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버지가 1970년대 울산에서 국영 화학공장 노동자로 일할 때 돈을 좀 모아놓으신 게 있었답니다. 당시 국영 화학공장 급여가 굉장히 쎄서 돈을 꽤 모을 수 있었다고 해요. 어떤 분 비유로는 지금의 하이닉스 직원 정도의 대우였을 거라고 하더군요.
그때 마침 아버지가 자식같이 키운 삼촌이 초짜 경찰이 되었는데, 자기가 어렵게 얻은 정보라며 아버지께 서초구 반포 땅을 사라고 했대요. 하도 삼촌이 조르니까 결국 아버지가 반포 땅을 보러 울산에서 서울로 올라가셨겠죠.
그런데 가보니까 완전 한강변 모래밭에 전혀 쓸모 없는 땅이었답니다. 아직 본격적인 강남 개발하기 전이니 거기에 뭐가 있었겠습니까. 아버지가 1980년 울산 공장에서 전두환 정권에 의해 해고된 후 온가족이 서울로 올라갔을 때도 방배동, 사당동 일대에 아직 배밭이 가득했으니 말이죠. 그래서 아버지가 삼촌한테 막 뭐라 했대요. "아니 너는 이런 쓸모 없는 땅을 사라고 했냐. 너 같은 초짜 경찰이 뭘 알겠냐"고. 삼촌은 확실한 정보라고 땅 사길 재차 권했다고 해요. 아버지는 삼촌의 제안을 거절하고 당시 영등포구 독산동 땅을 사십니다. 구로구를 거쳐 지금은 금천구 땅이죠.
당시 독산동은 많은 지방 사람들이 이주해서 살아서 매우 활기찬 동네였대요. 아버지가 보시기엔 여기를 사야 땅값이 오른다고 생각하셨답니다.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안양, 독산동, 신길동, 영등포로 이어지는 라인이 이주민들 덕분에 예전에 굉장히 핫했죠. 지금이야 강남에 밀려 쳐지는 동네로 보이겠지만.
이 스토리의 결론은 여러분이 다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아버지가 독산동 땅을 사고 나서 얼마후 본격적인 강남 개발이 시작됐고, 삼촌이 아버지에게 사라고 했던 모래밭 3000평은 어마어마한 가치가 된 반면 아버지가 샀던 독산동 땅은 지금 현재도 굉장히 구석져 80년대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 있는 동네가 되었습니다.
삼촌이 두고두고 얘기했던 이 일화는 우리나라 부동산 투기의 살아있는 역사 사례이자 우리 집의 쓰디쓴 투자 실패 사례이기도 했죠. 아버지는 항상 그러셨어요. 나는 부동산 쪽으로는 확실히 보는 눈이 없다고.^^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