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말, 중국에서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후천펑의 계정이 중국 내 거의 모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에서 정지됐다. 팔로워 94만 명의 더우인(틱톡)을 비롯해 빌리빌리(중국 동영상 플랫폼)와 웨이보 등에서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확보한 그의 계정이 일순간 공중분해됐다. 플랫폼은 정지 사유를 '관련 법률 및 규정 위반'이라고만 밝혔다. 같은 달 20일에는 콘텐츠가 모두 삭제됐고, 이제는 어떤 플랫폼에서든 그의 계정이 검색되지 않는다.
후천펑은 최근 중국 SNS를 강타한 '애플 인간과 안드로이드 인간'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창조한 사람이다. 그는 중국 사회의 소비와 교육, 생활 방식에 있어 '위계'를 표현하기 위해 사람을 '애플 인간'과 '안드로이드 인간'으로 분류했다. '안드로이드 인간'은 열악한 생활 환경, 낮은 교육 수준을 지닌 저소득층을 뜻하고, '애플 인간'은 사회적 존경을 받고 높은 지위에 오른 고소득층을 상징한다. 눈에 보이는 빈부격차의 현실을 아이폰 등 값비싼 애플 제품을 갖고 있는 사람과 안드로이드 기반의 저렴한 중국산 기기를 갖고 있는 사람에 빗댄 것이다.
중국 네티즌들은 열광했다.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은 '평등'을 핵심 가치관 중 하나로 추구하고 있지만, '푸얼다이(재벌 2세)'의 호화로운 삶이나 도농 간 빈부격차 등 불평등을 시시각각 접하면서 '모든 인민은 평등하다'는 선전 구호의 허상을 살갗으로 느끼던 터였다.
"애플 인간은 아이폰을 사용하고, 테슬라를 운전하고, 샘스클럽(중국의 중산층이 주로 이용하는 미국계 대형마트)에서 쇼핑한다. 안드로이드 인간은 안드로이드 폰을 사용하고, 국산품을 구매하고, 농산물 직거래 시장에서 장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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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사라졌던 후천펑의 이름이 다시 등장한 건 약 한 달 반 뒤 관영언론에서였다. 지난 5일 중국중앙방송(CCTV)은 그의 계정이 영구적으로 삭제된 것을 두고 "날카롭고 대립적인 이슈를 만들어 주의와 트래픽을 끌어들이고, 집단 간의 감정을 부추기고, 불안감을 판매해 궁극적으로 상업적 수익화를 목표로 한다"며 공안부 사이버안전국의 온라인 여론 정화활동을 소개했다. 후천펑의 거취에 당국의 개입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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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캠페인이 겨냥한 건 온라인상 확산하는 '사회 비관 정서'였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는 공지에서 SNS와 쇼트폼 영상,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인기 검색어나 댓글 등을 종합적으로 검열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집단 간 극심한 적대감을 조장하는 행위 △공황과 불안을 조장하는 행위 △사이버 괴롭힘과 폭력을 조장하는 행위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감정을 과도하게 조장하는 행위를 굵게 표시해 강조했다.
발표에 따르면 "노력은 소용없다"는 식의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감정도 이른바 '정화'의 대상이 된다. CAC는 공지에서 온라인상의 어떤 콘텐츠는 "사회 현상을 악의적으로 해석하고 부정적인 사례를 부풀려 비관적으로 허무주의적인 인생관을 조장한다"며 "인기 검색어나 밈, 이모티콘, 명언 등을 조작해 자신을 과도하게 비하하거나 낙담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과장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하도록 부추긴다"며 이 같은 활동을 적극적으로 신고하라고 강조했다. 과거 한국에서 유행했던 '헬조선',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요)' 같은 담론이나 유행어도 이 캠페인의 기준에 따르면 검열 대상이 되는 셈이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검열은 최근 중국 온라인 세상에서 '현대 사회 3대 해체 이론'이 유행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후천펑의 '애플 대 안드로이드 인간' 밈과 다른 두 가지 밈을 합쳐 부르는 표현이다. 각론은 다르지만, 모두 사회 전망에 대한 비관을 기본 정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싱가포르 매체 연합조보는 이 세 유행어를 두고 "좌절된 성적 욕망, 부족한 경제적 능력, 방해받는 사회적 이동성 등 중국 하층 남성의 뿌리 깊은 사회적 불안을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수백만 팔로워를 확보한 인플루언서 저우리펑의 '성 억압 이론'이 대표적이다. 그는 "중국 남성들은 일생 내내 '자손을 낳아 가계를 이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데, 사회경제적 어려움으로 성적으로 억압받고 이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서 정신적 문제가 촉발된다"고 설파했다. 가령 '996(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이나 '007(24시부터 24시까지 주 7일 근무)'하는 방식으로는 연애할 시간도 없고, 이성과 성관계를 맺고 싶어도 함께할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틱톡 크리에이터 '좋은 형 다이멍'이 유행시킨 '노동자적 사고'는 결혼·출산·주택 구입 등을 삶의 궁극적인 목표로 삼으며 삶을 단순화하는 중국 남성들을 '노동자'라 부르며 풍자한다. 그러나 이 밈의 이면에는, 집이나 차, 학력, 외모 등 '좋은 남편감'의 조건을 갖추기 어려운 데다 중국의 결혼 풍습인 고액의 '차이리(신부 측에 지불하는 결혼지참금)'를 마련하지 못하는 하위 계층 남성들의 불만이 녹아 있다. 이 유행어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근면성실하게 가정을 꾸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행동 양식은 '노동자적 사고'라며 조롱받기 시작했다.
중국 당국으로서는 이 같은 '자조 섞인' 유행어들이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을 터다. 젊은이들이 열심히 공부해 직장을 구하고 얼른 결혼을 해 아이를 낳을 생각은 않고, 소위 "돈도 없는 내 주제에 무슨 결혼이냐"라며 비관을 전파하고 있으니 말이다. 결국 중국의 하층 계급 남성들의 불안을 대변하는 밈을 만들어 영향력을 키워온 이들 인플루언서들은 인터넷 정화운동의 직격탄을 맞았다. 칭랑 캠페인이 시작되자마자 후천펑은 증발했고, 저우리펑이나 좋은 형 다이멍의 SNS 계정은 살아남았지만 그들의 이론은 더 이상 바이두 등 중국 웹서비스에서 검색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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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핑 대유행이 남긴 교훈일까. 이제 중국 당국은 겉잡을 수 없는 부정적 정서 확산을 막기 위해 온라인에서 불붙는 시대적 유행까지 검열의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도 석연찮은 검열 행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적지 않다. 후천펑의 한 팬은 연합조보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진정으로 긍정적인 에너지는 문제를 직면하고 이를 해결하는 용기다. 좋은 소식만 전하고 나쁜 소식은 전하지 않고, 칭찬만 하는 사람들은 '가짜 긍정 에너지'다. 건강한 사회는 단 하나의 목소리만 가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