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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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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026-03-28 13:51:35 수정일 : 2026-03-28 13:51:52 14.♡.17.154
everman

무언가 형용할수 없는 감정들이 자꾸만 울렁거려 진단을 좀 부탁드리려 하는데요


중년이 된 어느날 문득 어린시절 무심코 지나쳤던 강아지들이 생각났어요.

학교 다녀오면 꼬리치며 반겨주었고, 또래들이 위해를 가하려하면 지켜주었고, 딱히 재미있었던 추억은 기억에 없지만 

아마 추억이 없었던것은 아닐테고 기억에서 지워졌다고 생각해요. 

총 네번은 키운것같은데 해피, 메리 두마리밖에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아요.


그러다가 학교 다녀왔더니 

복날 없어지기도, 쥐약 먹은 쥐를 잡고 죽어 있기도 했고 어쩌면 그 시대 개들의 일상이었던터라 하루쯤 울고불고  한 기억들이 

점차 모아져 그 미안함이 점점 커져갔고

미안함에 대한 보답이라고 해야할까  ...어릴때 잘해주지 못한 점에 대해 비록 갚아지는건아닐테지만

그것을 대신할 한마리를 입양하여 제대로 보살펴줌으로써

서로에게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입양한 강아지.

여리고 쪼끄만한 갓태어난 푸들이었어요

많은걸 바라지 않았어요.

잘먹고 잘싸고 잘놀며 잘자고 건강하기만 해라


비용도 솔찬히 들어갔어요. 건강관리, 치아발치,중성화 수술, 뛰어놀다가 허리삐끗, 고관절이탈, 미용, 애견 놀이터,좋은사료, 건강에 좋은 간식, 비타민  등등

무엇을 하든 사람보다도 더 고비용이 들어갔고 그것은 돈으로 메우면 되는 쉬운일이었어요

문제는 분리불안.

외출을 할때도 외식을 할때도 집에 놓고 가기에도 마음에 걸려서 함께 이동하지만 결국 자동차안에서 지키나 집을 지키나 매한가지였거든요. 결국 외출이나 외식을 줄이는 결과가 되었고 생전하지도 않던 산책을 하게 되었고, 점점 장거리가 되자 자전거에 ..싣고다닐 바구니에...타이어 공기압 채우는 기구에 ...


미안함의 보답으로 시작하여

거추장스러운 혹같은 존재였다가

하나의 악세사리와 같이 아끼고 살피면서

일상의 일부분이 되었고

그렇게 짧고도 긴, 길고도 짧은 12년이 흘렀어요


너무 잘먹여서 그런지 당뇨가 왔고, 매일 인슐린을 주사해야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내장에 실명까지 ..

앞이 보이지 않자 분리불안은 더욱 심해졌고

결국 먹은것을 궤어내며 소화장애까지

그렇게 식음을 전폐하더니 2일만에 기력이 쇄진하여

안되겠다 싶어 병원에 데려가기전 왠지모를 느낌이 왔어요


아주 잠시지만 함께했던 산책로를 구경시켜주고 잠시 함께 걸어도보고

좋아하던 드라이브로 콧바람도 씌어주고 ..

그게 다였나봐요.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맥없이 고개를 떨구더니 인사도 없이 가버렸어요

급히 심폐소생술을 해보았지만 의사는 이미 늦었다는 말뿐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온기는 그대로인데 숨은 안쉬고 금방이라도 반응을 할것같은데 대답은 없고

