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변호사 일을 하고 있는 코지입니다.
오늘은 최근 마친 우리 클리앙 회원분의 사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당연히 클리앙에 글을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사전에 허락을 받았습니다 ^^

방금 당사자께서 사무실에 방문해주셨는데, 얘기 중에 클리앙에서 제가 쓴 글을 두어 번 보시고 변호사라고 메모를 해두셨다가 본인 사건을 해야할 때 제 생각이 나서 이렇게 인연이 되었다며 신기하다고 말씀을 주셨습니다. 반갑게 얘기를 마치고 돌아가시고 나서 이번 사건에 대해 글로 남기고 싶어 의향을 여쭸더니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의뢰인께서는 2011년부터 2024년까지의 긴 시간 동안 대학 후배에게 여러차례에 걸쳐 돈을 빌려주셨는데, 일부 갚은 금액을 제외하고 약 6,400만 원의 원금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더는 연락을 받지 않는 후배를 기다려줄 수 없어 소송을 결심하셨습니다.
다만 채권의 경우 10년의 소멸시효가 문제될 수 있었는데, 다행히 일부 변제한 금액들을 가장 처음부터의 대여금에 대해 변제처리하는 방식으로 계산해보니, 원금의 손실없이 전부 청구가 가능했습니다. 이에 대여한 사실에 대한 은행계좌 기록과 서로 주고 받은 대화 내용이 담긴 카톡 기록 등을 증거로 하여 대여금 청구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통상 대여금 소송의 경우, 피고가 차용사실에 대하여 완전 부인하거나 변제를 완료했다는 입장이 아니라 빌린 것은 맞지만 일부 갚았다든지 아니면 금액이 맞지 않다는 등의 주장을 할 때, 본안에 나가기 전에 '조정에 회부'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 사건 역시 피고가 '빌린 것은 맞지만 일부 소멸시효가 된 것 같고 금액에 대한 차이가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였기에 조정에 회부되었습니다.
조정의 경우, 당사자가 참석하셔도 무방하나 상대방과의 관계가 있기에 소위 모질게 나가는 것이 어렵습니다. 이에 의뢰인께 집에서 대기하셔달라고 요청하고 저 혼자 상대방과 조정을 하며 그때그때 이슈에 따라 전화통화로 상의하기로 하였습니다.
조정 당일, 상대방은 종이 한 면 가득히 주장할 내용을 적어와서, 크게 소멸시효된 금액이 있다는 것과 월 단위로 100만 원 정도씩 변제하는 방법을 취해야 변제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하지만 월 단위 변제는, 하지 않느니만 못한 최악의 조정입니다. 매달 들어오는 돈이 적기도 하거니와 제대로 들어오지 않으면 빚쟁이처럼 연락해서 언제 넣을거냐고 징징거려야 하는, 돈을 받는 입장에서는 가장 골치아픈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조정 전에 의뢰인께서 가장 원하시는 최선과 차선에 대해 고민해보시고 알려달라 말씀을 드렸는데, 의뢰인께서 보내오신 내용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무조건 1번 안으로 진행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상대방이 주장하는 하나 하나를 기분 나쁘지 않을 태도로 조목조목 웃으며 설명하면서 자연스레 본안의 패소시 겪게 될 강제집행에 대한 경고도 하였더니, 결국에는 의뢰인이 원하신 1안으로 조정하기로 합의에 이르렀습니다.
바로 의뢰인께 전화드려서 1안대로 가능하게 되었는데, 진행해도 되겠냐고 여쭙고 허락을 받은 후에 조정위원에게 동의를 표하였습니다. 이후 판사님이 조정실로 내려오셔서 조정안에 대하여 최종 확인하시고 당일 확정이 되었습니다.


때로는 조정이 판결보다 좋을 때가 있는데, 이 사건과 같이 우리가 상대에게 돈을 받아야 할 경우가 그러합니다.
만약 본안 판결로서 "피고는 원고에게 000원을 지급하라"라고 선고되더라도, 피고가 돈을 주지 않으면 원고는 판결문을 권원으로 강제집행에 나가야 하는데, 집행할 재산을 찾는 것부터 실제 경매로 돈을 얻기까지의 일도 만만찮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지급할 금액과 기한을 명시한 조정은, 피고 자신이 가능한 금액과 기한을 협의한 것이기에 실제로 별다른 속썩지 않고 돈을 받는 것에 더 용이합니다.
제가 클리앙에 언제, 어떤 내용으로 썼던 글을 보셨는지는 모르지만, 그 작은 인연이 클리앙 회원분의 만족에 이르게 된 소중한 인연이라 감사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여 그 기록을 남겨봅니다. ^^
애초에 돈을 줄 생각이 없다면 조정에 응하지 않았을 것이라서... 어쨋든 조정이 성립했으면 채권자 측에서도 뭐 항소에 대응하고 최종판결 기다려야 하고 하는 등의 시간은 아낄 수 있어서 피고가 돈을 주건 안주건 나쁠건 없긴 합니다. 조정이 성립했다면 확정된 판결문이나 다름 없으니까요
저도 친구한테 빌려준 돈이 있고 상환하기로 한 날짜는 지났지만
걔가 지금 워낙 어려운 상황이고 그돈이 당장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서 그냥 암말 안하고 있긴 합니다....
장기간에 걸친 미수금이 쌓인거라 코로나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오래 묵은 채권이지만 최종적으로 채무의 존재를 확인하시고, 일부 지급하신 것이 작년인가 그랬으니 시효는 남아있지 싶고요.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못주시는 거 아는데...안면몰수하고 달라고 하는 것이 맞을까요?
망해서 못주는 고객분들은 바로 단념이라 독촉문자 한통 안하는 성격인데. 여긴 아직 영업은 하고 계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