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정책실장의 페북 메시지입니다.
더 강한 통제가 아니라 절제하면서 정교한 운영을 해야한다는 내용입니다.
"해법은 ‘절제’에 있다"
"이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더 강한 통제가 아니라 정교한 운영입니다."
"끊어서는 안 되는 흐름을 구분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국내 안정과 국제 신뢰를 동시에 관리해내는 일입니다."
"조정하고, 선택하고, 감내해야 합니다."
<격변 속의 균형: 중동발 공급충격이 던지는 질문>
2020년, 팬데믹의 시작부터 그 한복판을 현장에서 통과했습니다. 당시 기획재정부 제1차관으로서 초기 대응에서 속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절실히 체감했습니다. 동시에 위기 대응은 속도만으로 완결되지 않으며, 결국 성패를 가르는 것은 ‘균형’이라는 점을 뼈저리게 배웠고, 그 기록을 『격변과 균형』(2022)에 담았습니다.
지금 중동 상황은 그 기억을 다시 불러냅니다.
공급망 충격은 언제나 예상보다 빠르고, 생각보다 깊게, 그리고 더 멀리 퍼집니다.
국지적이지만 가볍지 않은 충격
팬데믹은 모든 것이 동시에 멈춘 ‘면(面)의 충격’이었습니다. 반면 이번 위기는 에너지와 기초 소재라는 특정 고리를 겨냥한 ‘점(點)의 충격’입니다.
시장은 비교적 차분합니다. 정부와 업계도 수입선 다변화와 비축 물량으로 1차 방어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점의 충격은 작아 보이지만, 공급망을 타고 확산되면 결국 면으로 번집니다.
최근의 나프타 수급 불안은 그 전조입니다.
‘닫아걸기’의 유혹과 리스크
정부는 나프타 수출 통제를 선택했습니다. 국내 생산 기반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입니다. 상황이 깊어질수록 다른 석유화학 품목으로 통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질 것입니다.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입니다.
수출 통제는 국내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국제 문제를 만들어냅니다.
공급망은 국경 안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한쪽을 막으면 다른 쪽에서 균열이 생깁니다.
파트너 국가의 생산 차질은
핵심 광물, 에너지, 식량 등 우리가 의존하는 영역의 교란으로 되돌아옵니다.
닫아거는 순간, 충격은 밖으로 퍼지지 않고 우리에게 되돌아옵니다.
위기 때의 수출 통제는 오래 기억됩니다. 공급이 끊겼던 경험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정책적 기억으로 남습니다. 사태가 끝난 뒤에도 그 기억은 거래 관계의 방향을 바꾸고, 때로는 보복과 대체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해법은 ‘절제’에 있다
이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더 강한 통제가 아니라 정교한 운영입니다.
국내적으로는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대외적으로는 전략적 파트너와의 신뢰를 유지해야 합니다.
모든 것을 끊는 것이 아니라,
끊어서는 안 되는 흐름을 구분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결국 관건은 하나입니다.
국내 안정과 국제 신뢰를 동시에 관리해내는 일입니다.
이번에는 ‘백신’이 없다
팬데믹에는 백신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출구가 열릴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다릅니다.
지정학과 에너지 갈등에는 정해진 해법이 없습니다.
기다린다고 끝나지 않습니다.
조정하고, 선택하고, 감내해야 합니다.
지금은 과학이 아니라 정책의 시간입니다.
벼랑 끝에서의 선택
지금 필요한 것은 멈추는 브레이크가 아닙니다.
방향을 바로잡는 일입니다.
나프타를 지키려다
리튬과 에너지라는 더 큰 흐름을 잃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소탐대실입니다.
위기는 언제나 선택을 강요합니다.
속도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결국 결과를 가르는 것은 방향입니다.
2020년의 경험이 남긴 교훈은 단순합니다.
위기일수록 필요한 것은 본능이 아니라 전략적 절제입니다.
지금의 선택이, 다음 위기의 크기를 결정합니다.
그런데 정책 당사자의 문체가 아니라 컨설턴트나 리포터의 문체라... 증권사 애널 리포트 읽고 있는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