 지나서 오늘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TV 다리 탈거하고, 쿠션 스폰지 위에 눕혀서 SUV에 싣고 갔습니다. 쿠션 스폰지 위에 올리니까 TV가 여간해서는 이리저리 미끄러지지 않는 부가적인 장점도 있네요.

이번 구매자는 흑인 아저씨입니다. 가족과 함께 나오셨네요. SUV 뒷자리 중 한쪽만 접어서 실었습니다. 제가 실을 때 TV 손상을 막기 위해 깐 쿠션 스폰지도 같이 주겠다고 미리 메신저로 이야기했고, 팔 때 줬습니다. TV 테두리가 혹시나 상하지 않게 포장용 비닐 랩으로 감았으니까 가져갈 때 흠집 생기는 일 없이 깨끗하게 잘 쓰겠지요.
중고 거래는 제 집에서는 먼지만 쌓이고 있는 물건을 치워버려서 좋고, 사는 사람은 싼 값에 장만할 수 있고,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모두는 만나서 기분좋게 인사하고 갈 수 있어서 보람찬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개러지 세일이 이런 역할을 했는데, 저도 해 봤지만 개러지 세일은 고객 숫자가 적고, 물건의 가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사 가기 때문에 더욱 헐값에 팔아야 겨우 팔리고, 하루나 이틀동안 종일 지키고 있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는데 중고거래 사이트는 그런 면에서 참 편리합니다.
나누거나 새 생명을 준다는 느낌보다는, 손해 안보고 최대한 받는다 (조금 속일지라도) 이런 느낌이 있어서.
내 노력이 드는데 이 가격에 팔꺼라면 집에 쌓아 두거나 차라리 버린다 ㅋㅋㅋ 느낌도 있구요.
이런 재사용 문화도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방식 같네요.
그런데, 안 팔리는 물건은 여기서도 안 팔립니다. 위 이야기의 TV 장식장도 그렇고, 아이들 인라인 스케이트도 5불에 내놓았는데도 안 팔리더군요. 착용하는 물건이라서 그런건지, 인라인 수요가 완전히 죽어서 그런건지 모르겠습니다.
바다건너 잔잔한 생활속의 이야기 늘 잘 읽고 있습니다.
저도 좀 더 신경써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