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은 식구가 많습니다.
아버지 형제가 8남매인데 큰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지금은 여섯 분이 남으셨는데,
돌아가신 큰아버지의 가족들(큰 어머니와 딸-제게는 사촌누나, 그 손녀)까지 모두 행사에 참석하시거든요.
이번에도 스물 두명이나 되는 식구가 모여서 식사를 하고 추도예배를 드린 후 헤어졌는데,
명절 때마다 정말 별로라고 생각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둘째 큰아버지 주도로 각 집에서 돌아가면서 각자의 근황을 말하는 시간이 있는데
주로 우리 집엔 뭐가 잘되고 있다는 식의 자랑 타임입니다.
돌아가면서 말을 하는 것도 그렇고
노골적으로 우리 집엔 무슨 일로 대박이 났다는 걸 말하는 것도 민망하지만,
그중엔 별다른 좋은 일이 없는 집도 있을 수 있는 거잖아요.
아버지 형제분들이 모두 70대시라서 자식 자랑, 손자 자랑 타이밍을 하지 말자고 할 수도 없어서
그냥 그 시간을 견디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저도 사람인지라 친척들의 표정으로 과연 어떤 일이 올해 우리 집안 최고의 자랑거리가 되는지를
가늠해보는 재미를 느끼고 있긴 합니다.
둘재 큰아버지가 손녀가 호주에서 제일 좋은 대학에 들어갔으며, 좋은 장학금도 받았다는 굳뉴스로 스타트를 끊으며
올해는 내가 최고!를 노리셨지만,
큰아버지의 손녀딸이 서울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하면서 올해의 우승자는 큰어머니가 되셨네요.
우리 아버지도 마침 내일 2월 19일에 제 작품이 네이버 웹툰으로 정식 발매된다는 사실과 딸인 제 동생이
벤츠 e클래스를 샀다는 사실을 말씀하셨지만, 역시 서울대 파워는 굉장했습니다.
아주 어릴 때보고 오랜만에 본 조카는 서울대에 입학한 것이 아니더라도
되게 사랑스러운 아이였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어른들과 모두 셀카를 찍고 사진을 보내주겠다고 하더니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설 음식을 먹으면서 음식이 맛있다고 몇 번이나 고마워하는 모습이 사촌 누나가 참 딸을 잘 키웠구나 싶더라고요.
문예창작과에 입학한 조카에게 제 책도 선물해주고 제 소설을 읽으라고 소설 싸이트의 머니를 10만원 충전해주는 걸로
후배 문인의 탄생을 축하해줬습니다.
자식이나 조카가 잘되는 게 생의 기쁨이 된 나이가 되다니.
조금 씁쓸하면서도 기분좋은 설날이었네요.
그것보다 지난번 만난 뒤로 여기 있는 사람에게 감사했던 일을 두 개 정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라고 하는 것이 더 분위기가 좋을 것입니다. A가 내 생일에 카톡을 보내줘서 고마웠다던가, B가 이모가 아플 때 조개국을 끓여 가져와서 내 기분이 좋았다던가 하는 식으로요. 그러면 말하는 장소 분위기도 좋아지고, 그런 발언을 매년 지속적으로 하면 발언 내용을 준비하기 위해 서로에게 받은 일을 구체적으로 잘 기억해야 하기 때문에 받을 때 내가 기억하는 감사함도 커질겁니다.
자랑은 댓가가 있어야죠. 그래야 들어주고 축하해 줄 수 있습니다. 특히 가족이나 친지, 친구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칭찬과 덕담을 가지고 거래하냐고요? 잘 생각해 보면 거래가 아닙니다. 지속 가능해야 합니다. 뭐든지... ㅎㅎ
네이버 웹툰 데뷔가 훨씬 어렵고 대단하신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