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원하는 시기에 미국에서 한국으로 가는 왕복 비행기표가 엄청나게 비싸져서, 집사람과 둘이서 왜 2주 전에 구매하지 않았을까 후회하다가 집사람과 싸웠습니다.
집사람은 3월에 한국에 가는데 작년 11월에 구입할 때 항공권 가격이 1600불대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5월에 한국에 가는 표를 2.5개월 전에 구입하는데 동일 등급 이코노미 표가 2600불 (380만원)이네요. 5월에 한국에 들어가는 표라서 비싼 것일수도 있는데, 집사람과 한국에서 합류해서 같이 활동하는 일정을 작년 11월에 짰던 것이라서 5월 특정 주말에 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항공권 시세가 62.5% (!) 올랐는데 기다리지 못하고 지금 매수해야 하는 환장할 상황인 것이죠.
이번에 부부가 한국에 나갈 때, 같은 시기 미국 다른 도시에서 한국으로 가서 도착지 (인천 공항)에서 합류하기로 한 제 딸의 비행기 값을 알아보니 그것도 비슷하게 380만원으로 제가 여태껏 본 한국행 비행기 가격 중 가장 비싼 가격대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 비행기 표는 제 딸을 한국에 가서 친척 인사 시키려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아빠가 사 주기로 했거든요.
이렇게 비행기표가 어마어마하게 비싸서 부부가 김이 팍 샌 가운데, 집사람은 딸이 돌아오는 일정을 작년 11월에 협의된 일정(일요일 귀국)이 아니라 하루 체류하도록 시키자고 이야기를 꺼냅니다. 하루 더 체류하고 미국에 귀국하더라도 그 날이 미국 공휴일이니까, 그 다음날 출근하라고 하면 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제 딸이 그 공휴일까지 감안해서 일요일 입국 후 월요일(공휴일) 하루 신변 정리하고 화요일에 출근할 계획을 세웠던 것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인데, 집사람은 비행기표도 비싼데 최대한 많은 날을 한국에서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저 보고 딸에게 이야기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비행기 표는 이코노미도 이렇게 비싸니까 가장 싼 것으로 사라고 이야기하면서요.
"가장 싼 것"이라고 이야기하면 굉장히 저급 항공권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집사람이 생각하는 "가장 싼 것"보다 더 비참한 표를 딸이 살 수도 있는데, 그렇게 이야기하지 말고 알아서 합리적인 것으로 사라고 말하자고 제가 주장했습니다. 제가 회사에 다니면서 "minimize the cost"라는 고위 경영진의 지시가 관리층을 거치면서 어떻게 비참한 수준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곡해되는지 몇 번 봤거든요.
집사람은 체류 일자를 일요일 말고 월요일(미국 공휴일) 귀국하도록 최대한 늘리는 것에 제가 반대하고, 딸에게 가장 싼 표를 구입하라고 이야기하는데 반대한다는 것에 기분이 상했습니다. 그래서 부부 사이 대화는 거기서 멈추고, 딸에게 비행기표를 (더 비싸지기 전에) 빨리 구입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하지 않았죠.
그렇게 냉랭한 분위기에서 30분쯤 지나서 집사람이 번역기를 돌려가며 딸에게 영어로 보낼 문자 메시지를 작문하더군요. 저에게 와서 이 표현이 맞는지 물어봐서 좀 다듬어 줬습니다. 집사람이 가족 문자방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하고, 제 방으로 돌아와 20분쯤 있다가 생각해 보니, 위의 작은 부부싸움은 생전 처음 보는 비싼 비행기표 시세에 놀란 부부가 패배감을 느꼈기 때문에 대화가 날카로와진 것이었던 것입니다. 살다 보면 이렇게 예상을 보기좋게 짓밟는 큰 비용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을 텐데, 그 때마다 싸워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직장에서 은퇴하고, 수입이 지금만큼 많지 않은 때가 오면 돈이 나갈때의 충격감이 지금보다 클텐데, 지출에 쇼크를 먹은 노부부가 싸운다고 돈이 그만큼 절약되는 것도 아닐겁니다.
돈은 메꾸면 되지, 지출 규모를 초과하면 덜 입고 덜 먹으면 되지 라는 생각이 잠시 마비되었네요.
저는 방에서 나가서 집사람에게 미안하다고, 안아달라고 이야기하며 아까는 큰 소리를 질러 잘못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집사람도 자신이 신경이 날카로워진 것을 인정했습니다.
사실 비행기 값이 평소보다 600불 ~1000불 (87만원~140만원) 정도 비싼 것이 제 일년 재정에 타격을 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값이 쌀 때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는 구입 적기를 놓친 패배자다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기분이 나빠진 것이지요. 위에 적은 대로 기분이 나빠지고, 부부가 언쟁을 한다고 해서 항공사가 "제가 잘못했어요. 할인해 드릴께요"라고 말하지도 않는데 말이죠.
미국에 살면서 첫 집을 팔 때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집값이 절반으로 폭락한 시점이었습니다...) 기분 상한 상태로 팔고 이사왔는데, 장기적으로는 어찌어찌 하여 손해는 나지 않게 회복되었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 인생은 장기 투자고, 금전적으로 손해를 봤다고 부부 사이에 짜증을 낼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실 그런 것은 알고 있었는데도 항공권이 62.5% 급등한 것을 보고, 어쩔 수 없이 그 시세에 구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패배감을 자제하지 못했던 것이죠. 이번에 이런 것으로 부부 사이에 짜증이 유발된다는 것을 한번 더 알았고 단련되었으므로, 다음에는 초연하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 DTW직항만 생각하시나요? 분리발권이라도 에어프레미아같은데 끼워서 하면 조금이라도 아낄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2600불은 생전 처음 보는 가격이었기 때문에 가슴이 벌렁벌렁했습니다.
다른 항공사도 알아봤고, 편도 두 개를 조합하는 것도 해 봤는데 전혀 싸지 않더군요. 집사람과 같은 날 같은 비행기로 돌아와야 하는 상황 (집사람의 수하물을 들어주기 위해)이므로 비행기 선택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매년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 가는데, 2026년의 항공권은 인상폭이 남다르네요.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속담이 있는데, 그 뜻은 베어도 다시 붙는다는 긍정적인 해석도 있겠지만, 물을 칼로 벤다고 효과가 생기는 것도 없는데 소용없는 일을 한다는, 말씀하신 댓글같은 의미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아이들 10대 때에는 집사람이 아이들의 언어(영어)가 아이들만큼 능숙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엄마에게 이야기할 때는 한국어로 이야기하라고 시키기도 했는데, 대화가 단절되는 역효과가 나더군요.
상대방의 언어를 쓴다는 측면에서, 딸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면 (우리가 영어를 쓰는 것처럼) 교포 스타일 한국어로 인사를 드립니다. 어렸을 때 주말 한국어 학교를 다녀서 또래 중에는 잘 하는 편입니다.
:) 가족이 한국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시길 !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 받아들이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서로 터놓고 방법을 이야기하는 상대가 있으니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