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 쪽 주장은 대략 이렇습니다.
“같은 선거구, 같은 유권자들이 며칠 차이로 투표한 것인데 왜 사전투표와 본투표의 표심이 이렇게까지 다르냐. 특히 어떤 선거에서는 특정 정당이 사전투표에서만 유독 강하고, 서울·인천·경기처럼 넓은 지역에서 비슷한 비율이 반복되니 자연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식입니다. 실제로 2024년 총선 부정선거 고발에서도 고발인은 “사전투표와 본투표 차이가 15~20% 나 대수의 법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고, 2020년 총선 뒤에는 서울·인천·경기의 사전투표 상대 득표율이 이른바 “63 대 36”으로 수렴했다는 주장이 널리 퍼졌습니다.
이 주장이 사람들에게 강하게 먹히는 이유는, 말이 굉장히 과학적으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느낌이 이상하다”가 아니라 “수학 법칙을 어겼다”고 말하니, 듣는 사람은 마치 물리 법칙을 어긴 것처럼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더구나 그래프나 숫자를 붙이면 훨씬 그럴듯해집니다. 전한길이나 그와 비슷한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듭니다. “서버를 아직 못 열어도, 숫자만 봐도 이상하다”는 식으로 통계를 일종의 간접 증거가 아니라 거의 직접 증거처럼 다루는 겁니다. 실제로 전한길은 2025년 사전투표 규칙 개정을 요구하면서 사전투표 전반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며 “이대로면 99% 부정선거”라고까지 말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대수의 법칙은 아무 큰 숫자에나 자동으로 적용되는 만능 공식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같은 모집단에서 무작위로 뽑힌 표본들이 충분히 커질수록 전체 평균에 가까워진다는 종류의 이야기입니다. 즉, 이 법칙을 쓰려면 먼저 비교하는 두 집단이 정말 같은 모집단에서 무작위로 갈라진 집단인지를 따져야 합니다. 이 조건이 깨지면, “큰 수니까 비슷해야 한다”는 결론 자체가 바로 나오지 않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법원·수사기관·팩트체크들이 공통으로 지적한 핵심입니다. 사전투표자와 본투표자는 동일 집단의 랜덤 샘플이 아니라, 애초에 스스로 다른 시점을 선택한 사람들입니다. 한국일보 팩트체크는 이 주장을 설명하면서 유경준 전 의원의 말을 인용해, 사전투표자와 본투표자는 전체 투표자에서 무작위나 임의로 분리된 것이 아니고, 정당의 사전투표 독려 여부와 유권자 성향 차이가 결과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MBC도 2025년 대선 보도에서, 사전투표와 본투표의 표심 차이는 최근 음모론이 생기기 전부터 존재했고, 연령대별로도 사전투표·본투표 참여 패턴이 달라 “같은 사람들이 하는 게 아니라는 게 증명된 겁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걸 쉬운 말로 바꾸면 이렇습니다. 사전투표를 하는 사람은 대체로 미리 끝내고 싶은 사람, 당일 일정이 불안한 사람, 캠프가 사전투표를 적극 독려한 쪽 지지자, 거주·직장 여건상 미리 투표하는 사람이 많은 집단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본투표를 택하는 사람은 “투표는 당일에 해야 한다”는 선호가 있는 사람, 사전투표를 덜 신뢰하는 사람, 정치 성향상 본투표 참여 비중이 높은 집단일 수 있습니다. 이러면 두 집단은 규모가 아무리 커도 비슷해질 이유가 없습니다. 큰 수라는 이유만으로 같아져야 하는 게 아니라, 비슷한 사람들을 무작위로 쪼갠 경우에만 비슷해질 가능성이 커지는 겁니다. MBC는 실제로 2017년 대선에서도 문재인 후보가 사전투표에서는 더 높고 본투표에서는 더 낮았고, 2022년 대선에서도 이재명 후보는 사전투표에서 앞서고 윤석열 후보는 본투표에서 앞서는 식의 차이가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이 패턴은 전한길류 주장이 크게 부각되기 전부터 관찰된 현상입니다.
