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동안 한국어로 도착하지 못했던 열차가, 오늘 도착했습니다.
1997년 출시된 『라스트 익스프레스』는 독특한 구조로 잘 알려진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를 중심에 두지 않고, 승객 각자가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는 세계를 설계했습니다.
주인공이 복도를 걷고 있는 동안에도 다른 객실에서는 사건이 진행되고,
플레이어가 머뭇거리는 사이 중요한 선택이 이미 내려집니다.
상업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시간의 흐름을 다루는 방식과 로토스코핑 기반의 미학은 오랫동안 회자되어 왔습니다.
이번에 공개하는 패치는 GOG에서 판매하는 오리지널 버전을 대상으로 합니다.

패치를 한창 만들고 있을 때만해도 GOG에선 Gold Edition을 팔지 않아서,
GOG에서 구매하면 됩니다! 라고 하려했는데, 릴리즈 직전 갑자기 GOG에서도 Gold Edition을 팔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혹시나 이 패치 때문에 게임을 구매 하시려면은 실수로 Gold Edition을 사지 않도록 주의하셔야 합니다.
Gold Edition은 아이폰 및 아이패드 용을 PC로 재이식한 것이라,
파일 구조가 원본과 달라서, 본 패치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https://github.com/schultz1138/TheLastExpress-KOR
이번 한국어화는 지난번 『블레이드 러너』에서 한발 더 나아가는 걸 목표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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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ummVM 기반 엔진을 수정하여 UTF-8과 TTF 폰트를 지원하도록 확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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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데이터와 패처 구조를 공개하여, 다른 언어로도 확장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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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준수를 위해 게임의 원본 리소스는 전혀 담지 않으며, 사용자의 로컬 게임 파일에서 원본 리소스를 추출하여 한국어 데이터를 생성하는 방식입니다.
“다국어화가 어렵다”고 알려졌던 원본의 파일 구조를 정리하고,
유저가 직접 게임의 번역을 메모장으로 수정하고 반영할 수 있게 하여,
게임의 한국어화가 영화의 SMI나 SRT 자막 작업만큼 쉬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업은 저 혼자만의 결과물이 아닙니다.
이 게임을 현대 환경에서 원본에 가깝게 실행할 수 있도록
17년 이상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이어온 ScummVM 팀의 노력,
그리고 원작의 시스템에서는 지원하지 않는 영어 음성까지 자막으로 정리해 둔
한 러시아 팬의 선행 작업이 없었다면, 이번 한국어화 역시 가능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번 『블레이드 러너』와는 조금 다른 의미의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사실, 어릴 적 이 게임은 “영어 듣기 평가에 가까운 작품”이라는 말을 듣고
시작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블레이드 러너』 만큼의 추억을 가진 작품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 딸이 플레이 테스트를 도와주며 번역을 검수했습니다.
한 세대를 건너뛴 열차가, 이제는 함께 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그게 잊지못할 추억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패치 제작 프로젝트의 마침표를 찍는 의미에서, 짧은 영상을 하나 만들어 보았습니다.
(『블레이드 러너』 때 'One More Time, Love' 처럼, 프로젝트 마다 하나씩 기록용으로 남기려고요.)
맞습니다. 특히 어드벤처 같이 스토리 중심의 게임에선 한글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요소인 것 같습니다.
가능한한 게임 내 등장하는 모든 요소들을 한글로 표시되게 하려고 노력해봤습니다.
그런데 게임 연출 상 사용되는 프랑스어는 일부러 번역하지 않았네요. 제작자의 의도인 것 같아서요.
감사합니다. ㅎㅎ
패치를 제작하려고 파일들을 뜯어보다가 느낀게, 1997년 당시에 40명의 등장인물을 목표 기반 스케쥴링으로 관리하고있는 걸 보니 기가 차더라고요. 아, 당시에 이게 제작비가 많이들 수 밖에 없는 프로젝트였구나하고 실감했습니다. iOS 재이식판인 Gold Edition이 왜 버그가 많은건지도요.
라스트 익스프레스도 잘 할께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