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집에는 나무가 12그루 있습니다. 그 중 침엽수 네 그루를 제외한 여덟 그루는 낙엽을 떨어뜨립니다.
침엽수라고 해서 낙엽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일년 내내 낙엽을 조금씩 떨어뜨리므로 그 밑에 낙엽이 쌓이지만, 활엽수만큼 한 철에 확 떨어뜨리지는 않아서 주차할 때 외에는 부담이 덜합니다. 침엽수 밑에 주차하면 차 여기저기에 1cm 길이 촘촘한 가문비나무 낙엽이 끼어들어갑니다...
낙엽을 혼자서 치우면 일년에 이틀 정도 투입됩니다. 제 때 치우지 않고 어딘가 여행이라도 갔다 오면 잔디밭과 화단에 수북히 쌓입니다. 그 낙엽을 그냥 두면 겨우 내내 젖어서 그 밑으로 공기가 잘 통하지 않게 되고 습해져서 낙엽 밑 잔디가 죽어버립니다. 그래서 너무 젖기 전에 (2주 이내에) 제거해야 합니다.
낙엽의 또 다른 문제는 다른 집에 날린다는 것입니다. 만화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옆집 나무 낙엽이 내 집으로 떨어져서 화딱지가 나는 일은 없지만 (제 동네는 대지가 넓기 때문에 옆집 나무 낙엽은 거의 전부 옆집 대지 내에 떨어집니다), 일단 떨어진 낙엽이 말라 가벼워지면 바람에 불려 날아갑니다. 오늘의 주제는 이 현상입니다.
제 동네는 일년 내내 바람 방향이 일정합니다. 그래서 눈보라가 치면 바람에 의해 눈 언덕이 생기는 위치는 매년 똑같고, 낙엽이 날려가는 방향도 매년 똑같습니다. 제가 여행을 간 동안 제 집 마당에 수북히 쌓인 낙엽이 날아가는 곳은 골목길 건너 두 집 마당입니다. 그 집은 낙엽을 잘 치웠는데, 제 집과 면한 쪽에만 5m 폭으로 날려간 낙엽이 수북히 쌓여 있는 것을 봤습니다. 그리고 두 집 모두 골목길에 있는 우수 배수로를 낙엽이 꽉 막고 있어서 지난 주 비가 왔을 때 물이 내려가지 못하고 웅덩이가 되더군요. 아래 인터넷 사진보다 수십 배 많은 낙엽이 있었습니다.

오늘 날씨가 좋았기 때문에 낙엽을 치웠습니다. 낙엽을 치우기 좋은 날이 흔하지 않기 때문에 찬스가 오면 다른 일을 제쳐놓고 낙엽부터 치워야 합니다. 낙엽을 치우기 좋은 날은 다음과 같습니다.
- 비가 오지 않아야 합니다. 비가 오면 낙엽끼리 달라붙고, 무거워지기 때문에 휘발유 블로워로 불어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고, 잔디깎이로 흡입, 분쇄, 저장하는 도중에 잔디깎이 내부에 달라붙어서 바람을 타고 운송되지 못합니다.
- 비가 왔다면 낙엽이 적어도 이틀간 말라야 합니다.
- 바람이 거의 없는 날이어야 합니다. 대기중에 바람이 불면 휘발유 블로워로 불었을 때 원하는 곳으로 모이지 않고 바람을 타고 흩어지므로 블로워를 쓰지 못하고 갈퀴로 모아야 하므로 작업이 느립니다.
- 휴일이어야 합니다. 저는 직장인이거든요.
낙엽 청소를 외주를 주는 주민들도 50%쯤 되는 것 같은데, 저는 그냥 DIY로 합니다.
먼저 건너편 집에 날려간 낙엽부터 휘발유 블로워로 불어서 우리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것은 제 동네에 일정하게 부는 바람에 의해 날려간 낙엽을 자연의 의지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므로 대기중에 바람이 없는 날 해야 하는데, 마침 오늘 바람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1시간에 걸쳐 두 집에 날려간 엄청난 양의 낙엽을 제 집 마당으로 보내서 쌓았습니다. 그리고 1시간에 걸쳐 그 낙엽을 잔디깎이로 수집,분쇄, 저장 후 종이봉투에 옮겨 담았죠. 앞집 낙엽만으로 이런 종이봉투 다섯 개가 나왔습니다.
아래 사진은 인터넷에서 찾은 참고 사진입니다.

그리고 제 집 마당에 떨어진 낙엽을 잔디깎이로 처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있는데 앞집 아저씨가 어디엔가 차를 타고 나갔다 돌아오면서 자기 집 차고에 들어가려고 하다가 차를 뒤로 빼서 제 집쪽으로 오더군요. 창문을 내리고 말하기를 자기 집 앞 낙엽을 치워줘서 정말 고맙다고 합니다. 자기가 오늘 치우려고 했었다네요.
저는 제 집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이니까 내가 치워야지 했더니, 아니라고 고맙다고 합니다. 그래서 서로 Have a nice day.라고 인사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저는 낙엽이 날라간 것이 일주일 째 앞집에 수북히 쌓여있는 것이 미안해서 모아 청소한 것인데, 인정을 받으니 기분은 좋더군요. 그 이웃도 낙엽이 없어졌으니 좋다는 기분에서 끝나지 않고 차를 돌려 저에게 와서 창문을 열고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을 보면 사람 됨됨이가 좋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무엇인가 되어 있을 때, 그것은 당연히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대신 누군가의 움직임으로 된 것을 감사하고, 차를 돌려 돌아와서 표현하는 것은, 제가 당연히 해야 할 낙엽 치우는 일에 제 자신의 보람에 더해 인정의 즐거움까지 주네요.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니 서로서로 기분이 좋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