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적이는 걸 좋아해서 이런저런 펜을 사서 씁니다.
집에 잉크가 너무 많아서 만년필을 열심히 쓰는 중입니다.
비싼 만년필은 몇 백까지도 가지만 거기까지는 못가고 입문용으로 놀고 있죠.
몇 가지 만년필들을 쓰며 느낀건데, 비싸다고 나에게 좋은 건 아니더란 겁니다.
그리고 여러 평가를 보고 매장가서 써보기도 했지만 막상 내 것으로 사서 써보니 다르더라고요.
매장은 이미 길이 들어버린 것 같고 (아니면 여러 사람이 써서 막나가던가) 사람마다 필압이나 선긋기 방식이 다르니 절대적인 기준은 안되더라고요.
적당히 경험해보고 이제 더 이상 펜을 사지 않기도 결심한 시점에서 만년필들 느낌을 정리합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펜들을 죽을 때 까지 다 못쓸 것 같거든요...
1. 세일러 프로피트 21K EF촉
종이를 긁는 느낌이지만 플래티넘 만큼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이건 플래티넘보다 심합니다.
플래티넘 UEF라는 초극세 펜보다 더 긁고 프래피 EF 스테인레스보다도 더 긁어요.
이건 천천히 얇은 글씨를 쓸 때나 적합하지 급하게 적을 땐 저항이 심해서 빨리 못쓰겠어요.
금이 많이 섞여서 그런가 낭창낭창한 맛도 있어서 잉크가 와락 나오기도 하고 흔들거립니다.
각잡고 끼적일 때 쓰는 걸로.
2. 세일로 프로기어 14K F촉
종이 긁는 느낌이 거의 없더군요. 평가는 조금 있다고들 하시던데요.
플래티넘 F촉보다 약간 굵게 나오지만 부드럽게 쓰여서 휘뚜루마뚜루 쓰기 좋습니다.
당분간 가지고 다니며 쓸 펜이 될 듯 해요. 라미나 서양 회사들 EF랑 같은 굵기로 나옵니다.
3. 플래티넘 14K UEF촉
정말 얇게 나옵니다. 작은 글씨나 얇게 써야 할 때 딱이예요.
긁는 느낌도 심하지 않고 잉크도 잘 나옵니다.
자주 쓰지는 않을 것 같아서 잘 씻어서 보관 중.
4. 플래티넘 14K F촉
세일러 F촉을 사지 않았다면 주용도로 쓸 펜이었습니다.
지금 넣은 잉크를 다 쓰고 나면 다른 색을 넣어서 같이 쓸까 합니다.
일상용으로 좋아요.
5. 플래티넘 스타렛 EF
의외로 마음에 드는 만년필입니다.
1만원 이하에서 이거보다 좋은게 있을까 싶을 정도예요.
단단한 닙으로 흔들거림도 없고 부드럽게 잘 써집니다. 종이 긁는 느낌도 거의 없어요.
게자가 플래티넘의 장점인 잉크 마름 현상도 거의 없고요.
공부할 때 주로 사용합니다.
6. 파일로트 카쿠노 F
저주받은 몸인지 사실 이 펜이 필기감은 가장 좋습니다.
세필을 좋아하지만 이 정도 굵기면 실사용에 딱 좋고요.
다만 잉크 마름이 심해서 쓰는 양 만큼 말리는 것 같아서 찜찜합니다.
플래티넘과 함께 공부할 때 필기용으로 씁니다. 머리가 나빠서 적으면서 외워야 공부가 되서요.
7. 라미 사피치 EF
누구나 거쳐가는(?) 만년필이죠.
붓펜 대용으로 씁니다.
1회용 카트리지가 너무 많아서 써야 하는데 사실 손이 잘 안갑니다.
8. 온라인 EF
작고 예쁜데 잉크 카트리지가 너무 작아서 자주 교체해줘야 합니다.
스틸닙이지만 부드럽게 잘 써지고 라미 사파리랑 크게 다르지 않은 굵기로 써집니다.
예뻐서 통에 감금합니다.
9. 플래티넘 프레피 EF
5년 넘게 잘 쓰고 있었는데 뚜껑에 금이가고 깨져나가서 버렸어요.
이 녀석이 깨지는 바람에 만년필 지름이 시작된거라...
그래서, 혹시나 만년필을 살까 고민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시필 반드시 해보시고
저렴한 걸로 맛을 보신 다음에
세일 할 때 구입하세요.
세일러는 일본 아마존이 가장 쌉니다.
세필 위주의 일본제 만년필들이 한국에서 선호도가 높고
동양인을 고려한 크기나 무게도 한 몫 합니다.
무튼 그래서 펜은 내게 맞는 펜을 찾기 전까지만 사고 이제는 잉크를 모읍니다 :)
생산 연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QC 문제로 같은 해 생산 제품에서도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고..
뭐가 더 낫다 잘못됐다를 떠나서 내게 맞는 뽑기운이라는 게 발생해 버리는..