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이창곤: 지금 한국 경제가 매우 어렵다고들 합니다. 이재명 정부도 경제성장을 강조합니다. 이런 정책 방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장하준: 옛날에 가난할 때는 무슨 수를 쓰건 경제성장을 하는 게 중요했다고 생각해요. 국민소득 1~2천 달러일 때는 어떤 형태든 경제성장 1~2% 더하면 밥 한술이라도 더 먹고, 병원이라도 한 번 더 가고, 애들 병 걸려 죽는 꼴 안 봐도 되니까요. 정말 생사의 문제였지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제 그런 단계는 넘었습니다. 지금 생각할 것은 어떻게 하면 국민을 더 행복하게 할 거냐입니다. 우리나라 복지 지표를 보면 처참하거든요. 자살률, 노인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입니다. 65세 이상 노인 중 빈곤한 사람이 45%에 이르는데 프랑스는 3%도 안 돼요. 출생률은 세계 최저 수준입니다. 인류 역사상 최저인 것이지요. 이 지표들은 얼마나 우리 국민이 비참하게 살고 미래에 대해서 암울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건데 그 해결책으로 성장 담론을 꺼내는 것은 아직도 박정희식 프레임입니다. 지금 이재명 대통령이 굉장히 좋은 일을 많이 하고 계시지만 그런 성장 담론은 우리가 아직도 박정희 그늘에서 못 벗어났다는 얘기예요.
새로운 담론을 시작해야 합니다. 성장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생산성 향상, 기술 투자, 과학 투자 얘기를 해야 합니다. 성장률이 몇퍼센트가 나오느냐는 이제는 부차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왜 성장을 해야 돼요? 국민이 이렇게 계속 불행하다면 조금 더 빨리 성장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죠?
이창곤: 성장 자체보다, 성장의 질을 강조하고 계시네요.
장하준: 네, (성장의) 경로가 중요하고 내용이 중요하단 말입니다. 같은 5% 성장을 하더라도 국민을 비참하게 만들면서 할 수도 있고 행복하게 만들면서 할 수도 있습니다. 그 얘기를 해야 된다는 거죠. 저는 역성장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결국 그 성장 담론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장률을 측정할 때 쓰는 GDP 자체는 조악하고 얼기설기한 숫자에요. 그 숫자에 집착할 필요가 없어요. 그 숫자를 얻기 위해서 우리가 뭘 희생했는지, 그런 얘기를 해야죠.
그리고 복지는 없는 돈을 만들어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왼쪽 주머니에 있는 돈을 오른쪽 주머니로 옮겨서 쓰는 겁니다. 복지국가라는 공동구매 메커니즘은 같은 100원을 넣어도 110원, 120원만큼 자기한테 혜택이 돌아와요. 그런데 우리나라 복지 지출은 OECD에서 남미 회원국을 제외하면 최저수준이라 복지 지출을 절대적으로 늘려야 합니다. 공공 복지에 2%를 더 쓰면 그 효과는 3~4%에 이릅니다.
이창곤: 복지를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고, 돈(나라 재정)은 기업의 세금을 낮춰 GDP 성장률을 높이는 경제성장을 통해 확보될 수 있다고들 많이 생각합니다.
장하준: 네, 그런 말씀하시는 분들한테 제가 하는 질문이 있어요. 만약 법인세가 낮은 게 좋은 거면 세계의 모든 기업이 파라과이로 가서 사업을 하는 선택을 하지 않을까요? 그 나라는 법인세가 10%예요. 소득세도 최대 10%죠. 그런데도 안 가거든요. 치안이 불안하고, 노동자 교육도 잘 안 돼 있고 사회 간접자본도 잘 안 돼 있으니까요.
우리가 논해야 할 것은 세율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이만큼 세금을 내는데 정부가 그에 상응하는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느냐 입니다, 그리고 법인세라는 게 정부가 강탈해 가는 거 아니에요. 정부는 사회간접자본, 노동자 교육 등 여러 가지 기업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에 더해 유한책임제도, 특허 제도 등을 법으로 만들어 기업들이 이윤을 내도록 뒷받침하지요. 법인세는 이런 정부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내는 건데, 왜 그걸 그냥 정부가 세금을 걷어가 어디 갖다 태워버리는 거로 생각하는 걸까요? (기업이)노동자들을 고용하는데 그 노동자들의 기본적 교육은 국민 세금으로 낸 공공 교육으로 받은 거 아니에요? 그런 혜택은 왜 생각 안 해요?
정승일: 이재명 정부가 기본사회를 주창하지만 우려스런 점은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 복지 국가에 대한 논의가 안보여요. 아까 (교수님) 말씀처럼 삶의 질이 최악이라 애도 안 낳는데 이런 걸 해결하려면 세금을 더 걷어서 복지국가를 잘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간단 논리에 대한 사회적 토론조차 실종돼 버렸어요.
(다만, 이재명 정부는 조만간 기본적 삶 보장으로 모두가 행복한 사회라는 이른바 ‘기본사회’를 거시적 비전으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실현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게 목표이며, ‘보편적 기본서비스(UBS, 기본돌봄 등 조건없이 누구나 누리는 사회서비스)’ 등이 핵심 실행 전략이다. 특히 국정기획위원회는 대통령 소속 기본사회위원회를 신설해 이런 비전과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실무 추진단 구성 등 세부 활동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하준: 복지국가 개념의 핵심은 누구나 겪는 생로병사, 실업 등에 대한 보험을 모든 사람들이 돈을 같이 내서 공동구매를 해서 걱정 없게 해주자는 것이죠. 저는 보편적 기본소득엔 반대지만, 보편적 기본서비스는 좋다고 봐요.
