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랑 북카페를 왔는데 소설가 한강 작품을 모아서 전시하고 있네요.
가볍게 차 마시고 갈거라 그의 시집을 집어들었습니다. 한강이 시도 쓰네 하며 읽는데 그리 눈에 확 꽂히지 않네요.
예전에 한강이 그의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을 냈을 때 당시 문학평론을 하는 친한 여자 후배가 그 초판본을 빌려줘 읽었습니다. 그때 후배가 한강이 우리나라에서 정말 위대한 소설가가 될 거라고 했었어요. 예언대로 되었어요. 대신 저는 그 친구에게 봉준호가 우리나라 최고 감독이 될 거라고 했는데 맞았구요.
여수의 사랑을 끝까지 읽는 게 참 힘들었어요. 당시 후배가 다른 소설도 다 읽게 해서 이것저것 많이 읽었는데 한강 작품은 뭔가 저랑 안맞더라구요. 순전히 후배 때문에 끝까지 읽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는 결국 중간에 읽다 말았습니다. 위대한 노벨상 작가도 제게 안맞으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보다 한 살 어린 노벨상 작가와 저랑 동갑인 아카데미상 감독은 우리 시대 자랑입니다. 동시대를 같이 살았다는 게 영광이에요.
요샛 말로 싱어송 라이트죠.
제가 뽕 간 것은 목소리에 떨림과 울림이 있더군요.
떨림과 울림이 있는 목소리의 가수를 제가 좋아했나 봅니다.
젊은 시절 뭔 산문집을 내면서 부록으로 자작곡 열두어개를 cd로 실었나 봅니다.
그 cd를 구해서 저의 오디오로 들어 보고픈 욕망이 강렬했습니다.
여기 저기 찾아 보니 저와 꼭 같이 그 산문집 재발간을 강력 요청하는 분도 있더군요.
유튜브에 한강 노래라고 치면 나옵니다.
뭔가 감정을 계속 건들이는 기분인데 그게 주파수가 잘 안맞는 느낌이랄까요?
소년이 온다는 잘 읽었지만 감정적으로 힘들어서 두 번은 못읽겠다 싶었고요
그래도 노벨 문학상 수상 작품을 원서로 읽는다는 건 뭔가 뿌듯한 기분이긴 해요 ㅋㅋ
물론 읽으먼서 정말 잘 쓴다라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잘 쓰는 건 잘 쓰는 거고 취향은 별개니까요
저도 좀 읽다 반납하고 안 보다, 같이 80년대 대학을 다닌 친구가 천천히 읽다 보면 힐링이 된다길래 그렇게 천천히 힘겹게 읽었습니다.
친구 말이 맞았어요.
대학 들어가 본 대자보 등에서 본 사진이 끔찍해 다시 보고 싶지 않았는데 그 인물들이 자기 얘기를 하는 느낌이었어요. 머리가 뭉개진 끔찍한 시체가 아니라 용감했던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전해주는 말을 듣는 기분이었어요.
여전히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닙니다.
한강은 많은 남성에게는 잘 안맞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30년 전 여수의 사랑 때부터, 저랑 안맞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아프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