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의사들은 '워라밸'을 원하고, 선배 의사들은 '그건 의사의 본분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수 세대 동안 의사들은 호출기(삐삐)의 노예가 되는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이제 많은 이들이 의료계의 워커홀릭 문화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024년 11월 3일
글: 테-핑 첸(Te-Ping Chen)
현재 의료 현장을 가르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의사는 직업(Job)인가, 아니면 소명(Calling)인가?"
수십 년 동안 답은 명확했습니다. 의사들은 환자 진료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자신들의 의무라고 믿으며 긴 근무 시간과 가혹한 일정을 받아들였습니다. 동료들 역시 똑같이 행동한다는 자부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세대의 의사들은 이러한 문화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이는 때로 선배 의사들의 분노를 자아내기도 합니다.
플로리다주 주피터 의료센터에서 30년 동안 외과 의사로 근무해 온 제퍼슨 본(Jefferson Vaughan, 63세) 박사는 한 달에 5~7일 밤을 응급실 당직으로 보냅니다. 그는 자신과 비슷한 연령대의 의사들 몇몇이 이 의무를 분담하고 있는 반면, 좀 더 전문화된 수술을 하는 젊은 동료들은 당직에서 제외된다고 말합니다.
"우리 같은 노인네들만 응급실 당직을 서고, 30대 친구들은 매일 밤 집에 가 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그게 바로 갈등의 불씨죠."
미국 의사협회(AMA)에 따르면 의사의 거의 절반이 번아웃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업무를 당연시하는 구시대적 기대에 반기를 드는 의사들은 '워라밸'과 '예측 가능한 근무 시간'이 의사라는 직업과 양립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호스피탈리스트(입원전담전문의)인 카라-그레이스 레벤탈(Kara-Grace Leventhal, 40세) 박사는 정해진 근무 시간 동안 환자를 돌보고 정시에 퇴근할 수 있는 직무를 선택했습니다. 그녀는 "타인을 돌보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자신을 돌봐야 합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세대 중 많은 이들이 어린 자녀와 노부모를 동시에 부양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의료 환경의 변화로 인해 개인 병원을 개업하기보다 의료 시스템이나 병원에 고용된 '봉직의'로 근무하는 의사가 늘고 있습니다. 전자 문서 작업과 기타 행정적 요구 사항은 스트레스를 더하고 직업적 만족도를 떨어뜨립니다. 이에 따라 단기 파견직(locum tenens)을 찾는 의사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 논쟁과 그 결과는 앞으로 수년간 계속될 것입니다. WSJ가 인터뷰한 20여 명의 의사 중 다수는 의료계의 워커홀릭 문화가 진작 교정되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의사들이 업무에 덜 헌신하게 되면 동료들의 부담이 커지고 전반적인 진료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균형 잡기
AMA에 따르면 의사들은 주당 평균 59시간을 근무합니다. 의사는 보수가 높은 직업이지만(최근 분석에 따르면 평균 연봉 35만 달러), 높은 압박감과 정서적 소모가 뒤따릅니다.
레벤탈 박사가 2021년 존스 홉킨스 병원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상사는 그녀에게 '병가는 출근길에 차 사고가 나는 것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익숙한 사고방식이었지만 위험했습니다. 레벤탈은 전공의 시절 임신 중이었음에도 정밀 검사를 거를 뻔했습니다. 지도 전문의에게 환자 상태를 보고해야 했고, "엄마라는 사실 때문에 눈에 띄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검사를 받으러 갔던 그녀는 그날 바로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산부인과 의사는 그녀가 검사를 받으러 오지 않았다면 딸을 잃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레벤탈과 동료들은 병가 정책을 바꾸기 위해 로비를 벌였고, 이제 그들은 구체적인 설명 없이도 필요할 때 병가를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부재중인 의사를 대신할 당직 의사 수도 두 배로 늘렸습니다.
반면 플로리다의 본 박사는 의대생들이 감기나 친구의 총각 파티 같은 이유로 실습에 빠지는 것을 보고 당혹감을 느꼈습니다. 그의 수련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워라밸 욕구가 틀렸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환자가 최우선이었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일하는 개미'가 된 의사들
젊은 의사들은 점점 더 대형 병원 체인이나 그룹에 소속되는 것을 선호합니다. 45세 미만 의사 중 개인 병원을 소유한 비율은 2012년 44%에서 현재 32%로 떨어졌습니다. 반면 45~55세 사이에서는 51%가 병원 소유주입니다.
