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 사설] 왜 유럽이 FDA를 앞서고 있는가? 2026년 3월 2일
믿기 힘들겠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백신과 의약품 승인 분야에서 유럽이 미국을 앞지르도록 방치하고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 유럽연합(EU)의 의약품 규제 당국은 모더나의 독감 및 코로나19 혼합 백신에 대한 승인을 권고했습니다. 반면 이 백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의해 진행이 가로막혀 있는 상태입니다. 유럽에 뒤처진다는 것은 최고 시속 300km를 넘나드는 나스카(NASCAR) 레이싱카가 장난감 같은 무동력 자동차 경주인 소프박스 더비(Soap Box Derby)에 패배하는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자존심 상하는 일입니다.
모더나의 이번 혼합 mRNA 백신은 두 가지 바이러스를 모두 방어하는 단일 접종 백신으로는 유럽이나 미국에서 승인받는 첫 사례가 될 것입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모더나의 백신이 기존의 독감이나 코로나 백신을 따로 접종했을 때보다 세 가지 주요 독감 변이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더 높은 항체 수치를 생성한다는 무작위 대조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이번 권고를 내렸습니다.
사실 모더나는 당초 2024년 11월에 동일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FDA 승인을 신청했으나, 지난 5월 신청을 철회한 바 있습니다. 이는 마티 마카리 FDA 국장이 비나이 프라사드를 백신 및 바이오 의약품 부문 수장으로 임명한 직후에 일어난 일입니다. 당시 FDA는 모더나의 단독 독감 백신 데이터를 먼저 검토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미끼 상술(bait-and-switch)’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최근 보도된 바와 같이, 프라사드 박사는 지난달 모더나의 단독 독감 백신에 대한 검토 자체를 막으려 했습니다. FDA가 이미 이전에 승인했던 임상 설계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결국 백악관이 개입한 후에야 FDA는 입장을 바꿔 검토 절차를 재개했습니다.
평소 느리기로 유명한 유럽의 관료들이 FDA보다 새로운 백신과 의약품을 더 빨리 승인하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으로선 당혹스러운 일입니다. 유럽 규제 당국은 최근 FDA가 거부했던 시드넥시스(Sydnexis)의 진행성 소아 근시 치료제와 아타라-피에르 파브르(Atara-Pierre Fabre)의 희귀 혈액암 치료제도 이미 승인한 바 있습니다. 규제 당국의 고집과 관료주의 속에서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미국의 환자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