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어려서부터 두피가 유난히 예민했습니다. .
머리카락이 조금만 당겨져도 싫다며 찡그리곤 했죠.
어제 간호사 선생님이 정성껏 양갈래로 묶어준 노란 고무줄을, 그게 마음에 걸려 가위로 조심스레 잘라냈습니다.
고무줄을 빼내는 순간, 머리가 살짝 당겨지자 아이가 ‘움찔’ 반응을 했어요.
그 작은 반응이 마음을 또 한 번 저며왔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예전에 미리 사둔 예쁜 머리끈을 챙겨갔어요.
중환자실 면회 가는 길, 어제부터 산발된 머리가 내내 마음에 남았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사과 모양으로 머리를 묶어주었습니다.
그때 지나가시던 여사님 한 분이,
(중환자실에는 간호사 선생님들 외에도, 환자들의 머리를 감겨주고 체위를 바꿔주는 고마운 분들이 계십니다.)
“엄마가 주희 머리 예쁘게 묶어줬네~” 하시더군요.
그 말에 난 너무나 반사적으로 “너무 귀엽죠?” 하고 대답해버렸습니다.
‘귀엽기는 무슨…’ 속으로는 그렇게 되뇌며 스스로를 탓했죠.
너무나 오랜 시간, 멀쩡한 척하는 연기에 길들여진 나는 이렇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맙니다.
여사님의 얼굴에 잠시 스쳐간 안쓰러움이 느껴졌지만, 그분은 역시 노련했습니다.
“귀엽네요~” 하며 따뜻하게 웃어주셨죠.
벌써 11개월째, 물 없는 샴푸질만 하고 있는 우리 아이의 머리는 그나마 여사님들의 손길 덕에 깨끗해 보입니다.
하지만 물 없이 하는 샴푸질이 오죽하겠어요.
그런 아이의 머리를 빗고 묶어주는 나를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싶기도 하지만,
오늘도 난 아이의 메마른 얼굴에 수분크림을 발라주고, 금세 구겨질 걸 알면서도 옷매무새를 다듬고 덮고 있는 시트를 곱게 펴줍니다.
일주일에 세 번, 중환자실에서의 10분 남짓한 물리치료로는 굳어가는 몸을 막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면회 시간 동안 아이의 손과 발을 주무르는 건 내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예쁜 머리와 촉촉한 피부만큼은 우리 주희에게 꼭 지켜주고 싶습니다.
꿈 많고 수줍고, 예쁜 걸 좋아하던 내 딸, 너를 위해 오늘도 엄마는 마음이 찢어지면서도
의연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너를 만진다. 그 마음을, 언젠가 네가 꼭 알아줬으면 좋겠어.
완쾌하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