병원장은 자율성이 높지만 운영비 부담도 큽니다. 2011년에 병원을 매각한 본 박사는 의료 과실 보험료가 연간 6만 5천 달러까지 치솟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조셉 컴포트(Joseph Comfort, 80세) 박사는 보험사와의 청구 분쟁에 지쳐 2003년 마취과 병원을 처분했습니다. 그는 이제 작은 클리닉에서 파트타임 내과 의사로 일합니다. "우리는 예전의 높은 위상에서 끌어내려졌습니다."
그는 과거 세대 의사들이 호출기에 얽매여 긴 시간을 일한 것은 스스로를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주인'으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게 변했습니다. 의사들은 다른 직장인들과 다를 바 없는 피고용인일 뿐이며, 새로운 세대는 그에 맞춰 행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의사들은 행정 업무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씁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전공의들은 업무 시간의 13%만 환자 진료실에서 보냈는데, 이는 많은 의사가 번아웃의 원인으로 꼽는 요소입니다.
브리검 여성 병원에서 20년 동안 전공의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조엘 카츠(Joel Katz, 66세) 박사는 이러한 태도의 변화를 직접 목격했습니다. 수년 동안 의사들은 자신의 일을 '소명'이라 불렀지만, 요즘 전공의들 사이에서 그 단어는 "착취당하는 것을 미화하는 암호"처럼 여겨져 거부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카츠 박사는 오늘날의 의사들이 시스템 속의 '부품(widget)'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해하지만, 의사들이 혜택을 챙길수록 환자들이 일관된 진료를 받지 못하게 되는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번아웃 피하기
전공의들의 근무 시간은 주 80시간 이내, 1회 교대당 최대 24시간으로 규제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규칙은 젊은 의사들에게 '교대 근무(shift)' 마인드를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퍼머넌트 메디컬 그룹의 CEO 마리아 안사리(Maria Ansari, 55세) 박사는 젊은 의사들이 개인 시간을 보호하려는 성향이 강하며, 가상(원격) 진료 업무에 큰 관심을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그녀는 의사들의 수면 부족이 의료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변화를 지지합니다.
다만 그녀는 자신의 세대가 겪었던 '집중적인 학습 경험'이 사라지는 것에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내 배움의 상당 부분은 이른 새벽에 45시간 동안 한 환자를 지켜보며 얻은 것이었습니다. 많은 위급 상황은 정규 근무 시간 이후에 발생하니까요."
최근에는 의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AI 툴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환자와의 대화를 자동으로 기록해주는 소프트웨어는 의사들이 차트를 작성하는 시간을 크게 단축해줍니다. 이는 밤늦게까지 서류 작업에 시달리는 의사들에게 매우 중요한 변화입니다.
플로리다의 마취과 의사 크리스토퍼 와싱크(Christopher Wassink, 58세) 박사는 최근 주 3~4일 근무를 원하는 젊은 의사들을 많이 봅니다. 그는 밤과 주말 근무를 짜기가 더 어려워졌고, 젊은 의사들의 숙련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사석에서 동료들과 걱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네 자녀의 아버지인 그는 젊은 세대의 마음도 이해합니다. 그는 커리어 내내 의사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이 많았습니다. 24년 동안 그는 죄책감 때문에 단 한 번도 병가를 내지 못했습니다.
"공감이 갑니다." 그는 말합니다. "무슨 일을 하든, 인생 전부를 직장에서 보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보고있는데...샘삼 의사의 소명이라는 단어에 어리둥절하게 되는군요
그러니 일이죠 사명감이나 이런건 이제 없는 세상입니다
한국보다 미국의 경우 의사들이 환자에게서 받는 스트레스가 코로나 이후 어마어마하게 폭증했고
결국 과반이상이 번아웃이 시달리는 주요인이 되었고 못해먹겠다라면서 아예 조기 퇴직 해버리는 사례도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몇년사이 더 심각해지는게 기존에는 구글을 들고 왔지만 이제 GPT를 들고 와서 더 괴롭다는 의사도
늘고 있죠
한국의료계의 미래는 아니러니 하게도 미국입니다.
