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일이 너무 없어서 집에서 커피만 주구장창 마시고 있습니다.ㅎㅎ
50중반도 넘긴 이 시점에 문득 아...커피가 이런거였어?라는 생각에 글을 적어봅니다.
1.처음은 누구나 맥심
92년 처음 서초동 반지하 디자인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갔을때 실장이 그렇게 맥심 커피를 마셨습니다.
그 전엔 커피란 걸 마셔본 적도 없었는데 실장님 덕분에 맥심 설탕 커피에 입문했죠.
그 후 몇 년 동안은 계속 맥심만 마신거 같습니다.
2.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세계
워낙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 가물한데 96년쯤인가 논현동 디자인회사에 근무할 때
워낙 밤샘이 많았는데 당시 사장이 밤새고 나면 아침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블랙 커피를 사줬죠.
와...세상에 이런 맛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3.진짜 커피 세상을 조금 맛만 살짝 보다.
2009년인가 2010년인가쯤 아는 분 소개로 스타트업 회사 브로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굉장히 젊은 대표였는데 커피 원두를 굽는(로스팅) 기계를 만든다고 했죠.
전자동 로스팅 기계로 전 세계 유명 바리스타들의 기술이 들어가 있다고 했습니다.
암튼 그 대표가 진짜 맛있는 커피를 마시자고 해서 기억이 안 나는데 커피연구소인가 어디를 갔습니다.
그때 처음 알게 된 게 원두 종류가 많다는 것. 동남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서 온다는 것.
그리고 처음 맛 본 산미 강한 동남아 커피...맛은 별로였습니다.
3.드립커피를 알게 된 날
디자이너 생활은 밤샘의 연속입니다. 카페인없이는 도무지 이겨낼 방법이 없죠.
꽤나 시간이 지난 후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처가집 식구들이랑 여름에 양평에 놀러갔는데
저녁에 커피가 마시고 싶어 지도를 뒤지다가 간 곳이 테라로사였습니다.
처음에 놀랐던 건 커피가격. 한 잔에 만원에 가까운(8~9천원이었던걸로 기억)걸 보고 너무 놀랐고
다음에 놀란 건 너무 맛있어서 놀랐습니다. 그리고 나오면서 그 커피를 또 마시고 싶은데 비싸서
망설이다가 드립백이란걸 판다는 걸 알았죠. 당장 사왔습니다. 그리고 엄청나게 마셨습니다.
당시 회사가 중구에 있었는데 광화문 근처에 테라로사가 있어서 매번 거기서 드립백을 사왔죠.
4.스타벅스 강배전 커피를 알게 되다.
드립백 맛에 지쳐갈 때 쯤 사무실 근처 제일 싼 저가 커피만 구매해서 마셨습니다.
더 이상 드립백의 밍밍한(?) 맛이 싫더라고요. 거기서 에스프레소의 강렬한 맛을 알게 된거죠.
그러다가 더럽게 비싼(?) 스타벅스 커피를 쿠폰인가 뭘로 처음 마셨는데.
너무 충격적으로 맛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엄청 쓰고 맛없다고 하는데 저는 이 맛이 딱! 맛더라고요.
그런데 문제는 너무 비싸다는 것. 그래서 이리 저리 뒤지다가 알게된 게 바로 캡슐커피입니다.
5.캡슐커피 하나만 판다!
네스프레소 머신 중 가장 저가인 에센자를 구입하고 캡슐을 모으기 시작했죠.
온갖 맛은 다 사서 하나씩 맛보기 시작했습니다.
스타벅스 강한 맛을 좋아하다보니 인텐소같이 다크한 걸 원하게 되었죠.
그렇게 1년 동안 캡슐 커피만 죽어라 마셨습니다.
6.다시 원점으로~
뭐랄까...너무 캡슐 커피를 많이 마셔서인건지 특유의 맛에 질리기 시작했습니다.
말로 하기가 참 어려운데 처음 마실땐 정말 맛있었는데 이상하게 특유의 맛이 있는
딱 그 지점에서 질리게 되었습니다. 이건 개인적인 성향일 수도 있는데 예를 들어
저는 서브웨이에서 '이탈리안 비엠티'를 안 먹습니다.
직원들 다 내보내고 혼자 있을때 거의 1년동안 점심으로 이것만 먹었더니 그 맛이
평소에도 입 안에서 돌더라고요. 질려버린거죠.
결국 다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원하게 되었는데 역시 문제는 가격이었습니다.
이러다가는 스타벅스 커피로 거덜나게 생겼다는 생각에 대체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카페에 가입해서 물어보고 스타벅스 원두를 사다가 집에서 머신으로 마시면
그 맛이 똑같냐? 드롱기 매장에 가서 마셔보고 물어보고 진짜 많이 알아봤습니다.
결론은 안된다!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똑같은 원두를 사용해도 어떤 머신을 사용하느냐?가 제일 중요한데
일정한 맛을 내주는 매장의 머신을 사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하더군요.
결국 스타벅스와 저가 커피를 번갈아 마시게 되었습니다.
7.모카포트
처음 사진은 지금 막 찍은 것입니다. 요즘엔 이렇게 마시고 있습니다.
모카포트는 알미늄으로 추출해야 하지만 일단 스테인레스를 구매했습니다.
