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병기(서울 동작갑)·무소속 강선우(서울 강서갑) 의원이 공천 헌금 의혹의 중심에 섰다. 검은 돈이 지역구 의원과 시의원 자리를 결정짓는 대가로 쓰였다는 의혹이다. 당 지도부는 "개인의 일탈"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현장 목소리는 사뭇 다르다. "빙산의 일각일 뿐, 암묵적 관행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한국일보 취재 결과, 공천 헌금 비리는 과거의 노골적인 돈봉투 전달을 넘어 훨씬 치밀하게 진화해 지역 정치권을 떠돌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도전의 기회인 공천이, 누군가에게는 수천만 원에 팔리는 '상품'이었다. 이런 '위험한 거래'에 누가 왜 참여하는 걸까.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공천 헌금의 실태를 추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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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지방선거 현장은 '7당 6락(7억이면 당선, 6억이면 탈락)'이라는 얘기가 회자될 만큼 무법지대였다. '기초의원 1억, 광역의원 3억, 기초단체장 5억'이라는 이른바 '1-3-5' 시장 가격표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2004년 정치자금법 개정을 통해 음성적 창구였던 '지구당'이 폐지되고 선거공영제가 도입되면서 노골적인 금전 거래는 자취를 감추는 듯했다. 하지만 공천 헌금이라는 유령은 선거 때마다 이름을 바꿔 가며 다시 나타났다. 특히 금품을 챙긴 인사들의 당내 입지가 탄탄할수록 거래는 더욱 수월하고 은밀하게 이뤄졌다.
실제로 적지 않은 정치인들이 공천을 돕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최근까지 법의 심판을 받았다. 3선 의원 출신인 박순자 전 국민의힘 안산시 당협위원장은 시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해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됐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역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서초구의원 출마 예정자들로부터 공천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김병기·강선우 의원 사태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중앙당의 감시가 엄격한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놀랍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은 당원 구성이 다양하고 공천 상징성이 커서 국회의원이 독단적으로 권한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게 통설이지만 현장 목소리는 다르다. 서울 동대문구 소속 한 구의원은 “드러나지 않았을 뿐, ‘공천이 곧 당선’인 우세 지역구에서 '줄대기'는 여야 불문하고 일어나는 일”이라고 귀띔했다.
최근에는 수사기관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줄대기 수법이 더욱 지능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1인당 후원 한도를 맞춘 ‘쪼개기 후원’이다. 현행법상 개인이 국회의원에게 기부할 수 있는 한도는 연간 500만 원. 이를 이용해 가족, 친지, 지인 명의를 빌려 수천만 원을 후원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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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자들은 정당의 공천 과정을 '비밀의 정원(The Secret Garden of Politics)'이라 부른다. 공천 규정이 모호하고 추상적이라 심사기구의 자의성이 폭넓게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의성은 곧 지역의 '위원장'인 국회의원 의중과 직결된다. 지역의 당 조직을 총괄하는 위원장은 대개 해당 지역구의 현역 국회의원이 맡는다. 민주당은 '지역위원장', 국민의힘은 '당협위원장'으로 이름만 다를 뿐이다.
현행 국민의힘 당헌 87조 5항은 시도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후보 추천 방식과 자격 심사 시 관할 당협위원장과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명목상으론 직접적인 공천권이 없으나, 실질적으로는 기초의원 후보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징계 권한까지 위원장에게 집중돼 있어 지방의원들은 당협위원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먹이사슬’ 구조에 놓이게 된다. 손주하 국민의힘 서울 중구 의원은 "당협위원장이 중앙당에 지방위원들의 징계를 요청할 경우 이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선거 운동에 필수적인 ‘책임당원 명부’ 접근권이 위원장에게만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부산 지역에 예비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한 한 인사는 "당원 명부 없이는 선거 운동 자체가 불가능한데, 위원장이 특정 후보에게만 명부를 흘려주거나 브로커를 통해 접근해 오는 걸 보면서 허탈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갑을 관계는 기괴한 사적 복종으로 이어진다. 김병기 의원 사례처럼 구의회 의장의 업무추진비 카드를 국회의원 배우자가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 역시 이런 현실 속에서 불거졌다. 강서구의회 소속 한 구의원은 "국회의원 호출에 지방의원이 달려가 술값을 대신 결제하는 행태를 숱하게 목격했다"고 전했다. 지역 운영을 위해 쓰여야 할 세금이 국회의원의 '사적 금고'처럼 운용되는 것이다.
다만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공생 관계는 이해관계가 어긋나는 순간 파국으로 치닫는다. 지역 사정에 정통한 한 구의원은 이들의 관계가 변질되는 시점을 '총선 이후'로 꼽았다. 그는 "지방선거와 다음 지방선거 사이에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있다"며 "총선 때까지는 국회의원의 손발이 되어 움직이던 지방의원들이, 총선 종료 후 지방의회 후반기 의장단 구성 등 '자리 배분' 과정에서 자기 지분이 무시당하면 반대파로 돌아선다"고 설명했다. 최근 김병기 의원을 향한 공천 헌금 탄원서가 터져 나온 동작구의회 사태 역시, 의회 내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자리를 두고 김 의원 측과 일부 구의원들 사이의 '자리싸움'이 폭로전의 기폭제가 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윤왕희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교수는 "기초 단위로 내려갈수록 후보자들이 국회의원의 하수인처럼 기능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매관매직으로 자리를 산 이들이 지역 의회에서 제대로 된 의정 활동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공천 헌금은) 단순히 개인 비리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지역 정치가 중앙 정당에 종속된 '정치의 하향 평준화'가 낳은 비극"이라고 진단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자리를 사기 위해 지출한 비용은 필연적으로 이권 개입을 통한 '벌충'으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지방 행정은 부패의 늪에 빠지게 된다"며 "돈과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은밀한 거래'의 최종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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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천 문제는 삼김시대때도 나온 문제인데 여전히 존재하고 고쳐지지않나봅니다
자녀 입시비리는 조국 가져다 쓰는 거랑 똑같죠.
기레기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시끄럽게 고치면서 나아가야겠죠.
뭐 어찌 되었든 걸리면 강력한 처벌 말고는 답이 없어요.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바꾸는 걸 당내 기득권들이 원하지 않는다는 거죠. 현행 시스템으로 지방의원들이 지역 당협위원장의 측근들로 구성되도록 하고 있는데 이걸 바꾸면 당협위원장의 조직 장악력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으니까요.
공감합니다.
공천이 거의 당선이니, 공천을 곧 선거로 해야합니다.
영호남 공천 장사 징글징글하죠.
정청래호에서는 변화가 있을라나요.
아울러 개인적으로 지방선거는 없앴으면 합니다. 손바닥만한 나라에서 공식적으소 토호 세력들 육성해주는 장치잖아요. 부패의 검은 고리.
기초의원이 공천장사 하기 힘든 무보수 명예직에 불과 했으면 지방의회들 벌써 문 닫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