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사실이지만, 이 부분을 오해하시는 분이 있어 정리 차원에서 글을 써 봅니다.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은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하고, 이에 대한 고의가 있을 것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관리하는 건조물’이라는 표현을 문언 그대로만 폭넓게 해석하면, 사람이 관리하는 모든 장소가 주거침입의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착각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법 해석에서 중요한 것은 그 규정이 무엇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가, 라는 점입니다. 주거침입죄가 보호하려는 법익은 단순한 출입 통제 권한이 아니라, 거주 또는 관리 하에 있는 공간의 사실상의 평온, 즉 일상생활이 외부로부터 침해되지 않을 권리입니다. 다시 말해 쟁점은 “그 공간이 관리되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 공간에서의 출입이 일상적 평온을 침해하느냐”에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정상적으로 영업 중인 가게와 같이 출입이 예정된 개방적 공간에서는 통상적인 출입 행위만으로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에 대해 법리를 오해하여 “침입이 성립하지 않을 뿐, 영업점도 주거에는 해당하지 않느냐” 라는 취지의 말씀을 하신분이 계셨습니다만.. 주거침입죄의 판단 맥락에서 주거와 침입은 분리된 판단 대상이 아니라, 결합된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주거침입죄의 ‘주거’는 독립적인 일반 개념이 아니라, 침입이라는 행위가 문제 되는 맥락 속에서만 의미를 갖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즉, 침입이라는 행위가 문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주거에는 해당하지 않느냐”라고 묻는 것 자체가 구성요건 판단의 순서를 거꾸로 놓은 셈입니다. 주거침입은 주거나 침입같은 개별 요소가 자연적으로 존재해서 성립하는 범죄가 아니라, 특정한 행위가 있을 때 그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를 따지는 범죄입니다. 따라서 침입이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주거 개념만을 따로 떼어 논하는 것은 법리상 의미가 없는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물론 같은 공간이라도 영업 종료 후의 업장 무단 출입은 주거침입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물리적인 장소 그 자체가 아니라, 해당 시점과 맥락에서의 출입이 사실상의 평온을 침해하였는지 여부입니다. 이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설령 누군가가 관리하는 건조물이라 하더라도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을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그러니 맥락을 떼어놓고 '관리하는 구조물이니 주거다' 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죠.
* 사족
앞서 대화 나눈 분은 이와 관련하여 초원복집 사건을 근거로 “가게에서도 주거침입이 성립할 수 있다”고 주장하시던데, 이 사건은 오히려 그 반대의 결론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초원복집 사건에서는 최종적으로 주거침입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기억이 원심에 머물러 계신분이 적지는 않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