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40대이고, 20대시절부터 커뮤니티를 해왔습니다.
모뎀으로 천리안, 유니텔을 보던 시절까지 하면 10대부터겠네요.
지금은 드나드는 커뮤니티도 많지않고
관심주제에 간간히 댓글정도 달고 글은 거의 쓰지 않지만
한때는 훌륭한 (키보드)워리어였던 시절이 있습니다.
논리, 팩트, 기세, 조롱, 비아냥 등등 전형적인 전사들의 소양을
도끼 혹은 방패로 삼아 적 워리어의 머리를 쪼개러 다니던 시절이죠
물론 쪼갠 숫자만큼 쪼개지기도 했고요.
온갖 주제로 글을 썼고 댓글을 달고 반박하고 다투던 때였습니다
제가 잘 아는 주제도 있었고, 잘 모르던 주제도 있었습니다.
무기가 부족하면(주제에 대해 모르면)
공부까지 해가면서 상대방 머리를 찍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때도 어렴풋이 느꼈던, 그리고 지금와서 확실해진 것은
상대방을 설득시키기 혹은 내가 설득되기는 대단히 어렵다는 점입니다.
근거를 통한 사실관계를 다루는 학문영역에서조차도
새로운 근거가 주류로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지요.
대체로 빈약한 근거를 두고 서로의 주장을 겨루는 커뮤니티에서는
훨씬더 설득이 어렵습니다.
게다가 주장조차도 사실 어디서 본것을 '음 맞는거같네' 하며
깊게 생각하지 않고 따라하는경우가 많지요.
제가 앞에서 굳이 머리를 쪼갠다 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온라인에서의 주장, 그리고 반박, 재반박의 과정은
적어도 국내 커뮤니티에서의 제 경험으로 보면
설득보다는 굴복시키기에 가깝습니다.
당신말이 맞네요 제 주장이 틀렸군요. 라는 말은
극히 보기 어렵습니다. 아예 없지는 않겠습니다만.
현실적으로 볼수있는 최대한의 표현은
제가 틀리긴 했습니다만 님이라고 맞지는 않는듯? 까지입니다.
사람의 사고는 편견으로 가득차있고
본인이 보고듣고 싶은것을 보고듣습니다.
보기싫은것, 내생각과 다른것은 보지않으려하고
보더라도 별생각없이 봅니다. 즉, 내용을 즉시 잊어버립니다.
그것을 깨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물론 편견(이라고 모함당하는 빅데이터)은 나쁜것만은 아닙니다.
이미 충분히 반복한 판단과정을 생략하게 해주죠.
원시시대의 곱블린이 길을 가다가 짐승을 만났는데
덩치가 나의 네다섯배쯤되고 희고 검고 누런 줄무늬가 있으며
눈알이 번들거리는 저 발톱달린 네발짐승이 날 보면서 뭘 하려고 하는걸까
라고 추측을 시작하면 몇초뒤 곱/블/린으로 세동강이 나겠지만
보는순간 x됐네 하고 바로 뒤돌아 달리면
그래도 생존확률이 조금 있었겠지요.
그 곱블린에게 누군가가 '너는 호랑이를 존중해야 한다. 호랑이는 먹이사슬의 수호자이며 사슴의 과부제조기, 토끼의 나이트메어.. [중략] 으로써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를 시전한다면
간신히 세동강을 피한 곱블린이는 먼 개소리야 하면서 무시하겠지요
현대의 커뮤니티에서 일어나는 싸움의 본질도 같지 않나 생각합니다.
대중 대부분은 호랑이에게 죽을뻔한 곱블린들입니다.
남의 생각에 설득될 생각이 별로 없습니다.
그저 주장하고 반박이 있다면 도끼로 찍어보고 찍혀도 보고, 사실은 찍혔는데 피했다고 우겨도 보고
어느순간 흠 좋은 대결이었다 라며 서로 갈길을 갑니다
당연히 둘 모두의 생각은 싸우기 전과 정확히 같습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동료다 라는 원피스적 결론은 매우 극히 드뭄니다.
그래서 어느순간 설득을 목적으로는 글도 댓글도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가끔 도저히 못참아서 쓰는경우는 있긴합니다만.
드라이한 정보전달이나 축하, 위로, 감탄사(?)를 위주로 쓰게 됩니다.
그리고 가급적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기 위한 단어, 문장을 선택하게 되고요.
오늘도 자기전 늘 하듯이 눈팅을 하다가 문득 요새 난 왜 읽기만 하지?
한때는 풀템풀도핑양손무기전사였던 시절이 있지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정리할겸 주절거렸습니다.
