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인지심리학자 피아제의 개념—스키마, 동화, 조절, 균형과 불균형—은 우리가 경험을 통해 인식을 확장해 가는 과정을 잘 보여줍니다.
유아는 ‘차’라는 도식을 만들고, 다양한 자동차를 그 안에 넣으며 분류합니다. 그러나 트럭이나 트레일러처럼 기존 도식에 맞지 않는 대상을 만나면 혼란을 느낍니다. 이때 인지는 잠시 멈추고(불균형), 차이를 탐색합니다. 결국 기존 도식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도식을 만들어 다시 균형을 회복합니다. 이 과정이 곧 인지 발달입니다.
이 메커니즘은 성인에게도 동일하게 작동합니다. Leon Festinger의 연구가 보여주듯, 생각과 행동의 불일치는 불편함을 낳고, 우리는 이를 해소하려 합니다. 때로는 구조를 확장하기보다 해석을 바꿔 빠르게 봉합합니다. 그 결과, 균형은 유지되지만 사고는 확장되지 않습니다. 쉽게 이해된 순간, 사고는 멈춥니다.
정치적 도식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한 도식은 이해를 쉽게 만들지만, 복합적인 현실을 담지 못합니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 정치는 강한 진영과 언어의 대립 속에서 단순한 도식을 강화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많은 사람들이 그 틀로는 현실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 감각이 바로 인지적 불균형이며, 곳곳에서 그 징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것은 이미 대한민국의 정치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입니다. 피아제의 아이가 트럭 앞에서 멈추는 순간처럼, 기존의 틀이 흔들리는 지점이며, 새로운 이해의 틀이 필요한 시간입니다.
불편하다고 성급히 기존 도식으로 봉합하기보다, 더 확장되고 통합적인 도식을 찾을 때까지, 피아제의 아이처럼 좀 더 관찰하고 생각하기를 바랍니다. 왜냐면 그 간극을 견디는 사람이, 새로운 언어를 만들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