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상 가장 오래된 MZ세대인 저는 80년대 중반부터 차례/제사에 대한 기억이 시작됩니다.
어느 섬마을로부터 상경하신 아버지에게는
이미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를 슬하 자식들에게 들려주실 기회가 차례와 제사 였던거 같습니다.
변변한 사진도 없었지만,
하얗게 풀먹인 한복을 입고 콧수염을 다듬으신 모습이 꽤나 멋드러졌었다는 할아버지 이야기와
'생일인데 미역국을 못 끓여줘 미안하다'는 말씀이 유언이셨다는 할머니 이야기,
어동육서(고기반찬이 오른손 쪽에)라고 하지만, 생선을 좋아하셨던 분들이시니 육동어서로 올려도좋아하지 않으실까?
바나나, 파인애플 같은 새로운 과일을 올리실 때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마 신기해 하실거다 라면서
이런 이야기속에서 제법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를 해주셔서인지
변변한 사진을 본 적 없음에도 고향의봄이나 향수 같은 음악을 들으면
제법 아버지가 자라셨을 섬마을이 머리속에 그려지게 되었구요.
제법 머리가 커서는 술을 올리거나 지방 쓰는 형식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면서
언젠가 아버지 자리에 제가 있을 이야기를 하기도했었는데,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자, 조상신에 대한 원망을 쏟아내신 어머니가
단칼에 제사/차례 등을 없애 버리셨고, 이제는 그냥 맛있는거 먹으면서 놀다 오게 되었네요
어제밤엔 처가집에서 구글포토의 옛날 동영상을 TV에 띄워서 지난시절 모습 보며 웃고 떠들며 놀다보니,
옛날에 누가 이랬고 저랬고, 저때 우리나이가 어땠고. 저옷은 어쩌고, 젊었네 어쩌고 저쩌고
그러다 아버지도 잠시 지나가시고,
장인어른도 '저기 사돈계시네' 하며 한말씀 하시는데
이런 대화가 차례상 제사상 앞에서 나누던 이야기의 연장선인가 하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음식과 형식은 시대에 맞게 바꾸고요.
기억과 회상을 지켜줄 장치가
제사에서 미디어로 바뀐 느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