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동 인구보다 많은 3370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하고도 무책임하게 나오는 쿠팡에 대한 소비자의 분노가 거세다. 미국에 본사를 둔 쿠팡이 미국 투자자와 한국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 다르다. 기업의 잘못을 바로잡고 예방에 투자하게 하는 집단소송 같은 사후제재가 없거나 약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집단소송, 징벌적 손해배상, 증거개시(디스커버리)는 실효성 있는 소비자 피해구제 ‘3종 세트’로 불린다. 집단소송은 피해자 중 일부가 승소하면 그 효력이 피해자 모두에게 미치는 제도다. 최대 수천만 명에 이르는 피해자에게 조 단위의 배상을 할 수도 있어 기업이 두려워한다. 특히 기업들은 소송 중 증거개시로 이메일 같은 민감한 자료까지 공개하는 것에 공포를 느낀다. 미국에서는 이 때문에 거액의 배상을 약속하며 피해자와 합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두려움이 있어야 정보보안에 투자하고 소비자 보호에 노력한다는 게 강력한 사후제재의 목적이다.
쿠팡과 에스키에티(SKT) 사태를 계기로 소비자 피해 구제를 실효성 있게 해야 할 필요성이 환기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국무회의에서 “잘못하면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여야 한다”며 과징금 강화와 집단소송제 도입 등을 주문했다. 최근 정부가 기업 범죄에 대한 형사처분을 줄이고 민사적 규율을 늘리기로 해 그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11일 현재 국회에는 오기형, 김남근, 이학영, 백혜련, 전용기, 박주민 의원 (이상 더불어민주당)과 차규근 의원 (조국혁신당) 이 집단소송제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한데, 이런 움직임이 처음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배배상제 확대 도입을 국정과제로 삼고 2020년 9월 입법 예고까지 했으나 도입이 무산됐다. 재계와 보수언론의 반대가 완강했다. 그나마 있는 제도 마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2005년 증권 분야에 한정해 도입된 집단소송은 피해자가 기업의 잘못을 입증하는 데 필요한 증거개시제 등이 없어 20년간 단 12건의 소송이 제기됐고, 의미 있는 원고 승소는 6~7건에 그쳤다. 이번에도 흐지부지되지 않으려면 반대를 뒤집는 논리와 정교한 제도 설계, 소비자의 관심과 지지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략)
후진적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라는 1400만 개인 투자자의 요구가 상법 개정의 동력이 되었듯이 개인정보 유출로 높아진 소비자의 경각심을 제도개선의 추진력으로 삼는 것도 필요하다. 오기형 의원(민주당 코스피 5000 특위 위원장)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했으나 상법개정도 사회적 에너지가 있기에 돌파할 수 있었다”며 사회적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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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반발을 무시하고 추진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