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유시민 작가와 관련해 베버가 살짝 화제가 되어서
베버의 정치인에 관한 사고를 간략하게 정리하고자 합니다
베버의 사고는 '지배'를 가능하게 하는 '정당성'의 원천에서 출발합니다
베버는 정당성을 근본적으로 세 가지로 구분합니다
① 관습 ② 카리스마 ③ 합법성
이 세 가지 정당성은 현실에서는 뒤섞여 있지만 비중을 구분할 수 있으며
전근대에서 근대로 올 수록 ①, ②, ③ 순으로 비중이 커집니다
특히 베버는 현대 관료사회에서는 ③이 독주하고 있으므로
②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판단합니다
이는 근대사회로 올수록 국가기구와 행정의 역할이 비대해졌기 때문입니다
오직 법률이 정해준 범위에서만 지배의 권한과 책임을 갖는 이들
여기에는 우선 공무원들이 해당합니다
그런데 베버는 현대의 정당 또한 자체적으로 복잡화된 행정기구라고 파악합니다
따라서 공무원 즉 행정관료 외에, 정당에도 그와 상응하는 이들, 정당관료(Parteibeamten)들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정당은 지도자와 정당관료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은 모두 '본업 정치가'입니다
지도자의 정당성이 카리스마에 기반하며, 정치를 ‘위해(für)’ 산다면
정당 관료의 정당성은 합법성에 기반하며, 정치에 ‘의해(von)’ 삽니다
모든 지배경영(Herrschaftsbetrieb)은 행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지도자와 관료의 결합이 필수적입니다
이 결합은 지도자가 관료의 이해관계를 보장함으로써 확보됩니다
관료는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호소하는 두 개의 수단, 즉
ⓐ 물질적인 보상과 ⓑ 사회적인 명예 때문에 지도자에게 복종합니다
반대로 ⓐ와 ⓑ를 보장할 수 없는 지도자는 관료의 충성을 받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베버는 모든 정당 간의 투쟁은 “본질적인 목표를 위한 투쟁일 뿐만 아니라 특히 관직수여권(官職授與權)을 위한 투쟁”이라고 말합니다
베버는 정치지도자의 도덕과 관료의 도덕을 구분합니다
관료의 정당성은 합법성에서 나오며, 합법성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가 개인적 이해관계를 추구하는 것은 오히려 도덕적입니다
이상적으로 보았을 때, 관료의 임무는 비정치적이고 비당파적인 행정이기 때문입니다
관료가 정치지도자와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할 때, 행정 질서는 교란되고 붕괴됩니다
반대로 정치지도자가 관료의 도덕성을 지니는 것도 재앙이 됩니다
이처럼 베버는 정당 또한 하나의 행정기구라고 보면서
그 안에서 정당 지도자와 정당관료
정치를 '위해' 사는 이들과, 정치에 '의해' 사는 이들의 역할을 구분합니다
베버는 오직 신념과 책임을 동시에 갖춘 지도자만이
경직되고 무사안일에 찌든 관료주의를 뚫고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지도자 또한 자신의 성공을 위해선 자신만의 관료가 필요합니다
이들의 이해관계, 즉 물질적 보상과 사회적 명예를 보장함으로써만
지도자는 자신의 정당 행정기구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정당을 단순히 신념이나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이 모인 동아리가 아니라
관료화가 온 사회 곳곳에 퍼지고 일반화된 근대에서는
그조차도 하나의 행정기구의 일종으로 파악한 데 베버의 독창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