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00 KST - CNN - 2026년을 맞아 일본 반다이 사가 출시한 다마고치(たまごっち)가 30년 역사를 맞습니다. CNN은 아직까지도 살아남아(?) 팬을 유지하는 현상을 전하고 있습니다.
"나와 결혼해 줄래?"
윌리엄 마네자가 흰 드레스를 입은 낯선 이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60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네 번째 청혼이었다.
반지 대신 두 사람은 다마고치를 꺼내 가상 애완동물과 결혼식을 올렸다. 픽셀로 이루어진 결혼식이었다. 캐나다 토론토 다마고치 클럽이 주최한 이 행사에서 1시간만에 무려 162건의 다마고치들이 합동 결혼식(?)을 올렸다. 일부 팬들은 LA와 텍사스에서 비행기를 타고 토론토까지 왔다. 29세의 마네자와 그의 파트너는 작년 8월 토론토 세실 커뮤니티 센터에서 열린 200여명의 열혈 다마고치 팬중 한명이었다. 그들의 결혼식 서약은 보통과 것과는 달랐다.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사랑하겠다"가 아니었다.
"배터리가 다닳고 화면이 긁혀도 서로 사랑하겠습니다."
주최측은 해당 행사가 세계 최대 규모의 다마고치 결혼식이라고 CNN에게 전한다.
(사진설명 :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다마고치 클럽에서 열린 즉석 다마고치 결혼식 이벤트 / 사진촬영 : R.J.존슨 via 토론토스타-게티이미지) LINK
1996년 일본의 장난감 회사 반다이사가 출시한 휴대용 디지털 애완동물인 다마고치는 출시 2년 반만에 전세계 4천만대 출하를 기록했다. 이후 출시 1억만대를 돌파, 일본의 닌텐도 스위치,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의 판매량와 맞먹는 흥행을 기록했다.
2026년 출시 30주년을 맞는 다마고치의 제작사 반다이사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중이다. 1월달에 롯본기 미술관을 시작으로 일본 전역에 순차적으로 기념 전시회를 개최예정이며 일본 최대의 패스트리테일링 기업 유니클로와 협업으로 콜라보 다마고치 출시도 기획되었다.
"가상의 디지털 애완동물" 이라는 개념의 다마고치는 반다이 크리에이터 요코이 아키히로가 TV광고를 보고 착안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 한 소년이 애완동물인 거북이를 데리고 여행을 가고 싶다는 TV광고에서 개념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사실 "가상의 디지털 애완동물" 컨셉은 1989년 일본의 켄지 고토우가 개발한 매킨토시 OS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 "네코"가 원조이다. 이는 화면에서 랜덤으로 고양이가 불쑥 튀어나오는 프로그램으로 사용자는 마우스 커서를 계속 고양이를 따라 클릭하는, 단순한 인터페이스였다. 그러나 일본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이후 NEC PC-9801을 시작으로 IBM PC플랫폼으로도 이식되었으며 Windows 스크린세이버로까지 확장되었다.

일본 장난감기업 반다이(BANDAI)사가 출시한 다마고치는 버튼이 3개인 달걀모양의 키체인 장난감으로 처음에는 남자 어린애들을 목표로 디자인컨셉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개발단계 및 시장조사 결과 일본 여자 고등학생사이에서 제품의 잠재력이 더 크다는 결과에 따라 디자인 컨셉이 전환되었다.
그리고 다마고치는, 대박을 쳤다.
시장에 풀리고 나서 끝없는 완판에 완판을 거듭하고, 일선 소매상에서는 제발 물량을 달라고 반다이사에 고함을 쳐댔다. 주문 팩스는 24시간 내내 불이 나게 팩스용지를 뱉어댔다. 인기 디자인 및 색상 다마고치를 가진 아이들은 교실에서 왕좌의 자리에 올랐다. 아예 전문적으로 다마고치를 친구대신 키워주는 학생들이 생겨났으며 이들의 양육 기술(?) 덕분에 학교에서 워너비 대접을 받았다.