영혼이 남아있다면 아직은 내 말이 들릴것같아 걱정하지말고, 염려하지말고, 괜찮다고, 우린 곧 다시 만날거라고

화장터에 들어가기전까지 거짓말만 되뇌었어요


방금까지 곁에 있던 하나의 존재가 작은 상자에 담길 뼛가루가 되어 쥐어졌을때

그 상자를 가지고 집에 왔을때,  그 상자와 아무일도 없었던듯 맑은 바깥경치와는 대조가 되더군요

그래서 하소연, 푸념, 넋두리 어떤 말이라도 내안에 담아놓기보다 흔적이라도 남겨놓는것이 이 얘가 존재했었고,

위안이 되었었고, 고마웠었고, 더 잘해주지못해 미안했다라는 진심을 이렇게라도 전할수 있는 표현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글쓰기전엔 여기저리 통증아닌 통증이 산발적으로 생겼었는데 말미로 갈수록 생각이 정리되고 심적 안정도 찾아지는것 같네요

두서없이 긴 글 읽어주신분들로 하여금 이것이 애도가 되고  애도는 슬픔을 분산시키고 감당할수 있는 의지로 남은 생을 또 채워나가게 될것이니 이 마음을 표현할수 있는 클리앙이 있음에, 또 공감까지는 아니어도 읽어주시는분이 계심에 고맙고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해봅니다. 이 무게를 나눠주셔서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everman 님의 게시글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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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4]
LeChatNoir
IP 59.♡.245.156
03-28 2026-03-28 14:12:18
·
김소연 시인의 시 한편으로 위로의 글을 대신합니다.

미래가 쏟아진다면 / 김소연


나는 먼 곳이 되고 싶다

철로 위에 귀를 댄 채
먼 곳의 소리를 듣던 아이의 마음으로

더 먼 곳이 되기 위해선 무얼 해야 할까
꿈속이라면 아이가 될 수도 있다
악몽을 꾸게 될 수도 있다

몸이 자꾸 나침반 바늘처럼 떨리는 걸로 봐서
무슨 잘못을 저질렀을까봐 괴로워하면서
몸이 자꾸 깃발처럼 펄럭이는 걸로 봐서
어리석은 사랑에 빠졌을까봐 괴로워하면서

무녀리로 태어나 열흘을 살다 간
강아지의 마음으로
그 뭉근한 체온을 안고 무덤을 만들러 가는
아이였던 마음으로

꿈에서 깨게 될 것이다
울지 마, 울지 마
라며 찰싹찰싹 때리던 엄마가 실은
자기가 울고 싶어 그랬다는 걸
알아버린 아이가 될 것이다

그럴 때 아이들은 여기에 와서
모르는 사람에게 손을 흔든다

꿈이라면 잠깐의 배웅이겠지만
불행히도 꿈은 아니라서 마중을 나온 채
그 자리에서 어른이 되어간다
마침내 무엇을 기다리는지 잊은 채로

지나가는 기차에 손을 흔들어주는
새까만 아이였던 마음으로

지금 나는 지나가는 기차가 되고 싶다

목적 없이도 손 흔들어주던 아이들은
어디에고 있다는 걸 알고 싶다
디케이74
IP 211.♡.97.95
03-28 2026-03-28 14:16:04
·
그친구는 행복하게 살다 갔겠네요...
기운내시길...
두리누루
IP 211.♡.53.179
03-28 2026-03-28 17:43:36
·
수필작가분의 글 같이 소소한 감정과 감동이 있는 글이네요..남은 많은 시간도 좋은날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everman
IP 14.♡.17.154
03-28 2026-03-28 19:21:38
·
@두리누루님 참고 참았던 눈물이 쏟아져버렸네요. 12년의 기록을 다 담을수 없기에, 또 누군가도 같은 아픔을 겪을수 있기에 자제하고 자제하였는데 누군지도 모르는 어떤 상황인지도 자세히 알수없음에도 이렇게 공감해주시는것이 아주 큰 위안이 되고 치유가 되고 다시 삶을 지탱할 큰 힘이 됨에 감읍하고 감사할따름입니다.
저역시 타인의 아픔과 슬픔에 대해 깊은 공감을 하지못하고 어쩌면 그 슬픔이 전이될까 두려워 형식적이었던 점에 반성하며 위안이되는 도움이 되는 그런 공감이 선순환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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