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에서 써야 할 만연체로 판결문을 떠들 때부터 짐작은 했었지만
생각할수록 황당해서 몇가지 생각을 정리해봅니다.
재판부가 단순히 “본건의 여러 혐의 중 이를 증거 부족으로 무죄”라고 판단했다면
그에 대한 논증 책임은 개별 사건의 사실관계와 증거 판단이라는 사건 내부에 한정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처럼 느닷없이 “형무등급”이나 “추물이불량”과 같은 일반 원칙, 상위 규범을
판결의 근거로 호출하는 순간, 해당 판결은 더 이상 개별 사건에 대한 판단에 머무르지 않고
사건을 통해 그 원칙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 판결"의 성격을 띠게 됩니다.
이때부터 논증의 대상은 개별 사실관계의 당부가 아니라, 해당 원칙이 보편적으로
그리고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는지 여부로 이동하게 됩니다. 특히 형무등급은
“형벌이 있다, 없다”와 같은 "절대적, 1차적 판단 개념"이 아니라
이 사건이 다른 동종, 유사 사건들과 비교하여 동일한 기준으로 다루어졌는지를 묻는
"관계적, 비교적 개념"입니다.
따라서 이 개념을 원용하는 순간, 비교 대상은 무엇인지, 그 대상과 본건은 왜 유사한지
적용된 기준은 동일한지, 만약 결과에 차이가 있다면 그것을 정당화할 합리적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필연적으로 따라오게 됩니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설명 없이 형무등급을 언급하는 것은 논증이라기보다
자신의 판결을 자기가 평가하는 망상에 가까울 수밖에 없습니다.
더 나아가 "헌법 제11조의 평등 원칙" 역시 선언만으로 충족되는 권리가 아니라
비교 집단의 설정과 차별 여부에 대한 합리적 이유의 존재를 통해 심사되는 원칙이며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례 역시 일관되게 이러한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재판부가 스스로 형무등급을 언급했다는 것은 이번 사건이 다른 누구와 비교하더라도
차별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한 것과 다르지 않으며
이 경우 그 주장에 상응하는 입증 책임이 강화되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피한 귀결입니다.
일반적으로 판결은 사실인정, 증거 판단, 법 적용이라는 세 단계로 완결될 수 있으나
상위 원칙을 끌어오는 순간에는 해당 판결이 기존 판례들과 충돌하지 않는지
충돌한다면 왜 예외가 허용되는지, 또는 기존 판례를 어떻게 발전시키는지에 대한
판례 체계 내 정합성 설명이 추가로 요구됩니다.
이것이 바로 ‘강화된 논증 책임’이며, 원칙을 원용하지 않았다면 요구되지 않았을 설명이
원칙을 스스로 끌어온 이상 의무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추물이불량까지 원용하는 경우, 그 책임은 더욱 무거워집니다.
추물이불량은 판단이 오직 하나의 기준에 의해서만 이루어졌다는 선언에 해당하며
이를 언급하는 순간 재판부는 정치적 고려, 사회적 파장, 제도적 부담과 같은
외부 요소가 판단에서 배제되었음을 사실상 스스로 주장한 셈이 됩니다.
따라서 외부 요소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을 침묵으로 넘길 수 없고
논리적으로는 오히려 더욱 엄격한 자기증명이 요구됩니다.
결국 재판부가 형무등급과 같은 상위 원칙을 원용하는 순간, 그 판결은
단순한 사건 판단을 넘어 원칙의 실제 작동을 증명해야 하는 사례 판결이 되며
그에 따라 판례적 일관성을 입증해야 할 강화된 논증 책임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는 비판자가 임의로 부과한 요구가 아니라, 원칙을 스스로 호출한 판단자가
필연적으로 감수해야 하는 논리적 부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칙은 판결을 대신할 수 없고, 선언은 판례를 대체할 수 없음을 감안할 때
우인성 재판관의 허접한 만연체에 가려진 그 속내가 가증스러울 따름입니다.
뭐 해석이고 불필요하죠,
법적용어로 어렵게 만들어놓았지만, 참으로 비상식의 나열에 불과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