부정선거론에서 아주 상징적으로 쓰이는 “63 대 36”도 자세히 뜯어보면 생각보다 단단한 증거가 아닙니다. 동아사이언스는 2020년 총선 뒤 이 논란을 분석하면서, 애초에 두 후보의 상대 득표율을 보여주는 방식 자체가 100%가 되지 않는 이상한 표시이고, 소수점 이하를 잘라내면서 “사라진 1%”가 생겼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기사에 따르면 그렇게 버려진 숫자를 되살리면 서울은 64 대 36, 인천과 경기는 63 대 37이 되어,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세 지역이 완전히 똑같은 비율이 나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즉 “우연히 같을 수 없는 수치가 완벽하게 반복됐다”는 인상이 실제 수치 처리 과정에서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면, 왜 이런 주장이 계속 힘을 얻는지도 보입니다. 이 논리는 사실 “설명되지 않는 현상 = 조작”이라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통계에서는 설명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곧바로 조작을 뜻하지 않습니다. 특히 선거처럼 유권자의 선택, 시점 효과, 동원 전략, 지역별 정치 지형, 세대별 참여 방식이 동시에 작용하는 현상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통계는 보통 출발점일 수는 있어도, 종착점은 아닙니다. 다시 말해 “이 수치가 이상하니 로그를 열어보자, 절차를 점검하자”는 요청은 가능하지만, “이 수치가 이상하니 조작이 입증됐다”는 도약은 별도의 증거 없이는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대법원 판단도 정확히 이 지점에서 선을 그었습니다. 2022년 판결에서 대법원은, 사전투표와 당일투표 결과가 이례적으로 보인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선거무효 사유의 존재를 의심하게 하는 정황 주장일 뿐, 그 자체만으로 구체적인 규정 위반이나 선거무효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더 나아가 대법원은 사전투표자와 당일투표자의 정당 지지 성향 차이, 사전투표율, 선거일 당시 정치 판세에 따라 특정 정당 후보의 사전투표 득표율이 당일투표보다 높거나 낮게 나타날 수 있으며, 그것이 이례적이거나 비정상적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했습니다. 또 정당별 후보자 간 사전투표 득표 비율이 유사하다는 사정만으로 경험칙에 현저히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이건 사실상 “통계가 수상해 보여도, 그것만으로는 법적으로 아무것도 입증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수사기관도 비슷한 취지였습니다. 2024년 총선 관련 고발 사건에서 경찰은, 고발인이 제기한 “사전투표와 본투표 차이가 커 대수의 법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에 대해 사전투표는 그 자체가 모집단에 해당해 이 법칙을 적용할 수 없다고 봤고, 결국 관련 혐의는 불송치됐습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검찰도 추가로 확인할 만한 사정이 없다고 보고 공소시효 전에 기록을 반환했고, 경찰은 최종 종결 처리했습니다. 즉 최근에도 이 논리가 실제 고발과 수사 단계까지 갔지만, “통계 차이”만으로는 형사적·법적 입증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입니다.
선관위도 이 문제를 별도 팩트체크 항목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2026년 3월 기준 선관위 부정선거 팩트체크 목록에는 “'대수의 법칙'에 어긋난 사전투표와 선거일 투표 결과? 사실을 알려드립니다!”라는 항목이 따로 올라와 있습니다. 선관위가 굳이 이 주제를 별도 항목으로 분리한 것 자체가, 이 의혹이 얼마나 반복적으로 제기되는지를 보여줍니다. 동시에 그만큼 “많이 회자되지만, 공식적으로는 반복 반박되는 주장”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믿고싶은 것만 믿으면 아무리 논리로 말해도 소용이 없더라구요 슬프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