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법인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상장사들이 정관 변경에 나서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경영 효율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집중투표제 등 개정 상법의 영향을 줄이고 지배주주의 경영권을 강화하려는 조치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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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띄는 곳은 카카오다. 기존 ‘3명 이상 11명 이하’였던 이사 수를 ‘3명 이상 7명 이하’로 줄였다. 셀트리온 역시 15인이던 상한을 9인으로 축소했으며, 하이트진로는 상한을 13명에서 5명으로 낮췄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집중투표제 도입 시 소액주주가 결집해 자신들이 지지하는 이사를 선임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중투표제에서는 선임할 이사 수가 많을수록 소액주주가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집중해 최소 1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이사 정원이 줄어들면 이사 1명을 선임하는 데 필요한 지분율이 높아져 소액주주의 이사회 진입 문턱이 올라갈 수 있다.
일부 기업은 외부 인사의 이사회 진입 요건을 강화할 수 있는 이사 자격을 정관에 명시했다. 효성중공업과 효성티앤씨는 이사 후보 자격으로 △그룹사 3년 이상 경력 또는 △재임 이사 3분의 1 이상의 추천을 요구하는 조건을 신설했다. 이에 대해 소액주주가 추천한 외부 전문가의 진입이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현주 법무법인(유) 한누리 변호사는 “그룹사 경력이나 기존 이사의 추천 등이 필수 요건으로 작동할 경우, 지배주주와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후보는 후보군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며 “형식상으로는 열려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외부 인사의 진입 장벽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사 임기를 ‘3년 이내’로 유연하게 설정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삼성전자와 GS 등도 이 같은 변경을 도입했으며, 이는 특정 이사의 임기를 상대적으로 짧게 설정하거나 이사진 교체 시점을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집중투표제로 선임된 이사가 있더라도 이사회 내 영향력이 빠르게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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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올해 주주총회는 개정 상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유리한 환경을 선점하기 위해 정관을 먼저 정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며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는 일반주주가 지배주주의 영향력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인데 이사 정원 축소나 시차임기제 등이 확산될 경우 제도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관은 모든 주주의 권리 구조를 규정하는 중요한 규범”이라며 “주주권을 제한하는 방향의 변경이 이어질 경우 자본시장 신뢰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노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기관투자가와 금융당국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유경 전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APG) 신흥국 담당 대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서는 법·제도 정비뿐 아니라 시장 참여자와 금융당국이 함께 거버넌스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며 “제도 도입 이후에도 관행이 정착되지 않으면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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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들은 말 안들어요.기업들이 스스로 하도록 지켜보기 보다는 강력하게 법으로 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