퍼비, 토미 힐피거, 스파이스 걸스와 함께 1990년대 대중문화 아이콘으로 등극한 다마고치는 현 페이스북 밀레니얼 세대에서는 여전히 스마트폰 이전, "디지털 베스트 프렌드"로 회자되며, 먹이주기, 청소, 놀아주기 등을 통해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돌보지 않으면 비극적인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죠. 다마고치가 죽었을 때 가슴 아픈 추억에 동감하는 이들은 1990년대 청소년 시절 사람들일 거예요."
- 페이스북 다마고치 페이지 팬 포스트 -
2011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처음으로 다마고치를 소개한 수석 큐레이터이자 연구개발 책임자인 파올라 안토넬리는 "타마고치는 디자인이 기계와 감정적 유대를 형성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보여준 사례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안토넬리에 따르면 다마고치의 "DNA"는 애플에 시리를 연상케하는 "대답하고, 상기시키고, 꾸짖고, 보상하는" 스마트 건강 트래커에 이르기까지 "실용성과 동반자 관계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모든 인터랙티브 장치에 영향을 미쳤다.
"다마고치는 변덕스럽고 까다로웠습니다. 시도때도 없이 배고프고 화가 나고, 졸리고, 똥을 싸기도 했죠. 사용자로 하여금 돌봄과 방치, 의무와 보상의 순환에 참여하도록 끊임없이 요구했습니다. 다마고치의 탁월함은 감정적 무게가 그래픽이나 서사가 아닌 행동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입니다."
- 파올라 안토넬리 / 뉴욕 현대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
토론토 다마고치 팬행사에 참석한 마네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할머니를 잃은 후 가장 힘든 시기를 어린 시절 장난감을 다시 발견하며 극복했다고 말했다.
"그것들은 내 인생의 매우 암울한 시기에 정신을 차리게 해준 중요한 도구가 되었어요. 다마고치를 돌보는 것이 바로 나를 돌보는 일이 되었습니다."
- 윌리엄 마네자 -

일본의 반다이는 여전히 다마고치를 생산하고 있으며 오늘날 스마트폰과 각종 최첨단 기기, 그리고 놀랄만한 3D 애니메이션 기술을 자랑하는 어플리케이션의 틈새에서 작은 화면, 불과 몇십 픽셀을 가지고 있는 다마고치가 차별화를 가진다고 믿는다. 반다이사는 콜라보를 통해 더욱 세련된 디자인으로 이러한 차별화에 매력을 더하고 있다. 1997년 홍콩 컬렉터스 에디션(M+ 전시) 및 KPOP 블랙핑크, 스트레이 키즈 모델 등 50여개국에서 38개 콜라보 모델을 출시해 왔다.
최근에는 내장카메라와 자동 양육기능을 포함한 2021년 다마고치 픽스 모델, 2023년에는 Wi-Fi 네트워크 기능을 추가한 다마고치 유니, 2025년에는 다마고치 파라다이스 모델같은 현대감각에 어필한 추가 모델들이 출시되었다. 반다이는 미니 게임모드, 더 독특한 디자인 캐릭터 분화 등으로 10대 초반을 타겟으로 마케팅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말한다.
정신건강 의료전문가들도 다마고치의 역할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긍정을 표시한다. 다마고치가 인간으로서 다른 인간들을 양육하고 연결하고 돌보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본능에 어필한다고 말한다.
"디지털 애완동물을 돌보는 행위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환경과 일상감각을 제공하긴 합니다. 물론 반려견이나 인간과 동거하면서 얻는 정서적 행위와는 달리 이같은 경우에는 안전하고 통제된 환경이긴 하겠죠."
- 제시카 라마 / 정신과 전문의 / 밸뷰 트라우마 회복센터 공동 설립자 -
스마트폰과 AI의 시대에 여전히 다마고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명맥을 잇고 있다. 북미에서 다마고치 클럽들이 운영되고 있으며토론토 다마고치 행사와 마찬가지로 오프라인 행사들도 전세계 다른 다마고치 클럽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호주, 칠레, 프랑스, 필리핀 등에서 다마고치 오프라인 행사들이 줄줄이 기획되고 있다.
"우리는 요즘 다마고치의 인기현상을 다마고치 효과라고 불러요. 어른으로서, 우리는 종종 놀이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기회가 없습니다. 다마고치는 그것이 얼마나 필요한지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 투이 그레이(30세) / 캐나다 토론토 다마고치 클럽 설립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