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탄으로 민주주의를, 미사일로 자유를 가져올 수는 없다."
이란 테헤란 출생의 시아바시 사파리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교수가 지난 몇 주 동안 수없이 되뇌어 온 문장이다. 이란에서 걸려 온 어머니의 1분 남짓한 전화를 받으며, 소식이 닿지 않는 가족들을 떠올리고 연이어 전해지는 전쟁 뉴스를 지켜보면서 말이다. 14일 오전 <오마이뉴스>는 그와 전화인터뷰를 진행했다.

- 이란 공습 이후 이란에 있는 가족, 지인들과 연락이 가능한 상황인가. 어떤 대화를 나눴나.
"전쟁이 시작되고 연락하는 게 어려워졌다. 인터넷은 차단됐고, 외부에서 이란으로 전화를 하는 것도 제한됐다. 종종 어머니께 연락이 오지만, 1~2분 만에 끊긴다. 그래서 다른 친척들과는 소식을 주고받지도 못했다. 현재 내 부모님은 테헤란에 거주하는데 삶의 모든 면면이 무너진 상황이다. 그들은 70대 고령인 데다 차량이 없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없는 상황이다. 테헤란에 폭격이 벌어졌을 당시, 내 부모님은 집에서 폭발 섬광과 폭발음을 모두 겪었다. 당시 충격이 컸던 탓에 현재 그들은 창문이 없는 거실에서만 주로 생활하고 있다. 생기가 넘쳤던 테헤란 거리는 완전히 유령도시처럼 변해 일부 식당, 약국 등만 문을 열었다고 한다. 전쟁이 길게 이어진다면 내 부모님이 평소 복용하시던 심장 질환 관련 약을 구하지 못할까 너무 걱정된다."
-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이란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린다는 보도가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지탄하는 반응이 있는 한편, 정권 교체를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 이 상황을 진단한다면.
"자연스러운(normal)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처럼 이란도 사회적, 정치적, 종교적 다양성을 내포한 사회다. 이와 관련해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한국에서 주말마다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가진 시위가 광화문에서 열리듯 이란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한 적도 있다. 다만 보도 과정에서 특정 입장만 다루거나 일반화하는 경우가 있어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대다수의 이란인은 이 전쟁에 반대하면서 동시에 이란 정부에 대해서도 항의하고 있다.
나는 이번 전쟁이 이란 내부에 긍정적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좋지 않은 상황을 악화시켰을 뿐, 그간 이란 내부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이어져 온 투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이번 사태를 두고 "전쟁", "공습", "공격" 등 세계적으로 전문가, 언론사마다 정의하는 방식이 다르다. 이를 어떻게 정의해야 한다고 보는가.
"나는 불법 침략 전쟁(an illegal war of aggression)이라고 생각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정당한 이유 없이 전쟁을 일으켰다. 이를 두고 '선택에 의한 전쟁(a war of choice)', '특별 군사 작전(special military operation)'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전쟁은 어떠한 정당성도, 법적 근거도 없는 전쟁이다. 국제법을 어긴 불법적인 행위라고 보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불법적인 공격(unlawful attacks)'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 이 사태의 핵심인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어떻게 지켜보고 있는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자신을 반전(反戰) 후보로 내세웠다. 그는 그간 미국이 행한 끝없는 전쟁을 비판했고,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더 이상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학살을 방관하고, 베네수엘라를 침공하는 등 이미 여러 차례 스스로 전쟁을 일으켰다. 이란 전쟁까지 고려한다면 사실상 '전쟁 옹호적인(pro-war)' 인물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전쟁이 쉽게 끝날 것으로 예측했겠지만, 우리는 그것이 심각한 오판이자 실수임을 안다. 이번 사태를 비롯해 전쟁에서 이익을 얻는 것은 극소수 상위 기업에 불과하다. 전 세계 시민들이 전쟁의 여파와 힘듦을 껴안아야 한다는 것이 현실이다."
- 마지막으로 이 사태를 한 줄로 요약한다면. 그리고 당부할 것은.
"지난 몇 주 동안 계속 사용했던 문장이다. '폭탄은 민주주의를 가져오지 않는다. 미사일로 자유를 얻을 수는 없다.' 이번 전쟁으로 이란인, 중동, 세계 사회 어디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란 스스로 민주주의와 자유를 되찾을 날을 늦췄을 뿐이다. 또한 국제법을 전혀 따르려고 하지 않는 전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위험한 상황에 우리 모두가 놓였다.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부디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달라. 특히 한국에서 전쟁에 반대하는 활동가들과 시민들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내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부디 도덕적, 윤리적 책임감 속에 이 사안을 봐달라. 또한 이란 전쟁을 단면이 아닌 문화적, 역사적 흐름 속에서 함께 지켜봐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