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도 언급했지만, 저는 사법개혁의 핵심은 사법기관에 외압이 작동할 수 없게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형 로펌이 전관을 매수하고 기업이 판검사를 관리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사법기관을 자신들이 좌지우지하겠다는 겁니다. 그것이 외압입니다. 외압의 목적은 수사단계에서 자신들의 불법행위를 무마(불기소)하고, 나아가 기소가 되더라도 재판에서 그들이 원히는 결과를 얻기위한 것입니다. 또한 내부적 외압은 대통령을 정점으로 사법부 수장, 검찰총장, 대법원장 등 정치권력이 외압의 주체가 됩니다. 이 외압의 폐해가 정치검찰입니다
우리나라는 법원과 검찰이 외압으로부터 매우 취약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로인해 검찰과 법원의 신뢰가 떨어졌고, 공정과 정의가 무너졌다고 생각합니다.
외압이 행사되면 수사는 조작될 수 있고, 증거는 오염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사건이 완전히 다른 사건으로 둔갑하기도 합니다. 사소한 사건이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드는 큰 사건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외압이 행사되면 당연히 구속되어야 할 사람이 무죄가 되고, 집행유예로 풀려나기도 합니다.
반대로 별 것 아닌 사소한 범죄에 대해 중형이 내려지기도 합니다. 우리가 그동안 수없이 봐왔던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게 됩니다.
외압을 행사하는 이들의 입장에서 수사와 기소를 독점한 검찰조직에서는 외압의 효율이 극대화됩니다. 외압의 리스크는 거의 없는 반면에 외압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막대합니다. 멀쩡한 사람을 하루아침에 정치적 사회적으로 매장시킬 수 있으니까요.
이번 검찰개혁으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면 외압을 행사하는 길이 고속도로에서 국도로 좁혀지겠지만, 국도로 좁혀지는만큼 외압의 형태는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루트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상호견제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공소청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에 대해 반대합니다.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 지시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중수청이 이 지시를 이유없이 해태하거나 거부할 경우와 공소청이 명백한 증거와 정황에도 불구하고 이유없이 불구속 기소 결정할 경우에 대한 견제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나아가 외압을 무력화하는 방법으로 저는 이전 글에서 사건의 최종국면인 법정에서 사건에 대한 부실수사가 의심되고 증거가 오염되었거나, 검찰의 기소 내용이 명백히 허위사실에 기초한 경우 등에 대해 변호사가 판사에게 보완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법원(판사)이 이를 검토하여 보완수사를 지시하도록하면 어떨까하는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이때 보완수사는 제3의 수사기관이 맡아서 수사와 기소 전반에 걸쳐 의혹을 수사하게 됩니다.
이 의견에 대해 당사자주의에 위배되기 때문에 실현 불가능하다고 지적받았습니다.
하지만 법원 내에 보완수사심의위원회를 두어 검사측과 변호사측이 동석한 가운데 보완수사 가부를 심의하여 결정하고 그 결정에 따라 판사가 보완수사를 지시한다면 문제 없지 않을까합니다.
이후 보완수사를 통해 외압의 정황이 드러날 경우 관련자들을 엄중 징계 조치하고 외압을 행사한 자들도 법적 조치를 하면 됩니다. 이 제도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외압에 대한 강력한 통제 장치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내외부의 외압을 강력히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재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남는 문제는 법원의 개혁입니다.
우리나라 법원은 범죄에 대해 너무 관대하지 않나 하는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범죄자들에게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무게가 어떤 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하늘과 땅 만큼 차이가 벌어집니다. 이건 정말 판사운이 좋냐 안좋냐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봅니다. 이건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습니다.
판사도 외압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은 비교적 쉬운 일입니다.
배심원제도를 둔다던지, 아니면 여러명의 판사가 합의하여 판결하게 한다던지, 두 가지를 절충한 제도를 만드는 것 등입니다. 이미 여러나라에서 판사를 견제하는 제도는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런 제도를 둠으로써 외압의 효과보다 외압으로 인한 불이익이 크다면 외압이 힘을 쓰지 못하게 될 것이며, 전관도 무용지물이 될 것입니다.
사법개혁은 사법권력의 힘을 빼는게 아니라 사법권력이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주권자가 부여한 권힌을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제도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현재 당론은 이쪽이라고 흘러나오고 있긴 합니다. 아직 본격적인 논의 전이긴 하지만요.
보완수사권을 주되 제한을 두자는 의견이 정부안인 듯 하고,
둘 중 하나로 협의되지 않으려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