비알레띠 뉴브리카는 조금 나중에 구매할 예정입니다. 다루기가 힘들거 같아서요.
위에서 말했듯 커피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다보니 저도 부담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도 아파트내 커뮤니티 카페에서 파는 커피 맛이 좋아서 계속 마셨는데
그것도 한달로 모아 놓고 보니 꽤 되더라고요. 관리비에 포함되어 나옵니다.ㅠㅠ
그러다 우연하게 유튜브에서 리큅 스테인레스 모카포트 후기를 보게되었는데
진짜 당장 구매했죠. 5만원대여서 부담이 없긴 했고 인터넷 원두 판매처에 부탁해서
모카포트용으로 분쇄를 요청해서 받았습니다. 그런데...이게 영 추출이 어렵더라고요.
추출만하면 한약 맛이 나는데 원래 그런건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냥 확! 버릴까~괜히 샀네 하다가 인터넷 서치를 통해(요즘 AI가 참 좋습니다) 알게되었죠.
모카포트는 원두가 매우 매우 중요하다는 것!! 그래서 조금 가격이 있는 원두로 바꿨더니
홀리 쓋! 맛있습니다. 좋아하는 스타벅스 강배전 맛보다는 연하지만 거의 아파트 카페 맛과 같습니다.
이제 제 입맛에 맞는 커피를 찾은 걸까요?
8.현재 진행중...원두를 분쇄하기 시작하다.
하루에 1~2번 추출해서 마시는데 이게 이상하게 분쇄된 원두가 한달 정도 지나니까
처음 마셨을 때랑 맛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걸 알았습니다. 알고 싶어서 안게 아니라
그냥 알게 된 느낌? 이렇게 혀가 민감해 지나 봅니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 또 인터넷을 뒤지니 분쇄된 원두를 오래 보관하기 어렵다.
또한 맛있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는 로스팅 된 홀빈을 사서 그때 그때 분쇄해서 마시는 게
가장 맛있다.에 도달했습니다.
그래서 수동 그라인더 중 매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타임모어 c3s pro를 구입했죠.
그라인더를 받았을 때 원두가 없어서 집앞 스타벅스 매장에 가서 250g짜리
에스프레소 로스트 원두(더럽게 비쌈)를 사왔습니다. 당장 분쇄해서 마셔보자.
보일러 위에 바스켓 안에는 58mm 퍽스크린을 넣습니다.
타임모어 그라인더는 13클릭에 맞추고 15ml 스푼으로 4번 떠서 분무기로 물을 한번 뿌리죠.
그리고 분쇄를 합니다. 바스켓이 넘칠 정도로 담은 후 침실봉으로 뭉침을 풀어준 뒤
탬퍼로 적당하게 눌러줍니다.(너무 강하게 누르면 한약 맛 납니다)
그 위에 종이 필터 3장을 올리고 휴대용 가스버너 중불로 추출합니다(인덕션 추출은 어려워요)
그리고 맛을 봅니다. 어머나 세상에~스타벅스 매장 맛과 90% 동일합니다.
일단 찾았습니다. 또 어떻게 변할 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지금이 최고입니다.
9.원두는 어디서 구입하나?
원래 코스트코 매장에는 스타벅스 에스프레소 로스트 1.13kg 상품이 있습니다.
또한 PB브랜드인 커클랜드에서도 스타벅스 원두로 똑같이 로스팅한 1.13kg 상품이
매우 저렴하게 있어서 많이들 구입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하필...
내가 이 맛을 찾게 된 후 이 상품들이 싹~사라졌습니다.
어제 코스트코와 트레이더스 등 대형 매장에 다 문의해 본 결과
앞으로 매장에서 보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하더군요. 젠장...ㅠㅠ
대체 원두는 에스프레소가 아닌 카페 베르나가 있고 똑같은 에스프레소를 구입하려면
현재는 스타벅스 매장에서 250g 18,000원주고 사던가 아마존으로 직구하면 됩니다.
당장은 코스트코 카페 베르나를 생각 중입니다. 그런데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네요.
물론 매장 가격에 비하면 싸지만^^
갑자기 커피 마시다 생각나서 쓴 글인데 너무 길어졌네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커피에 대해 잘 아시게 되는 건, 미각도 예민하신 거죠.
저도 타임모어 수동 그라인더 사용합니다. 브레빌 에쏘머신과 모카포트, 드리퍼를 섞어 마시는데 그라인더 조절하는 게 번거로와 하나 더 살까 고민중입니다.
다음 챕터 추천드립니다.
10. 로스팅의 시작
산미를 별로 안좋아해서 사계라는 블렌딩 원두를 기본으로 마시고, 상큼한 산미가 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땡기는 계절에는 에티오피아 원두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ㅎㅎ
모카포트를 쓰시다니... 대단하십니다. 저는 맛을 일관되게 뽑는게 너무 어려워서 포기했어요.
모카포트에 비하면 에스프레소 머신은 할게 없을정도로 단순하면서도, 일관성있는 맛을 내줍니다.
바쁘실 때를 대비해서 에스프레소 머신 하나 사세요.
(그러다가 모카포트랑 드립세트는 귀차나서 창고에 들어가게 되는 단점이 있긴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