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을 이제 막 시작한 새 신랑입니다.
직업은... 생소하지만 응급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간호사도 의사도 아닌 그 어딘가.. 응급실에서 구르는 직업입니다.
명절 연휴를 근무하다보니, 내가 과연 이 직업으로 정년퇴직을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많이 듭니다.
간호사는 로테이션도 되고, 행정 업무로도 빠지지만 저희는 빼도박도 없이 그냥 응급실에서 평생을 굴러야합니다.
아니면 소방입니다. ㅎ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이라곤 하지만..
체력도 체력이고, 항상 어둠의 자식으로 살아가는게 속상합니다.
(어떤 응급처치를 해도, 제 이름으로 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현행 의료법 상으로는... 물론 저희 업무범위 내 업무를 하더라도 저희는 떳떳하게 응급구조사가 했다. 라고 남길 수 없습니다.)
애초에 이 직업을 평생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이것을 발판 삼아서, 다른 뜻깊은 직업을 하고 싶었어요.
그것이 의대가 되든, 아니면 변호사가 되던, 노무사가 되던..
물론 처음부터 그 전문직이 될 수 없으니, 차근 차근 경험하면서 편입이든 ,전문 대학원이든 여러 방법을 통해 다음 스텝을 가보고 싶었습니다.
이 분야가 맞는지도 걱정이 됏구요.
어느덧 이 직업으로 일한지 5년이 되니까,
저는 정말 이 분야가 좋습니다. (필수의료지만, 병원에선 늘 찬밥취급 받는 응급의학)
그래서 정말 만에 하나 저에게 의대 입학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는 평생 응급의학과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요즘 필수의료하면 바보니 어쩌니 해도, 이게 너무 좋아요.
그치만 현실의 벽은 높으니, 그래도 이쪽 분야 일 하면서 공부라는 것에 재미를 붙여봤으니..
뭐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내가 의료계에 남는게 버겁다면, 차라리 필수 의료 하시는 분들을 지켜주는 변호사가 되거나,
아니면 의료계에서 힘들게 일하는 노동자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자.. 는 생각이..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네요,.
이제 막 결혼하고 가정도 꾸렸지만, 아내도 제가 이 일로 만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다음 스텝이 있으면 지지하고 따라가겠다고. 돈은 자기가 벌겠다고.. (사내 커플이라 아내도 벌만큼 벌더라구요;;)
예전에는 인생 선배님들이 20대면 뭐든 하겠다, 나이가 들면 하기 힘들어진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갑니다.
스스로의 능력은 둘째고, 챙겨야할 가족들도 있으니 그런 말씀을 하셨던 것 같아요.
하.. 힘들게 힘들게 일하고 와서 드는 푸념을 두서없이 적어봤습니다.
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중학교 때는 진짜 학교에서 인문계도 못갈 정도로 공부를 안했고. (흥미가 없어서)
고등학교는.. 인가받은 대안학교였지만 예체능을 전공했었고,
대학은 문과로 갔지만 적성에 안맞아서 힘들게 힘들게 다니다 편입을 했습니다.
(놀랍게도 편입이라는 목표가 생기니까, 성적은 늘 학과 1~2등이었...)
그러고나서 현재 직업을 갖는 과에 와서는 생전 경험해보지 못한 이과 (생물 등등) 과목들을.. 코피 흘려가며 공부해서
결국 여기도 50명 중 7등으로 졸업을 했습니다 ㅎ (편입생 중에선 1등이었네요 의미 없지만..)
돌아보니, 저는 11살때부터 ADHD 진단을 받았는데..
ADHD인 사람이 자기 적성을 찾거나, 공부에 미치면 어떻게 되는지 스스로 경험해가는 것 같습니다.
이러다보니 도전하는 것에는 두려움이 없어졌는데.. 과연 거기 나와서 뭐하고 살건지, 대학원 들어가도 졸업은 할지,
또 국가시험들은 잘 통과해서 자격을 딸 수 있을지 걱정도 되네요.. 하하..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반인들이 사설구급차 보면 과연.. 진짤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저희도 사설구급차는.. 최후의 보루로 생각합니다.. ㅎ
사람은 없는데, 적은 임금으로 빡세게 굴려야하고, 대표는 병원과 지도의사에게 잘 보여야하고..
착취도 있고요..
응급의료는 한명으로 돌아가는게 아니라 팀으로 돌아가죠
이번에 피트에서는 pa 등의 주요 직종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고 있죠
초창기 체외순환사도.. 직종 제한은 없었지만 지금은 수술 몇건 이상 등등으로.. 현실적으로 간호사만 들어갈 수 있는 체계가 되어버린 것 같네요.
어쩔수 없이 인정해주지만 실제로 법적으로 보호 받기 힘든 직종이죠
의료사고의 과실 책임 문제가 한국에서는 뒤따라 오는 문제라. 참 어렵죠
하물며 그렇게 직종 탄생부터 지금까지 찍던 심전도가.. 2025년에 와서야 합법화 됐고..
그동안 정맥로 확보만 합법이고, 확보하면서 채혈하면 불법이었는데..
이 채혈도 2025년에서야 합법화 됐네요
대략 20년 걸린건데
앞으로 20년 뒤에는.. 직종이 흡수통합이나 안되면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요 ㅎ
의료법에 대한 꽤 많은 수정이 필요할것 같다는 느낌은 듭니다
의료행위에 대한 처벌만이 능사인가 하는 문제는 계속 따라 오는 문제죠
배우자의 동의와 서포트도 가능하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어느 방향이라도 도전 해보시는걸 추천 드립니다.
그게 비록 험난한 여정이고 성공한다는 확신이 없을진 모르겠지만, 평생 마음속 깊이 한으로 남는것 보다는 좋은 선택일거 같습니다.
/Vollago
도전을 위해선 용기가 필요하지만, 포기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수험생이 되면 많이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나 글쓴이분처럼 때를 놓친 사람이라면 더더욱요. 일단 본인의 체력과 정신력이 바닥날 것이고, 경제적으로 궁핍해지고, 가족간의 사이는 높은 확률로 틀어질 거에요.
이상적인 것도 현실적인 것도
좋은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좋네요. 30대 중반에 다음을 생각하신다는 게
저는 그 때 그냥 안주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파이팅입니다.
어떤선택이든 성공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