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까지 제국주의 열강들의 식민지 경영은 시간이 갈수록 가성비가 떨어지는 사업이 되었습니다.
피지배 민족의 민족주의가 깨어나면서 반란을 진압하는 비용(군사비)은 폭등했고,
직접 통치에 따르는 행정 비용과 복지 책임은 커졌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도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기존 강대국들이
식민지라는 '폐쇄된 시장'을 독점하는 것은 달갑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영토를 직접 점유하기보다,
전 세계 어디든 미국 물건을 팔 수 있는 '자유 무역'과 '오픈 도어' 정책이 훨씬 유리했습니다.
아메리카에도 식민지를 갖고 있었던 유럽 열강들은
나폴레옹 전쟁으로 국력이 소진되어 아메리카 대륙을 직접 통치할 힘을 잃었습니다.
미국은 이 관리 부실 상태를 틈타 먼로 독트린을 발표하며 명분을 선점했습니다.
당시 미국은 유럽 열강과 정면으로 맞붙을 군사력은 없었지만
'아메리카는 아메리카인의 것이다, 유럽은 아메리카에 발붙이려 하지 말라'라는 도덕적 프레임으로 유럽의 재진입을 차단하고,
대신 더 진화한 방식의 지배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즉, 남미 국가들을 직접 병합하여 그들의 복지나 행정을 책임지는 고비용 구조를 피하고
대신 '먼로 독트린'이라는 국제 정치적 프로토콜을 깔아둔 후에
그 '바나나 공화국'들에서 미국 자본과 기업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며 부를 빨아들이는 구조를 만든 셈이죠.
유럽 국가들은 자신들의 식민지를 배타적인 경제권으로 묶어 후발주자인 미국이 이 시장에 진입하는 걸 막았는데
20세기에 들어 미국은 '민족 자결주의' 같은 명분으로 이 독점 시장을 열도록 요구했고
2차대전이 끝나가며 마침내는 유럽의 식민지를 해방시키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식민지를 점령하는 제국주의 시절이 저문 건 사람들이 더 윤리적이 되어서가 아니라
경제성이 떨어진 것과 미국의 이익에 반하기 때문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선한 제국'으로 보였던 이유는
직접적인 식민 지배보다는 그런 간접 통치가 훨씬 효율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직접 총칼을 들이밀지 않아도 달러(기축통화), SW/플랫폼, 금융 시스템이라는 네트워크를 통해
부를 빨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점령군을 주둔시키는 비용보다 문화와 기술로 종속시키는 비용이 훨씬 저렴하고 저항도 적었습니다.
일종의 플랫폼 경제를 이때부터 운영했다고 말해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그간 우리는 이것을 '자유주의 국제 질서'라고 불렀지만,
다르게 보자면 세련된 형태의 제국주의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아일보 사진
트럼프가 그린란드, 멕시코, 베네수엘라 등에 대한 지배욕을 드러내는 건
이런 기존 미국의 네트워크적인 패권에 균열이 가고 있기 때문인 면이 있겠지요.
소프트웨어 시대라 해도 결국 배터리, 반도체, 에너지라는 물리적 기초가 필요합니다.
희토류나 석유 같은 핵심 자원을 시장 원리로 가져오기 불안해지면(중국과의 패권 경쟁 등),
다시 '물리적 확보'라는 면이 중요해지는 거겠죠.
그리고 전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며 질서를 유지하는 비용이 너무 커지자,
차라리 그 돈으로 필요한 땅이나 자원을 직접 챙기는 게 낫다는 계산이 커졌을 수도 있을 거구요.
결국 제국주의가 사라졌던 것처럼 보였던 건
그것이 나빠서가 아니라 경제적으로 효율이 없어졌기 때문이었는데
미국에게 있어 '말 안 듣는 이웃을 네트워크로 달래는 비용'보다,
'힘으로 눌러서 확실한 내 것으로 만드는 비용'이 더 싸게 먹히는 상황이 조성되어 가고 있는 것일까 싶네요.
어떻게 보자면 콜럼버스 이후 지금까지 우리는 계속 제국주의 질서 하에서 살고 있는 셈이라 해야 하는 걸까 싶기도 합니다.
- 1기 제국주의 : 식민지를 직접 통치하는 유럽의 방식
이 시기 신생국가였던 미국은 굳이 먼 곳까지 가서 식민지를 차지할 것도 없이
북미 대륙에서 서쪽으로 진출하며 원주민들을 학살하고 땅을 차지하는 것만으로도 광활한 대륙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유럽의 열강들은 식민지를 둘러싸고 자기들끼리 대립한 양차 대전으로 힘을 잃고 미국이 어부지리를 얻었습니다.
- 2기 제국주의 : 네트워크로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미국의 방식
한 편으로는 1기 제국주의의 방식대로, 한동안 인근 국가들을 소비에트 연방으로 병합한 러시아도 있었는데
이 역시 미국 방식과의 경쟁에서 패배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다음 단계로 접어드는 국면이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 중, 러 가 다시 직접적인 힘으로 영토와 자원을 지배하는 새로운 제국주의 열강이 되는 시기가 될 지도요.
2차대전 이후 그런 미국의 방향이
한국에는 기가 막히게 좋은 쪽으로 작용했고
한국인들에게는 고마운 나라가 된 거죠.
