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민간이 아닌 공공재개발 지역입니다
여기는 제가 자주 구경 가는 곳이고
조합장(위원장?)과도 안면이 있어
재개발 사무실을 종종 들락거리곤 하거든요
이날도 무슨 얘기들이 오가나 앉아서 가만히 듣고 있었죠
때마침 70대로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오셔서
상담차 하소연을 하시더군요
사연인즉슨 이렇습니다
감정평가액이 12억 원이 나왔는데
세입자한테 내줄 전세 보증금 1억 6천만 원이
당장 수중에 없다는 겁니다
감평액 12억에서
1억 6천을 빼면 사실상 내 돈은 10억 4천만 원인 셈인데
사람들 말을 들어보니
새 아파트 분양가가 12억은 할 거라더라며 걱정하시더군요
당장 세입자 내보낼 현금도 없고 분담금 낼 돈도 없으니
새 아파트엔 못 들어갈 것 같다는 얘기였습니다
대출을 받으면 되지 않냐는 말에는
난 평생 빚지고 살아본 역사가 없어서
대출은 죽어도 싫다
빚내서 집 사는 건 생각도 못 하겠으니
그냥 아파트 들어가는 거 포기할란다 라며 고개를 저으셨습니다
이런 경우가 꽤 많은지
조합장님은 익숙한 듯 차근차근 설득하셨습니다
할머님.. 감정평가액이 12억으로 좀 적게 나온 건 맞아요
하지만 그만큼 조합원 분양가도 낮게 책정될 테니
감평액 자체가 낮은 건 큰 문제가 안 됩니다
게다가 조합원 자격으로
우선 분양을 받으시면 나중에 완공되고 나서
시세가 따블로 뛸 텐데
포기하시면 오히려 손해세요
당장 현금이 없으시면 대출을 받으시면 됩니다
여기 조합원 90% 이상 다 그렇게 대출받아서 해결하세요
대출이 뭐가 무섭다고 그러세요
약간의 대출만 받아서 일단 입주 유지하시고
완공되고 나서 나중에 시세 뛰면 그때 가서 웃으며 행복하게 사시면 되는 겁니다
이 좋은 기회를 왜 포기하려고 하세요?
나중에 여기 일반 분양도 할 텐데
경쟁률이 엄청날 거예요
일반 분양자들도 시세 차익 얻는다고 좋아하는 판국에
그보다 훨씬 저렴한 조합원 분양 기회를 왜 차버리려 하세요
그래도 할머니는 완강했습니다
난 그냥 빚지는 것 자체가 싫어...
왜 굳이 대출까지 받아가며
이래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골치 아픈 재개발 자체가 그냥 싫어...
그러자 답답한 조합장님이 결국 자식 어디있냐며 묻더군요
아오...
할머니 자녀분들 있으시죠?
분양받아서 새 아파트 들어가고 나중에 집값 오르면
그게 다 자식들이랑 손주들한테 좋은 일 하시는 거예요
어차피 나중에 자식들한테 물려주실 거잖아요?
자녀분 연락처 좀 줘보세요
자제분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그러더니 그 자리에서 바로 자녀분과 통화를 하시더군요
나중에 듣게 된 사실인데
그 할머니는 자녀분과 상의 끝에 대출을 받고 아파트 분양받는 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재개발 분양 포기하는 조합원들 중에 이런 비슷한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이런 사람들 재산이 그거 밖에 없는 사람들이라 기회비용을 논한 것도 없고
시간을 논할 것도 없는 사람들인거죠
무조건 분양 받아 들어가는 게 이익인 사람들인건데
대출 받는 게 무서워서 포기하는 사람들이고 포기하고 나서 훗날 후회하며 우는 사람들인거죠
조합장님 말처럼 따따블로 뛸 거라는 건 다소 과장이겠지만
그래도 못해도 몇억의 시세 차익은 볼 수 있는 확실한 곳인데
그걸 왜 포기하려 하시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그런데 재개발 현장에는
이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은근히 많다고 합니다
평생 빚을 두려워해 온 분들에게
대출의 개념과 재개발의 수익 구조를 설득시키는 게
참 만만치 않은 일이다 싶었습니다
조합원이 분양받는 것을 포기하고 현금청산을 받아 나가면
결국 그 물량은 일반 분양으로 풀리게 되고
그 프리미엄은 일반 분양 당첨자들이 고스란히 챙기게 됩니다
어차피 재개발로 누군가는 이익을 보게 되어 있는 구조라면
기왕이면 낯선 일반 당첨자들보다는
그 동네에서 낡은 집을 지키며 수십 년을 살아온 원주민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그 이익을 누리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시세가 높은곳은
주거환경은 좋아지더라고요
주거환경이 좋기 떄문에 시세가 높은것이기도 하고요
그냥 살던데 살다 가고싶어하시죠.
또 분담금이 예상보다 늘어날거란 소문도 많고 실제로도 그렇구요.
그런데 들여다보면 속 시끄러운 사정이 집집마다 또 있어요. 재개발한다고 들썩거리면 자식들이 그 집 내거라고 서로 싸우거든요. 그런게 다 골치아픈 일인거죠.
대부분은 안하려고 하다가
자식떄문에 하더라고요
자식들이 바보?가 아닌이상
재개발 포기하지 않거든요
재개발 하면 무조건 5억 이상 버는데 누가 포기하려 하겠어요
그래서 조합장들도 노인은 설득 안하고 자식들을 설득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