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살던 집’에서 의료·요양 서비스를 받는 ‘통합돌봄’ 시행을 4개월여 앞두고 전국 229개 시군구에 지원하는 예산이 1000억원 가까이 증액됐다. 예산은 늘었지만, 제도의 핵심인 ‘재택의료’는 민간 의료기관의 참여 부진 및 지역간 인프라 격차 등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원활하게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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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돌봄은 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장애인 등이 ‘살던 곳’에서 의료·장기요양·일상돌봄 등을 받는 제도를 말한다. 초고령 사회 진입으로 의료 수요는 늘고, 병원 중심 공급에는 한계가 커짐에 따라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제도의 핵심에는 의사·간호사 등이 집으로 찾아가 진료 및 치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택의료’가 있다. 전주시청 노인복지과에서 조사한 2025년 상반기 만족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84.7%가 방문진료 후 ‘건강관리가 쉬워졌다’고 답할 만큼 환자 만족도가 높았다.
정부도 재택의료를 통합돌봄의 중심축으로 보고, 2019년 12월부터 내원이 어려운 환자에게 의사가 방문진료를 하는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기준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의원은 1007개, 전체 의원의 약 2.8%에 불과하다. 실제 수가를 청구한 곳은 303개 의원으로 전체 의원의 0.8%로 뚝 떨어진다. 방문진료를 제공하는 의료기관도 대부분 수도권에 쏠려있다. 서울, 경기도에서 수가를 청구한 의원 수가 157개로 전체의 약 52%다. 실제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고령 인구가 많은 비수도권에서는 거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거동 불편 환자 중 약 8.4%만이 재택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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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의료계, 보건행정 전문가들은 “돈을 쏟아붓지만 정상적으로 작동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이건세 건국대 의대 교수는 “보상체계를 보면, 의사가 하루에 7~8명의 환자를 방문해야 겨우 적자를 면하는 수준”이라며 “차량 섭외, 이동 시간, 간호사나 사회복지사 고용에 들어가는 인건비, 보험청구에 필요한 서류 작업 등을 고려하면 병원으로 찾아오는 환자들을 진료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 의원에선 대부분 간호조무사가 일하는 데 지원 대상에서 이들을 빼버린 것부터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적 문제도 있다. 통합돌봄을 위해 정부가 구축 중인 통합지원정보시스템(행복e음)에는 민간 의료기관이 접근할 수 없다. 즉, 방문진료를 하고 난 후 진료정보·결과 등을 EMR(전자의무기록)에 기록하는 것 외에 담당 공무원 등에게 일일이 알려서 해당 내용을 행정 시스템에 재입력해야 한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통합돌봄 성패의 핵심은 민간 의료기관의 적극적 참여인데 보상도 적고, 일만 늘어나는 데 왜 참여하겠느냐”며 “현장에 나가보면, 행정기관과의 관계를 고려해 지역 의사회 대표들이 이름만 올리고 방문진료는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예산 지원이 아닌 수가 개선, 민관 통합 플랫폼 구축 등 엉켜 버린 제도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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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복지제도는 아직 갈 길이 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