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제안을 한 김에 또다른 제안도 해봅니다.
현재 우리나라 초등학교 교육에서는 기초문해력(서울과 경기도에서는 문식력이라고 하더군요)과 기초수리력을 포함하는 기초학력 문제가 큰 화두입니다. 그렇게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학원에서 강의를 듣는데도 기초학력이 딸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육부와 많은 교육청에서 기초학력 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죠. 벌써 몇 년째 집중적으로 예산을 투여하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정책 연구도 굉장히 많이 하는 걸로 압니다.
최근에 접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초문해력에 가장 영향을 주는 건 부모의 재력보다 독서량이라고 합니다. 단순히 집이 잘 산다고 문해력이 높은 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책을, 특히 짧은 글이 아니라 긴 분량의 책을 많이 읽어야 문해력이 크게 향상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문해력이 형성되는 시기가 있답니다. 초등학교 3,4학년이라는 겁니다. 즉 이 시기에 문해력이 제대로 잡히지 않으면 이후 크게 향상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다수 나왔습니다. 초등학교 3,4학년 때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때 책을 안읽고 학원에 다니며 짧은 예문 보고 문제 풀이만 하다가는 문해력 향상 기회를 놓치고 맙니다.
기초 수리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초등학교 3,4학년 때가 되면 수학에 흥미를 잃고 수포자의 길에 접어드는 아이들이 나온다는 겁니다. 이때 바로잡아주지 않으면 그냥 수포자가 되어버리고 만다는 겁니다. 그래서 교육청마다 기초학력 지원교사들을 동원해 맞춤형으로 수리력 향상에 매진을 하고 있는데 쉽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선생님들에게 물어보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수학 진도를 늦춰야 한다고 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여러 국가의 초등학교 수학 진도에 비해 우리나라가 1.5년에서 2년 정도 진도가 빠르다고 합니다. 그래서 거기에 적응하는 아이들은 다른 나라 애들에 비해 수리력이 높아지지만 그렇지 못하면 진도를 따라가는 걸 포기하게 되고 결국 수포자가 된다는 얘기입니다. 선생님들은 수능 변별력을 위한 고등학교 수학 문제까지 가기 위해 초등학교 수학이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초등 수학이 가져야 할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 선생님 말씀 듣고 우리나라에 번역된 핀란드 초등 수학 교과서를 보니 확실히 우리나라 진도가 빠르더군요.
이론적으로 따지면 우리나라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의무교육입니다.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이기는 하지만 중학교까지가 기본교육과정입니다. 의무교육이란 국민 모두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교육수요를 충족하는 거지, 인재를 고르는 과정이 아닙니다. 고려대 어느 교수님이 매우 강조하신 내용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의무교육과정은 보편적으로 설계(Universal design)되어야 합니다. 우위를 가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미 다른 나라에 비해 선행학습을 하고 있고, 심지어 학원에서 그보다 더한 선행학습을 하고 있으니 아이들이 따라가질 못하는 겁니다.
저는 거창하게 서울대 10개 만들기, 수능 절대평가, 서논술형 평가 등 교육의 거시적 과제를 논할 생각은 없습니다. 작은 실천 과제를 논하고자 할 뿐입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수포자 양산을 끝내기 위해 초등 수학 과정을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진도를 늦춰서 소위 늦게 머리가 트이는 애들까지도 어느 정도 수리력을 갖추도록 해야 합니다. 어렵다고 내려놓게 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면 왜 수포자가 나오면 안되는 지가 중요합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수리력은 기본적으로 논리적 사고를 형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논리적 사고가 있어야 고도화된 문해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겁니다. 즉 문해력 향상을 위해서도 반드시 수리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문해력은 단순히 공부만 잘하는 데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민주시민의 가장 기본적인 자질이기도 합니다. 세상과 상대방을 이해하고 미디어를 제대로 이해하고 거짓뉴스를 거르는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서울대 갈 지, SKY 갈 지 고르기 위해 수학을 가르치지는 맙시다. 대학 이과 수업을 이해하기 위해 고등학교에서 수학 문제를 다 가르쳐야 한다는 얘기도 수긍하기 힘듭니다. 우리나라보다 기술도 앞서고 노벨상 수상자도 많은 나라들도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저도 중학교까지는 수학을 잘했는데, 고등학교 올라가서 미적분에 막혀 수포자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수학을 포기하고 살다가 서울대 의대를 다니다 중퇴한 친구형이 수학 문제 푸는 법을 가르쳐주셔서 학력고사 문과 수학 55점 만점에 47점을 맞았습니다. 학력고사 점수가 너무 잘나와서 대학 입학할 때 장학금도 받고 고3 담임이 놀라 재수를 권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형이 뭘 가르쳐줬는지 아세요? 수학문제가 나오는 패턴을 가르쳐 주셨어요. 형은 일본 이과 수학의 최고 단계도 푸는 분이었는데 우리나라 수학교육이 잘못 되고 수학문제 내는 방식도 잘못되었다면서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문제 패턴만 알면 다 풀 수 있다고 하셨고, 실제 제가 다 풀었습니다(저 때 처음 단답형 문제가 나왔는데 풀이는 못써서 8점 까먹었습니다. 답은 다 썼어요.). 형이 그러셨죠. 수학 교육이 대단히 잘못되었다고. 저는 지금까지 그 말이 뇌리에 남아 있어요.
수학 진도를 늦춰 아이들이 수학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합시다. 서서히 물을 끓입시다. 소를 키울 때도 살을 찌운다고 어린 소에게 농후사료 먹이면 탈이 나서 오히려 살이 찌지 않습니다. 태어나서 6개월간은 풀만 먹여야 위가 튼튼해서 잘 자랍니다. 아이들이 소화할 수 없는 수학 진도를 나가 놓고 못따라가면 왜 못따라가냐고 할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수포자가 많다는 건 아이들 문제입니까? 아니면 수학 진도를 설계하는 교육부 책임입니까? 그래서 사교육에 맡기면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잖아요? 왜 이런 진흙탕 싸움을 아이들이 해야만 하는 겁니까?
제가 생각했을 땐.. 진도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법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수학을 잘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기도 하구요.
수학은 사실 단계적인 과목이어서... 처음부터 싫어지면 그게 누적되면서 계속 싫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진도를 늦추는 것 보다는
난이도를 대폭으로 낮춰야 한다고 보는 편입니다.
SSAT ( 미국대입시험) 수학과목를 보면 .. 우리수준에 비하면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많이 낮거든요.
어차피 많은 아이들은 학원에서 선행을 하기 때문에 제댸로 된 등급 부여를 위해서는 문제를 어렵게 낼 수 밖에 없고요.... 요새 고등학교에서 문제 되는 내용입니다.
대학교 1학년때 미적분을 가르친다는 결과가 나오는 것입니다...
정신 차려야합니다
못 따라가는 학생있다고 진도 늦추면 나라 전체적으로 하향평준화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