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대흥행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은 확실히 명분을 중요시하는 사회라는 점을 새삼 느낍니다.
수백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세조가 욕을 먹는 이유에는, 그가 벌인 쿠데타에 아무 명분이 없었다는게 한 몫 하는 것 같습니다.
영화 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선, 깡패 조폭들도 일을 벌일 때 명분을 찾습니다. 이탈리아 마피아나 일본 야쿠자들이 보면 의아해할 것 같아요. 나이트 쳐들어가는데 왜 명분이 필요하지?
1998년 일본 교토대학 교수 오구라 기조가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라는 책을 쓴 적 있는데요. 이 책에서 한국사람들은 누구나 '도덕 쟁탈전'을 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일본인의 눈에 봤을 때 이게 신기했을 것 같아요. 도쿠가와 막부가 정권을 잡을 때 아무도 그 명분이 뭔지를 따지진 않잖아요.
실은 이 글을 쓰는 저 자신도 명분을 중요시합니다. 국제 뉴스 볼 때마다 명분이 있냐 없냐로 착한 놈 나쁜 놈을 구분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트럼프는 진짜 개망나니입니다. 저도 한국인 유전자를 타고 난건지, 후천적으로 그렇게 영향을 받은 건지 모르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