환자들과의 분쟁이 늘고 있고 의료 소송도 외과분야의 경우 그만큼 금액이 증가하는 추세로 의사들이 점점 더 생명과 관련된 직으로
가지 않습니다 그나마 미국은 돈으로 어떻게든 가능한 국가라 수백만 달러 민사를 보험료 인상이라는것으로
대충 때우지만 한국은 그게 안되니 더 가속화중이죠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미국에서 외과 의사는 그냥 1건 정도의 소송 하나는 달고 산다고 보면 됩니다
(2024년 기준)
그래프 순서대로
일반외과 90%
산부인과 85%
정형외과 82%
성형수술 73%
영상의학과 72%
비뇨기과 72%
응급의학과 71%
중환자 71%
심장의 65%
소화기내과 64%
등등등등
한국에서만 저런 현상이 있는게 아니군요. 수련병원에 있다보니 전공의들 본인 job 줄일려고 노력하는게 강하게 보입니다.
이렇게 수련받아서 뭘 알까..하는 수준인데요... 말을 하면 꼰대로 보일까봐 놔둡니다만 피해가 어디로 갈지는 뻔하죠.
주88시간 이야기나올때 전공의에서 스탭으로 넘어가던 입장이라 한참 시행착오 많았지만 현재 주80시간보다 줄이고자 노력하는거보면 ... 나중에 어떻게 하려고 이러지 하는 꼰대걱정이 듭니다.
의료쪽은 job이 아니라 calling이 좀 있는게 좋을것 같긴해요.
근무시간 같은 것도 말할 것도 없고요
몇년전에 여기에도 올렸던걸로 기억하는데 영국도 의대생 과반이 1~2학기에 사라진다고들 하더군요
저런 전공의가 주치의가 되면 상처관리 안될것 같아요.
의사라면 의료인이라면 그렇게 생각하시는게 맞지 않을까요? 사실 요즘 것들...이런 이야기하는 기성 의사들도 보면 엉뚱한, 내로남불하는 분들이 많죠 ㅎㅎ 전공의한테는 뭐라하면서 정작 본인이 수술한 환자도 모르는 서전이라던가요 ㅎㅎ
제가 꼰대라서 그런가봐요. ㅠㅠ
상처 힐링프로세스나 드레싱도 모르는 전공의들...나아가는건지 곪는건지도 모르는 . 뭐가 의사일이고 뭐가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일인지 모르겠어요.
수술한 주치의는 교수지 전공의가 아니죠? 교수가 수술하고 전공의한테 드레싱 맡겨요? 드레싱 맡길꺼면 수술은 전공의 시켜주시나요
그리도 회진돌때 자기환자 운드 교수가 까보지도 않나요..?
제가 os라 누구보다 전공의때 근무많이했다 자부하는데
나와서 지금 수술 하는게 전공의때 배운건가 싶네요?
당장 큰수술은 전임의할때 주로 배운다고 생각하고 술기나 가벼운 수술정도는 전공의가 같이 했었습니다. 좀 더 기본적이거나 기초적인걸 배우는게 전공의 아닌지요. 저는 너무 오래전에 배워서 드레싱을 전공의가 하는거라고 생각했네요. 물론 직접 드레싱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다만 소명의식에서 오는 숭고함이 벗겨져 버린 의사는 사람의 건강과 목숨을 볼모로 돈을 버는 장사꾼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는 것도 받아들여야죠.
이제 점점 워라벨을 찾아가고 있어서 당직근무나 중환보는 과는 점점 안하려고 할거예요
물론 지금같은 의료환경에서는 이름값 있는 빅5등 일부 외엔 요원해보이긴하죠
위에 답글들 읽다보니 제가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것 같기도 합니다. 그냥 전공의들이 조삼모사 하고있는거라 생각했는데 제가 틀렸던것 같기도 합니다.
책임소재로 인한 분쟁도 많아지는 추세고, 개인주의 문화가 시간이 지나며 짙어지는지라 어느 정도 이해는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