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제목으로 낚시하는 거 같아 우즈벡 이야기는 여기에서 마무리하려 합니다
이번에도 우즈벡 이야기는 없습니다 ㅎㅎ
팀장님이랑 호텔에서 딩굴고 있는데 딸 애한테서 전화가 옵니다
저: 어..딸~~
딸: 아빠..나 이번 방학 때 친구들이랑 한국 놀러가서 경주 갈려고 하는데 아빠가 운전 좀 해 줘야 되겠다
시간 되지?
저: 안 돼...아빠 바뻐
딸: 바쁜 척 하기는...아빠 안 바쁜 거 다 알거든
저: 야....너는 뭘 부탁하는 사람 태도가 그게 뭐냐..좀 공손히 다시 해봐..그럼 들어줄지도
딸: 아버지..소녀 오랜만에 친구들이랑 고국에 가려 하는데 교통편이 불편하오니 편의를 좀 제공해 주시면
이 은혜 잊지 않겠사옵니다
저: 그래...너를 어여삐 여겨 이번엔 들어주마.....다른 건 필요한 거 없고?
딸: 충분한 돈과 아빠의 체력?
저: 충분한 돈은 될 거 같은데 아빠 체력이 안 될 거 같은데
딸: 지금 가서 보약이라도 한 재 지어 먹어
저: 하아...너는 어떻게 아빠한테 한 마디도 안 지냐?
딸: 다 아빠 닮아서 그렇지 ㅋㅋㅋ
저: 아이고.니네 아빠 누군지 모르겠지만 참 행복하시겠다...알았으니 일정 정해지면 연락줘
사랑한다
딸: 어~~나도
옆에서 통화하는 거 흐뭇하게 바라 보시던 팀장님이 말을 꺼냅니다
노: 딸?
저: 예
노: 김팀장 딸만 하나라고 그랬나요?
저: 네
노: 남들 낳을 때 부지런히 하나 더 낳지 그랬어요?
저: 제가 남들처럼 부지런하지 못 해서요 ㅋㅋㅋ
노: 할튼 잘 받아친다 말이지 ㅎㅎ 딸이 아빠 닮았으면 이쁘겠네
저: 저를 닮긴 닮았는데 이쁜지는 모르겠고..성격이 저를 안 닮아서 너무 좋습니다
노: 애 성격이 어떤데요?
저: 시크하다고 해야되나..대범하고 낙천적이고 남들 앞에 나서는 거 안 꺼려하고
새로운 거 도전하는 거에 꺼리김 없고...저나 애 엄마 둘다 안 그런데 애살도 있고요 ㅎㅎ
노: 애를 잘 키우셨나 보네
저: 지가 알아서 잘 큰 거겠죠....제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니까 아빠를 무슨 동네 지나가는 개만도 못하게 대하지만
제가 정색하고 얘기하면 자기 위해서 하는 말인 거 아니까 토 안 달고 알아 먹고...
엄마한테 얘기하면 몇 마디 하다 싸우는데 저는 지 얘기 백마디 천마디 다 들어 주니까
저한테 모든 걸 다 얘기해 주니까 그건 고마운 건 같아요..
듣던 팀장님이 말을 이어가실 타임인데 가만 있으시길래 저도 좀 기다립니다
좀 있다 말을 이어 가시는데 아무래도 자식에 관한 이야기겠죠..