여러분들께 싸우지마시라고 하는 얘기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요샌 직접 싸우는것보다 관전이 더 재밌거든요;
너무 매몰되지 않는 선에서 행복한 커뮤니티생활 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20대 시절에 느꼈던 이상적인 것들이 점점 나이를 들면서 바뀌고 있기도 하구요.
이게 공허하다. 결국엔 헛짓거리라는 걸 수십번 깨달았어도 기웃거리는건
습관같은 거겠죠. 불교에서 말하는 습이란게.. 안개처럼 젖어든다는 거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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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달다가 문득 위에 글 하나 읽어보니.. 살아오신 경험치가 다르신 분이셨네요.
어줍짢은 댓글이 매우 송구하네요.
무쪼록 항상 건강하시고 일면식은 없지만.. 좋은 일 있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 결과, 논쟁에서 내 생각에 동감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늘어나고 상대방 및 그의 생각에 동감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줄어들겠지요.
설득은 있어도 납득은 드문...
직장에서도 그렇고요.
그래서 그렇게 많은 규정이 있고, 그렇게 많은 회의가 있는 건가 생각합니다.
군중에 숨어서 돌 던지기가 근거의 타당성도 아니고 설득,지적을 당하면 날 가르치려 드느냐 버럭...하면 아쉽죠
저는 바꾸기 위한 글쓰기가 아니라...
넌 틀렸다고 말할려고 글을 씁니다.
틀린 글들이 올라오고 그게 아무 비판 없이 걸려있다면
거기에 크게 생각하지 않던 사람들도... 아 저게 맞는거구나 라는 잘못된 정보를 얻을수 있어서요.
수면 이후 뇌가 정리하는 과정 중에
필요정보는 저장하고 불필요한 정보는 삭제시키는 과정중에 조금씩 스펙트럼이 넓어진다고 보면 될것 같습니다
마치 자전거 타는거나 어려운 작업들이
다음날되면 조금더 익숙해지고 쉬워지는것처럼요
또, 전쟁중에 내전우를 살해한 사살해야하는 대상인 나쁜놈 적군이지만
좀더 알고보면 효자효녀 단란한 가족에 예쁜아기를 둔 신혼부부이자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고 친절하고 사회봉사에 앞장서던 좋은 사람이었다던것처럼요.
본능이 거부하더라도 합리적인(혹은 유행하는..)
얘기들은
뇌에게는 솔깃하게 다가오게 마련이죠
아마도 반복과 무의식 그 사이 어디엔가
설득과 세뇌?가 되눈거 아닌가 싶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러하기에...
부당하다 생각되는 글이 있다면
반복으로 세뇌되는 사람이 늘기전에
지적질하고 반발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하지 않나 싶네요
제일 안타까운건
모든게 노무현 때문이다란 밈이 돌때
처음엔 노무현책임이라고 까는이들에게 자연재해까지도 노무현책임이냐며 오히려 일갈하려고 만든 밈이었는데
그뒤에 새로이 접한이들이 언론미디어의 영향으로 정말 노무현책임이라고 놀리는 밈이 되어버렸는데도 그걸 제대로 돌려놓지 못한게 참 안타까웠습니다
최근에 영포티 같은 사례도 있구요...
그렇다고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그러한 지난한 과정이 무의미한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뒤돌아보면 내가 '성장' 했거든요.
하바마스의 '상호주관성'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고도 생각하고요.
좋은 관점입니다
그것을 지켜 보는 이는 더 합리적인 의견을 선택하겠지만
사실 그 조차도 본인의 생각과 평소에 부합하는 것을 고르는 것이라고 가정하면
본질적으로 사람은 설득이 안된다고 봐야할까요?
그렇기에 다수결이 있는 것이겠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설득은 안되더라도 따르게 하는 최선의 합의 장치인 셈이죠.
내가 옳은 의견이라고(사실 이것도 의심스럽죠?) 논쟁 몇 번에 설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면 지쳐요. 또 어찌보면 오만이고여. 상대방에게 씨앗을 던져줄뿐 발아시키는건 상대방 몫이죠. 항상 내가 뿌린 씨앗이 옳은가도 의심스럽지만 그건 다른 문제고...변할 사람은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변할 수 있고 안 변할 사람은 생명을 잃어도 안 변합니다. 변하는건 설득이 아니라 자신만의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씨앗을 던지는 것만으로 최선을 다한겁니다.
목적과 의의를 상대방의 의견을 꺾는 것에만 둔다면 힘들어요. 설득의 과정에서 스스로도 배우고 발전하는 걸 즐기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을 설득할 수 없다고 믿는건 스스로도 설득당하기 싫다는 반증일테고 그러면 그냥 닫힌 세계의 주인으로 세상을 살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