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도 역시 프로젝트로 시작해서 프로젝트로 끝났습니다.
회의하고, 일하고 회의 하고 일하고, 무한 루프였네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조용히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해 내내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다 보니 어깨 통증이 심해져서 팔을 제대로 못 쓸 정도가 됬어요.
오른쪽 삼각근이 찌릿찌릿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연말이라 잠시 일을 내려놓을 수 있었고 모니터 화면 말고,
그냥 바깥 풍경을 보며 좀 오래 걸어야 겠다 하고 나갔습니다.
그리고, 혼자 자이언 캐년으로 향했습니다. 운전만 7시간이 넘었는데,
하나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매번 회의에 집중하며 살다가
그냥 멍하니 음악 들으면서 7~8시간 운전하니
오히려 마음이 더 편안해지더군요.
중간중간 쉬면서 스트레칭하고,
그 시간 자체가 이미 휴식이었습니다.
자이언에서 가장 멋진 곳이 Observation Point라길래
이곳으로 첫 번째 행선지로 잡았습니다.
일출을 보고 싶어서 새벽 4시에 트레일 입구에 도착했죠.
진짜 아무것도 안 보이는 칠흑 같은 어둠이었는데, 그위로는 별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표지판에는 퓨마 (Mountain Lion)조심이라는 문구가 있었고,
마운틴 라이온 출몰 지역이라고 적혀 있더군요.
혼자 이런 데 다니면 안 무섭냐고들 수도 없이 묻는데,
처음엔 좀 무서웠고, 이제는 솔직히 별로 안 무섭습니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인데,이런 거 무서워하면 언제 뭘 하겠나 싶기도 하고요.
가끔은 퓨마한테 잡혀먹히면, 다시 회사에 안 가도 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상하게, 그 생각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걷다 보니 도착할 즈음 해가 올라오기 시작했고,
괜히 마음이 급해져서 조금 뛰었습니다. 그러다 땅이 갑자기 붉게 물들었고,


순간, 아, 여기구나…
단번에 알겠더군요.
그냥 한참을 서서 보고만 있었고, 살면서 이런 풍경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게
괜히 감사하게 느껴졌고, 괜히 투정부린 제가 좀 어린아이 같다고 느끼기도 했어요.
요즘 머릿속에 가득하던 생각들도 잠시 조용해졌습니다.
뭔가 해결된 건 없지만, 그래도 마음이 한 번 정리된 느낌은 있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회사로 돌아갈 내성도 조금 키우고요. ㅠㅠ
나이가 드니 북적북적한 곳에서 사람들 만나 노는 것보다
이렇게 조용히 혼자 시간을 보내고, 그때 느낀 걸 공유하는 데서
기쁨을 느끼게 되더군요. 말로 하면 주변 사람들이 잘 안들어주는 것 같기도 해서..
영상으로도 남겼습니다. (아래 링크 남기겠습니다.)
그냥 잠깐 쉬실때, 커피나 맥주 한잔 하시면서 틀어두시면 괜찮을 것 같아요.
비슷한 시기 지나고 계신 분들이라면 그냥 이런 아침도 있었다고, 편하게 봐주셔도 좋겠습니다.
이번 주말에 상온으로 올라간다고 하는데, 따스하게 입고 외출 한번 해보는건 어떨까 싶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두쓰
멋진 사진 감사합니다.
자이언 아치스 브라이스캐년 기억에 많이 남네요.
그랜드 정션 부근 스키장에 울타리 없어서 헉 했던 기억도 나는데,
추가 인생사진 찍고 오셔도 좋지 싶네요. ㅎㅎ
저는 아치스를 못가봤는데, 정말 좋다고 들었어요. 다음에 한번 아치랑 브라이스 가볼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