여전히 많은 약소국들에게는 깡패짓을 하고
심지어는 전세계를 대상으로도 금태환 중단 등의 패악질을 하는 걸 보면서도
한국인들에게는 우리 인심좋은 형이 밖에서는 저런 일도 있구나... 하는 식으로 보여져왔던 것 같기도 합니다.
잘 해주길 바랍니다 ㅠㅠ
좋은 표현이네요, 세련된 제국주의 ㅎㅎ
다만 "폭력적 제국주의" 가 "세련된 제국주의" 보다 경제적으로 나아서는 절대로 아니라 봅니다.
하지만 "폭력적 제국주의" 가 빨리, 가시적 성과를 자기 생애 주기 안에서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권위주의적 지도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선택으로 보였을거라 보이구요.
이게 세련된 제국주의보다 나쁜 이유는, 미국의 세련된 동맹구도(?)는 굉장히 컸습니다.
사실상 선진국을 거의 다 집어삼킨 덩치로 다른 나라들을 굉장히 압박하기 쉬웠죠.
동일 인종라는 이유로 그 동맹구도가 더욱 끈끈했다는것도 한몫 합니다.
근데 거기서 유럽 엿먹어를 시전하다가 드디어 "내 식민지 되쉴?
싫으면 로스케나 칭챙총 아래로 가시던가?" 를 시전해버린거나 다름없는 상황까지 밀어붙였죠.
영국이 유럽편을 들면 유럽이 자체적으로 버틸텐데,
영국이 중립개꿀포지션을 노리거나, 중국이 확 유럽에 접근하면 유럽도 참 고민될거같습니다.
월급쟁이 사장이나 통치자 개인 입장에서는
말씀대로 뒷일이야 어떻든 빠른 결과가 나오는 게 좋겠습니다... ㅠㅠ
미국이 그동안 '세련된' 방식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압도적인 부를 바탕으로 여유가 있었기 때문인데
이제 그 여유가 사라지니 가장 원초적이고 폭력적인 제국주의의 본성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이게 로마가 쇠퇴하며 변방 통제력을 잃고 강압적으로 변해갔던 과정과 겹쳐 보이기도 합니다.
러시아/중국 두 독재 국가의 힘이 너무 커졌고, 반대로 유럽은 에너지는 러시아에 의존적이고 군사적으로 러시아 위협에 맞서야 하고, 경제적으로 중국에 잠식당하고 있죠. 미국이 여기서 유럽과 함께 러시아/중국을 막을지 아니면, 나도 이번 기회에 유럽과 중미를 털어먹을까? 이런 분위기 같습니다.
네, 말씀하시는 것처럼 미국에만 의존했던 1극체제가 끝나니 이렇게 되는 거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습니다.
Evil empire가 레이건이 소련에 대해 한 말이었다가
이후 RATM이 미국 자본주의를 지칭해서 한 말이었던가요...
미국이 초부유국이 될 수 있는게, 미국 내의 자원 및 인력도 물론 크겠지만, 결국은 달러가 국제 통화로서 통용되는게 크다고 할 수 있는데, 내가 하면 로멘스 너가 하면 불륜 급으로 제제 조치 남발하고 하다보니 국제 통화로서의 기능이 점점 깨진 느낌입니다. 이미 페트로 달러도 깨진 듯 하고 (파운드가 페트로 달러로 훅갔죠.) 하나 둘 가다보면 남는건 전세계에 뿌려진 달러 만큼의 빚이겠네요. ㅠ
기축통화라는 게 결국 전 세계가 동의한 프로토콜인데,
운영자가 자기 이익대로 계정을 정지시키고 룰을 바꾸면 유저들은 대안을 찾기 마련이겠지요...
말씀하신 페트로 달러의 균열은 그 시스템에 실질적인 구멍이 났다는 신호일 거구요.
예전엔 '인심 좋은 형'이 운영하는 플랫폼이 편하니 다들 모였는데
이제는 형이 '내 말 안 들으면 다 뺏어버리겠다'고 나오니
다들 각자도생하며 자원과 금 등 실물 자산을 챙기려는 거겠죠.
임기를 무한 연장하고싶으나 그게 맘대로 안되어 내전이나 미국분열로 앞으로 3년안에 세계적으로 큰사건들 여럿 보일듯 합니다
전세계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건 포기하는 단계가 되어
단기적으로는;;; 아메리카 제국의 황제 폐하가 되려는 걸까 싶기도 합니다.
(임기가 있고 법을 지켜야 하는 대통령 자리는 싫겠죠. 시진핑과 푸틴이 부러울 거고)
나머지는 러시아와 중국에 내주고...
크게 경제적 요인과 정치적 요인으로 나뉜다 생각합니다.
1. 경제적 요인(부제: 답이 없는 재정적자)
: 돈나갈 구석은 많은데 달러 찍어내는 것만으론 한계에 부딛침 --> 해결책: 식민지 만들어 여러 피통 차기
2. 정치적 요인(부제: 중국의 부상)
: 간신히 버티는 기축통화가 중국의 등장으로 흔들림, 1번문제 심화--> 해결책: 직접 못때리니 중국과 친한나라 먼저 때리기
안그래도 자본주의라는 건 그냥 놔두면 양극화가 심해지고 버블이 커지는 등
어떻게든 땜빵을 해가면서 유지를 해야 하는 것일텐데
이제 한계가 온 것일지, 혹은 이미 한참전에 한계를 넘은 건데 어떻게든 끌어안고 왔다고 해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