무슨 내용인지는 스킵하겠습니다
말을 하시는데 그 이쁜 눈에서 눈물이 떨어집니다
이때까지 자기 힘들었던 얘기 하시면 항상 담담하게 얘기 하셨는데
자식 이야기에는 장사가 없나 봅니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 될 걸 알기에 제가 안아 드리고는 등을 쓰담쓰담 해 드립니다
그랬더니 이제 엉엉 통곡을 하며 흐느끼시더군요
흰머리 히끗하끗한 50대의 남자가...자존심 쎄고 누구한테 약한 모습 절대 보이기 싫어하는 사람이
제 앞에서 한없이 무너집니다 ㅠㅠ
순간 이 사람 곁에 끝까지 내가 남아 주어야겠단 다짐을 합니다
저: 우리 팀장님 마음 고생 많으셨네..그래도 잘 견디셨으니까 저도 만나고 좋은 날 오잖아요
저랑 꽃길만 걸어요
한참 그러다 둘 다 지쳐서 잠 들었다가 일어나니 팀장님은 아직 주무시길래
발코니에 나가서 앉습니다..잠시후 팀장님이 두 손에 커피를 들고는 발코니에 나오십니다
노: 나 바보 같죠
저: 네..바보 같아요
바^라 볼수록 보^고 싶은 사람
팀장님이 빵 터지십니다
노: 그런 건 어디서 따로 배우나? 집에 가서 공부하시나? ㅋㅋ
저: 타고 나는 거죠 ㅋㅋㅋ 근데 이번엔 위험했어요 바보 맞다고 했는데 뒤에 수습할 말이 생각 안 나서
한 0..01초 당황했는데 그래도 바로 생각이 나서 정말 다행이에요....안 그럼 팀장님 진짜 바보되는 건데 ㅎㅎ
노: 보면 머리가 아주 좋아
저: 잔머리만 느는 거죠...그리고 드립치면 팀장님이 환하게 웃어 주시니까 저도 나날이 느는 것도 있는 거 같고 ㅎㅎ
노: 뭐든 늘면 좋은거죠...오늘 마지막 날인데 좋은 데 가야죠
저: 턱시도 입으면 돼요? ㅎㅎ
노: 그래요 턱시도 사 줄 테니까 입고 좋은 데 가요
저: 턱시도는 다음에 크루즈 같은 데 갈 때 입는 걸로 하고 날씨 좋으니 밖에서 먹을 수 있는 데 가요
그렇게 준비해서 호텔 근처 밖에 자리 있는 곳에 자리 잡고 음식 시키고 한참 먹고 있는데
이번엔 집사람한테 전화가 옵니다
집: ㅅㅇ 전화 왔었지? 자기 시간 돼?
저: 시간 안 되도 만들어야지..왜?
집: 자기 시간 안 되면 내가 같이 들어 가서 애들 케어할려구 그러지
저: 아니 아니 오지마...안 와도 돼...내가 잘 할 수 있어
집: 왈가닥 여고생 4명 감당할 수 있겠어?
저: 나 푼수떼기 아줌마 40명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야
집: 그래 자기는 잘 할꺼아..그럼 난 신경끊는다...뭐해?
저: 저녁 먹어
집: 또 술?
저: 엉 또 술
집: 적당히 먹고 들어가..
저: 엉
듣고 있던 팀장님이
노: 온다는 사람을 왜 오지 말라고 그래요..와서 얼굴 보면 좋지
저: 오면 좋은데 안 오면 더 좋아요 ㅋㅋㅋㅋ
노: ㅎㅎ 무슨 말인지 알겠네..제수씨는 어떤 사람이에요?
저: 음...제 바운더리 안에 있는 사람이랄까..제 예상 안에서 노는 사람이에요
노: 그럼 별로 싸울 일도 없겠네
저: 저흰 안 싸워요...서로 삐껴서 그렇지 ㅋㅋㅋㅋ
그래도 저 많이 이해해줘서 고맙죠...아니다 그냥 포기한건가
전엔 일단 매일 야근이었고 야근 안 하고 일찍 마치는 날은 또 맨날 술이었죠
그래도 제가 제가 술 때문에 회사 안 나간 적 없고 술 먹고 허튼짓 안 하니까 그거 때문에 말은 안 하더라구요
노: 영국엔 어떻게 보낸 거에요?
저: 일단 처형네가 거기 있으니까 그게 제일 컸구요
제가 유학 생활에 대한 환상이 좀 있습니다..옛날 <이브의 모든것> 이란 드라마가 있었는데
거기 초반에 장동건이 영국에서 유학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정말 부럽더군요
근데 집사람이 그러더군요.저 보고 자기는 영국 와서 살면 우울증 걸렸을 거라고
왜 외국 사람들이 빨가 벗고 공원에 누워 있는지 아냐고...일년에 그런 날이 몇일 안 되서 그런거래요 ㅎㅎ
노: 아....우리 회사 주재원이나 같이 나가까? 유학은 못 가도 주재원은 갈 수 있잖아
저: 인도만 아니면 돼요 ㅋㅋㅋ
노: 인도 갈 일 없다니까 ㅋㅋㅋ
식당 나와서 팀장님이랑 걷는데 기분이 몽글몽글합니다
저: 아...가기 싫다
노: 어디? 호텔요? 한국요?
저: 둘 다요...
노: 여기서 나랑 같이 사까?
저: 고맙지만 다음 생애에서요...아....다음 생엔 안 태어날 거니까 지금 팀장님 많이 봐둬야지
노: 그래요...다음 생에 안 태어난 거 후회하지 않게 지금 내가 다 해 주께요
그렇게 저희의 우즈벡 여행은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글을 잘 쓰셔서 막힘 없이 술술 읽히네요.
속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인생의 동료를 만나는게
나이가 들어 갈수록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 요즘입니다.
그런 인연을 또 만나신 걸 축하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