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유럽 동맹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다
Trump Is Pushing the U.S.-Europe Alliance to the Brink Over Greenland - The New York Times
그린란드를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속에 유럽 지도자들은 80년 동맹의 종말이라는 생각지 못한 가능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동맹의 주도국이 한 회원국에 대해 군사적 침공을 위협하고, 다른 회원국들과는 경제 전쟁을 벌이며, 해당 정부들에 대한 정치적·문화적 저항을 조장하겠다고 공언한다면 80년 역사의 외교 동맹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동맹은 결국 파국을 맞이하게 될까요?
현재 유럽 각국의 수도에서는 이러한 질문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현지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린란드를 인수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가 급격히 거세지면서, 유럽 지도자들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영토 확장 야욕에 저항하는 것이 자칫 미국과 유럽의 관계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훼손할 위험이 있느냐는 점입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라르스 클링바일 독일 재무장관 같은 이들은 이러한 위험을 감수할 의지가 있어 보입니다. 이들은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대응해 유럽 국가들이 경제적 '바주카포'를 동원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브뤼셀에 모일 예정인 유럽 지도자들은 트럼프의 도발에 맞서 단결된 대응책을 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미-유럽 동맹이 이미 근본적으로 변했다고 지적합니다.
이제 이 동맹은 더 이상 가치를 공유하는 민주주의 국가들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한 기구가 아닙니다. 대신 미국의 힘을 지렛대 삼아 유럽이 자신의 변덕을 맞추도록 강요하는, 철저히 트럼프의 조건에 따른 관계로 변모했습니다. 독일 마샬 펀드의 이언 레서는 "동맹국을 상대로 이런 방식의 경제 전쟁을 벌이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현재 유럽 내에서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새로운 경제적·군사적 역량을 구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수년, 어쩌면 수십 년이 걸릴 일입니다. 그동안 유럽의 기업과 금융 시장은 여전히 미국의 소비력과 얽혀 있을 수밖에 없으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맞서기 위해 여전히 미국산 무기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수개월간의 외교적 노력은, 유럽 방어를 위해 창설된 나토(NATO)가 미국의 안보 보장 없이는 러시아의 침략을 막아내기에 역부족임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유럽의 자생 노력은 서서히 진행 중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관세 위협을 발표하던 날,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은 파라과이에서 남미 블록과 25년에 걸친 협상 끝에 대규모 무역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동유럽 국가들이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는 것을 반기면서도, 그린란드를 매각하지 않으면 영국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며 동맹국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제 유럽은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얼마나 공격적으로 맞설지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국가 안보 전략' 보고서에서 일부 유럽 국가들이 앞으로 '신뢰할 수 있는 동맹'으로 남을지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문서에는 미국이 유럽 내 '애국적인 정당들'(주로 극우 세력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됨)의 집권을 도와 '문명적 소멸'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까지 담겨 있어 유럽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카네기 유럽의 로사 발포어 소장은 "과거 수준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세대교체가 필요할 것"이라며, 유럽에 대한 공격이 단순한 개인의 돌발 행동을 넘어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굳어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 어떤 위협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유럽의 주권을 수호하겠다고 단언했습니다. 반면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는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며 감정적인 대응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발포어 소장은 더 많은 지도자가 트럼프의 요구에 굴복하는 것이 항상 유럽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양보가 오히려 더 큰 요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향후 미국과의 동맹이 존속할 수 있을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