이창곤: 결론적으로 교수님은 대한민국에선 복지 늘리고 성장을 지향하더라도 혁신 성장, 기술 주도 성장을 해야 한다고 이해하면 됩니까?
장하준: 북유럽을 보면 복지가 잘 돼 있었기에 혁신 성장을 더 잘할 수 있었어요. 노동자들이 잘려도 기본 생계가 보장되고 정부에서 재교육해주고 재취업시켜주니까 자동화나 기술 혁신에 대한 저항이 비교적 없는 거죠. 반면에 미국에서는 자동화로 직장 잘리면 의료보험도 없으니까 목숨을 걸고 저항을 하게 되고, 기술은 계속 낙후되었지요. 혁신성장을 위해서도 복지 국가 확대가 필요한 겁니다.
(중략)
이창곤: 마지막으로 이재명 정부가 임기 내에서 꼭 해줬으면 하는 정책이나 강조하고픈 사항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장하준: 뾰족한 뭐가 있는 게 아닌데, 산업 정책 제대로 하고, 복지 확대하고, 과학 기술 투자 더 많이 하는 것이죠. 쉽게 얘기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를 위해서는 이해관계 조정도 잘 해야하겠지요. 나아가 제가 바라는 것으로는 뭔가 새로운 담론 구조를 만들어 줬으면 합니다. ‘성장 더 해야 한다’거나 ‘복지 확대는 재정에 무리’라거나, ‘재벌을 잡기 위해서 주주자본주의 해야 한다’는 식의 고리타분한 담론에서 이제는 벗어났으면 합니다.
기술주도성장, 혁신성장, 그리고 복지국가 확대라는 목표들을 잘 정리해 새로운 경제 사회모델을 만드는 게 저는 이재명 정부의 책무라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선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려면 뭘 해야 하는가를 정부 입장에서 계속 얘기를 하는 게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산재 문제와 관련해 SPC 계열 제빵 공장을 이재명 대통령이 방문한 것은 굉장히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왜 이렇게 산재가 많고, 왜 이렇게 인류 역사상 최고로 애를 안 낳고, 왜 다들 의대만 가려고 하고, 왜 자살률이 OECD 최고이며, 왜 남녀 임금 격차가 OECD 최고인가? 왜, 노인 빈곤율이 OECD 최고인가? 이런 얘기를 자꾸 해야 돼요. 이런 수치스러운 기록들을 당장 바꿀 수는 없지만, 우리가 이런 것들을 고치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정책과 제도를 바꾸어야 하는가, 이런 논의를 진지하게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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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최근 기사가 아니고 8월 기사네요
생산성 향상, 기술 투자, 과학 투자 의 결과가 경제성장 입니다. 복지는저거에 반대가 되요. 그리고 북유럽이 미국보다 혁신 성장한다는건 거짓이구요.
청년들 취업교육과 투자에 대한 복지가 어떻게 생산성 향상, 경제성장과 반대가 되나요?
불가피하게 서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복지를 전체적인 틀로 봐야하는거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청년 복지등 모든 부분을 봐야하는거죠.
그래서 님이 애초에 복지 자체를 잘못이해하고 있다는 겁니다.
결국 내부의 상황은 내부에서 가장 잘 압니다..
벌써 복지부터 잘하자를 논하는게 얼척이없네요
기반을 잃어서 다시 기반다지기 하는데 성장에 이면성 이런 허무맹랑한 소릴하는건지
싶네요
성장이 안될거 같으면.. 한국 기업 대만 기업 일본 기업 강제로 다 끌고 와서라도 투자시키고 성장시키죠.
그 성장율의 차이가 사실 현실적으로 금리를 우리가 못올리고 미국이 우리보다 높은 금리로도 버틸 수 있는 이유에요.
유럽의 몰락으로.. 복지국가의 허상은 이미 끝났습니다. 유럽은 그 정도로 낮은 군사비 쓰면서.. 복지를 즐긴거죠.
우리도 1% 군사비 사용하고.. 나머지를 복지로 돌렸으면.. 유럽처럼 살수 있었겠죠.
한국 산업구조는 제조업 중삼이라 수출중심 성장주도가 되야 합니다.
성장빠지는 순간 내수까지 작살납니다.
서비스업은 다 한국내 로컬서비스에 한정되어있고
그것마저 빅테크와 대규모 자본에의한 글로벌 서비스가 주류로 잡아가기때문에 "한국향" "토종" 이따위 서비스들은 결국 도태될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심지어 내수환경은 인구감소로 확정적으로 감소할 운명입니다
산업환경 개편없다면 무조건 수출중심의 성장이 필요합니다
장하준 교수의 이야기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고 있던 이야기의 반복입니다.
그리고 현 이재명정부는 성장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시키는 방향이 아니고,
성장을 우선하지만 그 방법에서 R&D투자를 늘리고, 산업 구조를 일신하는 것 외에도
여러 기회의 창출도 도모하며, 여러 방면으로 많은 고심을 담아 진행하고 있어서,
이 이상의 어떤 이상적인 무언가를 도출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성장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옆 나라 보다는 나은 방향을 잡고 가고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