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앙이나 여러 커뮤니티에서 공동인증서가 동네북인 건 저도 잘 압니다. 저도 PC에 뭐 깔리는 거 엄청 싫어하구요, 그냥 VM웨어에 설치해 두고 관련된 절차는 그냥 가상 환경에 들어가서 합니다.(지문인식기도 Host가 아닌 가상머신에 연결되게 설정하면 지문인식 필요한 입찰 시에도 다 작동합니다) 그렇게 하면 평소 사용하는 PC 환경이 영향 받을 일은 1도 없죠.
근데 다른 나라랑 비교해보면 또 얘기가 달라집니다. 욕 먹는 이 시스템 덕분에 우리가 누리고 있는 건 진짜 해외에서는 상상도 못할 편리함이거든요.
미국이나 유럽 살아보신 분은 아실텐데, 거기는 우리처럼 "돈 지금 보낼게" 하고 앱으로 터치하면 1초만에 상대 계좌에 꽂히는 시스템이 거의 없습니다.
미국은 ACH망 쓰면 2-3일 걸리고, 당일 송금으로 하면 수십 달러 수수료로 내야하고요, Zelle나 Venmo 같은 게 있긴 하지만 한도도 낮고 사업용으로 수천만 원씩 보낼 수는 없죠.
예를 들어 zelle도(https://www.zelle.com/faq/are-there-any-fees-send-money-using-zelle?utm_source=chatgpt.com ) 상대방 역시 zelle에 등록이 되어있어야 하고, 수취 은행 쪽에서 별도 수수료 부과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한도도 고작 몇백만 원 수준이고요.
반면 한국은 23:55 - 00:05 점검 시간 빼고는 365일 24시간 수수료 0원(대부분 계좌에서 요즘은 해줍니다)으로 억단위 송금도 가능합니다.
이게 옛날부터 금융결제원 전자금융공동망 같은 자금이체 인프라가 촘촘하게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동인증서"라는 신원 확인, 부인 방지 수단이 깔려있기 때문에 금융기관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망을 개방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공동인증서의 진가는 "내가 보낸 게 맞다"라는 전자서명의 힘입니다.
이게 있어서 가장 크게 느껴지는 건 방구석 CEO가 가능해진다는 겁니다. 사업하시는 분들은 아실텐데, 조달청 나라장터 입찰할 때 그냥 집에서 지문 인식기에 지문 딱 대면 투찰 끝입니다.
해외에서는 B2B, B2G 투찰이나 계약하려면 변호사 공증 받고 서류 떼서 관공서 줄 서고, 우편 보내고 그 우편 왔다갔다 하는 데 또 며칠 걸리고... 난리도 아닙니다. 그럴 바에는 그냥 구린 .exe 몇 개 설치하고 편하게 가는 게 낫죠.
오늘도 PG사 때문에 보증보험 연장을 해야할 일이 있었는데, 그냥 SGI서울보증 홈페이지 들어가서 공동인증서 로그인하고 동의 몇 개 클릭하고 전자서명 버튼 누른 뒤 다시 공동인증서 비번 입력, 카드 결제하니까 끝나더군요.
오프라인 방식이었으면 세류 떼서 지점 방문하고 심사 기다리고 다시 제출하고, 하루가 다 갔을 겁니다.
뭐 장기적으로는 지금처럼 이상한 앱 설치보다는 웹 표준으로 가는 게 맞다고는 봅니다만 시스템 자체를 후진적이라고 매도하기에는 이 공동인증서 덕분에 가능한 초고속 행정, 금융 프로세스가 주는 이점이 너무 압도적입니다.
UX가 좀 구려도 집 안방에서 수억 원짜리 입찰을 하고 계약서를 쓰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거래소 테더 전송 조차 우리나라 인터넷 뱅킹보다 느리고 불편하죠.
전그냥 그래서 수천달러정도면 그냥 카드로 하자고 합니다.
저도 공인인증서 시절 인증서가 공공의적이 되고마는 인식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정작 외국에서는 주민등록, 금융결제원 1개 망 등에 기반한 공인인증서 환경을 부러워했다고도 들었습니다.
저야 인증서 찬성 쪽이지만, 우리나라 e커머스를 갈라파고스로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죠.
특히 중국은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로 송금이 너무 쉽죠.
다만 정말 문제는 이런거였는데요, 기억이 약간 가물하지만..
한번은 HSBC 인터넷뱅킹 비번을 까먹었는데 비번찾기가 귀찮아서 한국에서 하듯이 당연하게도 비번을 재생성하려고 했더니,
확인증같은걸 프린트해서 은행에 방문하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은행에 갔더니, 집에 우편이 도착하면 그걸 가지고 은행에 재방문 하라고... ㅋㅋㅋ 아주 낭패였었습니다. 이런 부분으로 보면은 글쓴 분의 말씀이 어떤 말씀이신지도 이해가 되긴 합니다.
우리나라의 문제는 진짜 보안프로그램들이라고 생각해요.
금융인증서라고 새로 나온 그거는 딱히 프로그램 설치가 필요없이 폰만 있으면 되고,
또 요새 간편인증 나온거보면 보안프로그램 없이도 정말 손쉽게 인증되고 하니까요.
그리고 예전에 신한은행 같은 곳에서 오픈뱅킹이라며 보안프로그램 무설치로 제공하던 서비스가 있었는데, 어느순간 다 사라졌더라구요 왜인지...
맥으로 완전히 넘어왔음에도 그걸 벗어나지 못하고 설치해야되고, 시작프로그램에 등록되는게 너무 화가 납니다.
두번째 문제는 처음에는 암호화를 통한 인증과 통신 표준이 없어서 그랬는데 이제는 기술적으로 다 해결 됐음에도 불구하고 엑티브엑스 등 외부 프로그램을 깔아야 하는 겁니다. 보안을 우회하는 프로그램이라 자체적으로 굉장히 견고해야하는데 보안이 매우 취약하죠. 더이상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지 않아야 하는데 그동안 존재했던 업체들 굶게되니 못없애는 것 뿐이죠.
미국도 그나마 많이 좋아져서 ACH리얼타임송금이 언제나 앱으로 가능하고, 수수료는 1%내야하지만 상한이 25달러로 제한되어 있구요.(체이스의 경우)
한국도 일부 은행은 공인인증서 없이도 타인증 방식(핸드폰 안면인식+디지털OTP)으로 똑같이 거래 가능합니다.
꼭 공인인증서 때문에 가능한건 아니예요.
굳이 공인인증서를 고집하는건 책임을 사용자에게 떠넘기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지금은 그 공인인증서도 못 믿어서 2차인증을 또 받고.. 엄청 귀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